[문화人 칼럼] 개에 관한 몇 가지 단상

  • 오피니언
  • 문화人 칼럼

[문화人 칼럼] 개에 관한 몇 가지 단상

김홍진 한남대 교수.문학평론가

  • 승인 2025-04-09 16:42
  • 신문게재 2025-04-10 19면
  • 김지윤 기자김지윤 기자
2025030501000232600008791
김홍진 교수.
화가 렘브란트와 고흐, 튤립과 풍차, '비너스'를 부른 록 그룹 쇼킹 블루와 히팅크, 전 세계 대마초꾼들이 꿈꾸는 나라 네덜란드. 이들로 인해 이 나라는 엑조티시즘을 유발한다. 이들과 함께 유년의 원초적 기억 속엔 '플란다스의 개'가 있다. 원작은 1872년 위다가 쓴 소설인데, 영화나 TV 시리즈물로 제작되었다. 그중 일본 TV 만화를 기억하는 이들이 많을 거다. 이야기는 풍차가 도는 전원 마을을 배경으로 개와 소년의 돈독한 유대감을 초점화한다. 강아지 파트라슈와 소년 네로의 아름답고도 슬픈 이야기, 압권은 엔트워프 대성당에 걸린 루벤스의 제단화 '십자가에 매달리는 예수' 앞에서 최후를 맞는 장면이다. 눈시울 붉게 만든….

또 일본에는 그들만의 충견 실화가 존재한다. 주인공은 죽은 주인을 마중하러 매일 기차역으로 나간 하치다. 이런 까닭에 1934년 시부야 역에 하치 동상을 세우고, 이후 이야기는 영화와 TV 시리즈물로 제작된다. 리처드 기어 주연의 '개 같은 내 인생'은 이에 영감을 받아 각색한 영화다. 물론 이런 이야기는 우리도 있다. 가장 잘 알려진 설화는 전북 임실군 오수의 지명 유래담이다. 술에 취해 잠든 주인을 들불로부터 살리고 죽은 의견에 관한 이야기다. 개 주인 김개인은 그 자리에 무덤을 만들고 지팡이를 꽂아 두었는데, 그 지팡이가 큰 느티나무로자랐다. 그래 오수(獒樹)다.

그리고 또 기억나는 건 파면당한 대통령의 예전 '개와 사과' 사진이다. 새하얀 털과 극명하게 색채 대비를 이룬 까만 눈망울 까만 코를 가진 강아지, 그 앞에 고전적 정물 소재 파란 사과가 놓인 사진이다. 문제의 사진은 대선을 앞두고 "전두환 대통령이 군사 쿠데타와 5·18만빼면 정치는 잘했다고 말하는 분들이 많다."는 발언과 연관한다. 이에 '유감'을 표하고, 통하지 않자 다시 '송구'의 뜻을 밝히고, 급기야는 '사과'를 표명했다. 반전은 곧바로 사과 요구를 조롱하는 듯 앙증맞은 반려견과 사과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리는 미적 감각에 있었다. 사과는 개에게…

개에 관한 이야기라면 또 폭언의 험구와 세금 탈루와 기행으로 악명 높았던 부동산 재벌 리오나 헴슬리를 빼놓을 수 없다. 세상에 그녀만큼 개를 사랑한 이가 있을까. 그녀의 개 사랑은 폭언이나 탈세나 기행만큼 유별났다. 그녀는 유언장에 자신의 몰티즈 종 애견에게 무려 1200만 달러라는 어마어마한 유산 상속 유언장을 남기고 세상을 떴다. 더불어 자신의 애견이 죽으면 자신이 묻힌 호화 묘지에 매장하라는 유언도 남겼단다. 부시의 푸들 얘기는 지면 관계상 접어두자.

개는 고양이와 함께 정서적으로 인류와 가장 친밀한 동물 중 하나다. 그런데 의견이나 충견에 관한 미담, 그 애절한 사랑에도 불구하고 동서양을 막론한 많은 나라에서 상대를 모욕하는 욕설이나 말에 개는 단골처럼 등장한다. 철학자 들뢰즈는 개를 동물계의 수치라 말했다. 주인을 위해 짖어대기 때문이다. 사실 동물들은 잘 짖는 것 같지만 짖지 않아야 한다. 사자나 호랑이 같은 상위 포식자가 짖으면 "나 여깄오!" 외치는 꼴이고, 약한 놈이 짖으면 "나 잡아 잡수오!" 알리는 셈이기 때문이다. 오직 개만이 주인을 위해 잘 짖는다.

