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인칼럼] 세계 최초로 제정된 '합성생물학 육성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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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인칼럼] 세계 최초로 제정된 '합성생물학 육성법'

정흥채 대전테크노파크 BIO센터장

  • 승인 2025-04-13 09:35
  • 박병주 기자박병주 기자
정흥채 대전테크노파크 센터장
정흥채 대전테크노파크 BIO센터장
세계 최초로 '합성생물학 육성법' 제정안이 4월 초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2026년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합성생물학이 무엇이길래 법을 제정해 육성하겠다는 것일까? 생물학은 기본적으로 생명체를 발견하고 형태와 구조, 기능, 성장, 기원, 진화, 행동 등을 탐구하며 궁극적으로 생명이란 무엇인지에 대한 과학적 해답을 얻는 학문 분야이다. 생물학의 역사를 살펴보자. 1665년 로버트 훅이 현미경을 발명해 생명체가 기본적으로 세포로 구성되어 있음을 발견한 후 생명체는 유전되며 유전의 핵심은 DNA(디옥시리보핵산)임을 알았다. 그리고 한참 후 1953년 왓슨과 크릭은 DNA의 화학구조를 밝힘으로서 생명체의 유전과 복제의 비밀을 한꺼번에 풀었다. 이제 인류가 DNA를 다루는 솜씨가 대단해졌다. 사람의 전체 DNA를 구성하는 염기서열을 읽는데 10여만 원 비용으로 하룻밤이면 가능하다. DNA를 읽는 데 그치지 않고 염기서열을 합성하는 기술도 급속히 발전해 비용과 시간이 크게 줄었다. 생명공학자들은 이제 생명체가 가지는 최소 분량의 유전자를 갖도록 디자인하고 이를 암호하는 전체 DNA를 합성하고 살아있는 세포에 삽입해 인공세포도 만들 수 있다. 그렇다. 생명체가 갖는 기능을 암호하고 있는 유전자 DNA를 새롭게 디자인하고 합성해서 세포에 도입해 기존 생명체의 특성을 변화시키거나 자연에 존재하지 않던 특성을 새롭게 설계·제작할 수 있는 학문과 기술, 그것이 '합성생물학'이다.

합성생물학의 발전은 눈부시다. 특히 DNA 염기서열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첨단 디지털기술이 융합되면서 다른 생명체에 있는 유전적 기능을 보다 쉽고 고속으로 다른 생명체에 도입할 수 있게 됐다. 합성생물학은 기존 생명공학 기술의 한계를 돌파해 생명공학 제조 혁신을 이끌고 있다. 식물에서 생합성되는 물질을 박테리아에서 만들게 하는 일은 이제 석박사과정 학생들도 할 수 있고 공장에서 로봇도 할 수 있다. 수년이 걸리던 새로운 백신 개발을 단 몇 개월로 단축한 것도 합성생물학 기술이다 보니 세계 기술패권 경쟁의 핵심분야로 급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국가 차원에서 합성생물학 분야를 전략적으로 육성하기 위한 체계적인 법적 기반 구축이 필요하여 세계에서 첫 번째로 합성생물학 육성법 제정을 추진했다.

합성생물학 육성법의 주요 내용은 무엇인가? 첫째, 이 법은 합성생물학 연구개발의 기반을 조성하고 합성생물학을 이용한 과학기술의 혁신을 촉진해 국민경제의 지속적인 발전과 국민의 삶의 질 향상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둘째, 합성생물학 육성 및 추진체계 마련을 위해 5년마다 합성생물학 육성 기본계획 및 연차별 시행계획을 수립·시행하고 산·학·연이 참여하는 '합성생물학발전협의회'를 구성·운영한다. 셋째, 합성생물학 연구개발사업 추진, 기술지도 작성, 연구개발 거점기관 지정 및 자율적이고 안전한 연구환경 조성을 위한 연구개발 지침 수립 등 합성생물학 연구개발을 촉진하고 지원한다. 넷째, 합성생물학 연구개발 및 활용을 위한 핵심 인프라인 바이오파운드리 설치 및 운영, 합성생물학 연구데이터 사용촉진 및 활용지원, 표준화, 전문인력 양성, 국제협력 추진에 대한 지원 근거를 마련한다. 마지막으로, 합성생물학의 책임 있는 관리를 위한 안전관리시스템을 구축·운영하고 사회적 이해증진과 공감대 확산을 위한 사업을 추진한다는 것이다.

합성생물학 시장전망도 매우 밝다. 맥킨지는 2030년 합성생물학 시장규모가 최대 4823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한다. 같은 시기 반도체 시장규모 1조달러(약 1400조원)의 3배에 이른다. 선진 주요국이 미래 국가 전략기술로 채택한 이유다. 법 제정은 국내 바이오산업 경쟁력 강화와 글로벌 기술 주도권 확보에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법에 기반해 다양한 국가연구개발사업의 확대와 함께 연구개발 성과는 반드시 글로벌 시장에서 진입할 수 있는 제품 파이프라인도 함께 개발되어야 한다. 글로벌 제약기업인 화이자, 모더나 등은 코로나19 펜데믹 중 합성생물학 기술을 활용해 mRNA 백신 개발 기간을 기존 10년에서 10개월로 줄여 펜데믹 위기 극복에 크게 이바지했다. 이를 계기로 벤처기업인 모더나가 일약 세계적인 제약기업으로 성장한 할 수 있었다. 1985년 '유전공학 육성법'을 제정하여 생명공학 분야를 글로벌 수준으로 이끌었듯이 인공지능 등 디지털 기술과 융합해 제약바이오 신약개발에 기여할 합성생물학 육성지원체계가 세계 최초로 마련된 만큼 한국형 모더나의 탄생을 기대한다. /정흥채 대전테크노파크 BIO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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