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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바름 기자 |
주변에도 전 연인의 집착에 고생했던 사람이 있었다. 당시 서울에서 혼자 자취하던 A는 전 남자친구 때문에 며칠간 곤욕을 겪었다. 그가 수십 통 전화를 거는 건 물론 A가 아르바이트 끝나는 시간에 맞춰 기다렸다는 듯이 달려와 애걸복걸하며 붙잡았다. 계속 이렇게 하면 경찰에 신고할 것이라고 화를 내자 나중에 그는 A의 집 앞에 몰래 와 잠복까지 일삼았다. 결국, 참다 못한 A는 대전에 있는 가족에게 SOS를 요청했고 서울까지 황급히 달려온 A의 아버지와 친오빠가 강하게 경고를 하자 그제야 멈췄다.
이런 경우를 단순히 '젊은 날의 실수', '순애보'라며 해프닝 정도로 넘기지 말았으면 한다. 지나친 집착과 소유욕에 범죄로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요즘 너무 많다.
스토킹은 엄연히 범죄고, 강력 범죄의 전조현상이다. 지난 10일 대구에선 자신이 스토킹해 오던 여성을 살해하고 세종으로 도주한 40대 B씨가 나흘 만에 경찰에 붙잡혔다. B씨는 아파트 외벽 배관을 타고 6층에 있던 전 연인 집에 침입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이 일어나기 전, B씨가 피해자를 흉기로 협박하고 스토킹을 일삼아 경찰이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법원은 B씨가 수사에 협조적이란 이유로 이를 기각했다. B씨의 발만 묶어놨어도 이런 안타까운 죽음은 없었을 거다.
스토킹 범죄를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은 가볍다. 제3자가 개입하기 어려운 사적 영역이라는 인식이 강해서다. 2021년 스토킹처벌법이 시행되고 수사단계에서 피해자와 가해자를 분리할 수 있는 응급조치 규정과 피해자에게 스마트 안전벨·워치, CCTV를 지원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됐다. 그러나 아직도 스토킹이 범죄라는 사실을 알지 못하는 사람이 대부분이고, 경범죄보다도 덜 심각한 수준으로 취급해버리는 경우가 많다.
개인적인 일에 법이 어디까지 관여할 수 있는지에 대한 모호성도 여전하다. 얼마나 지속적으로 행해 왔는지, 피해 수준, 추가 범죄 위험성이 있는지 등 수사나 사법기관이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오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피해 입증도 쉽지 않다는 것이다. 법과 규정이 정확히 뒷받침돼야만 피해자를 보호할 수 있다.
이별의 감정을 마주하고 각자의 길을 가는 건 누구에게나 쉽지 않다. 분노, 원망, 슬픔, 공허, 후회 등 복잡한 감정이 뒤섞일 때 심적 고통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힘들다. 하지만, 이를 인정하고 깔끔하게 손을 놓는 게 전 연인에 대한 마지막 배려다.
/정바름 사회과학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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