산책길에 반려견을 동반한 이들을 만나는 일은 일상의 흔한 풍경이다. '개식용금지법'이 제정되고, 또 거리엔 보신탕집 대신 애완동물 호텔이며 펫 전용 가게들이 들어섰다. 이를테면 애완동물은 이제 하나의 산업이며 문화가 된 셈이다. 이러한 변화에도 불구하고 들뢰즈처럼 개를 기생동물로 보는 견해도 있다. 개의 라틴어 학명 카니스(canis)는 기생충, 즉 빌붙어 먹고 사는 식객이다. 인간은 개를 가족 구성원 반열에 올렸다. 동물학자들은 이를 인간과의 감정교류에서 개가 진화적으로 성공한 것으로 여긴다. 이제 다시 대선, 기생을 자처한 충견들이 또 컹컹 짖어댈 것이다.

김홍진 한남대 교수·문학평론가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도심 속 워터파크가 공짜”… 청주시 어린이 물놀이장 ‘피켓팅’ 시작된다
  2. “돈 주면 수용자 챙겨주겠다”… 대전교도소 교감 징역 3년 구형
  3. 3년 간 지연된 작은내수변공원 복합문화체육센터 공사비 문제로 또 늦어지나
  4. 글로벌 우주 강자들과 어깨 나란히…ISS2026 충청 우주기업들
  5. 화재 원인 다양·복잡해지는데…소방 화재사례 공유 체계 '미비'
  1. 오석진 "소통·청렴이 최우선"…인수위 첫 업무보고 돌입
  2. [사설] 충청 ‘반도체 패키징 벨트’ 흔들림 없어야
  3. 충남대·공주대 통합 논의 막바지…토론회서 소통 필요성 부각
  4. 충남도, 올해부터 시행되는 읍·면·동장 '주민 대피 명령권' 특별교육… "골든타임 확보 가장 중요"
  5. 대전광역시 선수단 '제5회 전국어울림생활체육대축전' 출전

헤드라인 뉴스


`대전의 아들, 2차전도 부탁해` 태극전사 19일 2연승 정조준

'대전의 아들, 2차전도 부탁해' 태극전사 19일 2연승 정조준

2026 북중미 월드컵 1차전 승리로 자신감이 한껏 오른 대한민국 태극전사들이 개최국 멕시코를 상대로 2연승에 도전한다. 2차전에 승리할 경우 조 1위로 32강 진출에 한 걸음 더 다가설 수 있는 만큼 축구 팬들의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19일 오전 10시(한국 시간) 멕시코 에스타디오 과달라하라에서 멕시코와 조별리그 A조 2차전을 펼친다. 이번 경기는 사실상 A조 1위 결정전으로 꼽힌다. 양 팀 모두 1차전에서 승리를 거두며 승점 3을 확보한 가운데 이번 경기는 사실상 A조 1위 자리를 가를 분수령이 될 전망..

공사판된 대전 도심, 트램 개통 미뤄지나…與野 책임 공방 재점화
공사판된 대전 도심, 트램 개통 미뤄지나…與野 책임 공방 재점화

2028년 말 개통을 목표로 추진되던 대전도시철도 2호선 트램 사업 일정이 흔들리고 있다. 지난해 말 28년 만의 착공으로 본궤도에 진입한 듯 했지만, 토지보상 지연과 시운전 기간 연장, 수소트램 기반시설 문제까지 줄줄이 드러나며 2030년 개통도 장담하기 어려워진 것이다. 이 같은 내용이 민선 9기 인수위에서 공식화되며 여야는 또다시 네 탓 공방에 나선 모습이다. 18일 취재에 따르면, 대전시는 최근 대전시장직 인수위원회 업무보고에서 당초 목표였던 2028년 말 트램 개통이 사실상 어렵다는 취지의 내용을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제는 `만스피`다… 코스피 사상 첫 9000선 돌파
이제는 '만스피'다… 코스피 사상 첫 9000선 돌파

국내 유가증권시장 종합지수인 코스피가 18일 사상 처음으로 9000포인트를 돌파하며 '만스피(코스피 1만) 시대'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 지난달 15일 장중 처음으로 8000선을 넘어선 지 22거래일 만이며, 종가 기준으로는 지난달 26일 이후 16거래일 만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 30분 기준 코스피는 전날보다 199.60포인트(2.25%) 오른 9063.84로 거래를 마쳤다. 지수는 전날보다 20.68포인트(0.23%) 오른 8884.92로 출발해 오후 12시 57분께 9000선을 터치했다. 이후 등락을 반복하..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여름철 풍수해 대비 장비 점검 여름철 풍수해 대비 장비 점검

  • 수족구 예방…‘꼼꼼하게 손 씻어요’ 수족구 예방…‘꼼꼼하게 손 씻어요’

  • 접시꽃에 담긴 여름 접시꽃에 담긴 여름

  • 임직원들이 함께 즐기는 월드컵 임직원들이 함께 즐기는 월드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