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안전 이별 했어?

  • 오피니언
  • 편집국에서

[편집국에서] 안전 이별 했어?

정바름 사회과학부 기자

  • 승인 2025-06-15 16:29
  • 신문게재 2025-06-16 18면
  • 정바름 기자정바름 기자
clip20250615133134
정바름 기자
"안전 이별 했어?" 대학 때 이별 소식이 들리면 친구들끼리 꼭 묻던 말이었다. 말 그대로 "연인과 이별할 때 폭언과 구타, 해코지 등 위험한 일 없이 안전하게 헤어졌느냐"는 물음이다.

주변에도 전 연인의 집착에 고생했던 사람이 있었다. 당시 서울에서 혼자 자취하던 A는 전 남자친구 때문에 며칠간 곤욕을 겪었다. 그가 수십 통 전화를 거는 건 물론 A가 아르바이트 끝나는 시간에 맞춰 기다렸다는 듯이 달려와 애걸복걸하며 붙잡았다. 계속 이렇게 하면 경찰에 신고할 것이라고 화를 내자 나중에 그는 A의 집 앞에 몰래 와 잠복까지 일삼았다. 결국, 참다 못한 A는 대전에 있는 가족에게 SOS를 요청했고 서울까지 황급히 달려온 A의 아버지와 친오빠가 강하게 경고를 하자 그제야 멈췄다.

이런 경우를 단순히 '젊은 날의 실수', '순애보'라며 해프닝 정도로 넘기지 말았으면 한다. 지나친 집착과 소유욕에 범죄로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요즘 너무 많다.

스토킹은 엄연히 범죄고, 강력 범죄의 전조현상이다. 지난 10일 대구에선 자신이 스토킹해 오던 여성을 살해하고 세종으로 도주한 40대 B씨가 나흘 만에 경찰에 붙잡혔다. B씨는 아파트 외벽 배관을 타고 6층에 있던 전 연인 집에 침입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이 일어나기 전, B씨가 피해자를 흉기로 협박하고 스토킹을 일삼아 경찰이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법원은 B씨가 수사에 협조적이란 이유로 이를 기각했다. B씨의 발만 묶어놨어도 이런 안타까운 죽음은 없었을 거다.



스토킹 범죄를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은 가볍다. 제3자가 개입하기 어려운 사적 영역이라는 인식이 강해서다. 2021년 스토킹처벌법이 시행되고 수사단계에서 피해자와 가해자를 분리할 수 있는 응급조치 규정과 피해자에게 스마트 안전벨·워치, CCTV를 지원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됐다. 그러나 아직도 스토킹이 범죄라는 사실을 알지 못하는 사람이 대부분이고, 경범죄보다도 덜 심각한 수준으로 취급해버리는 경우가 많다.

개인적인 일에 법이 어디까지 관여할 수 있는지에 대한 모호성도 여전하다. 얼마나 지속적으로 행해 왔는지, 피해 수준, 추가 범죄 위험성이 있는지 등 수사나 사법기관이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오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피해 입증도 쉽지 않다는 것이다. 법과 규정이 정확히 뒷받침돼야만 피해자를 보호할 수 있다.

이별의 감정을 마주하고 각자의 길을 가는 건 누구에게나 쉽지 않다. 분노, 원망, 슬픔, 공허, 후회 등 복잡한 감정이 뒤섞일 때 심적 고통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힘들다. 하지만, 이를 인정하고 깔끔하게 손을 놓는 게 전 연인에 대한 마지막 배려다.

/정바름 사회과학부 기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한국여성경제인협 대전지회, 여성기업주간 맞이 디지털 역량 강화 '톡톡'
  2. 대전신세계, 무더위 피해 실내 공간 찾는 이들 위한 백캉스 쿠폰팩 선봬
  3. "서민 보양식은 옛말"... 대전 삼계탕 평균 1만 6400원까지 고공행진
  4. [현장취재]고 오기선(요셉) 신부 35주기 및 돌아가신 모든 사제를 위한 추모미사
  5. "법 사각지대가 만든 비극"…대전 교제폭력 살인에 '방지 법 부재' 수면 위
  1. [인터뷰]김정수 오기선요셉장학회 회장… "‘고아들의 아버지’ 오기선 요셉신부를 기리며"
  2. ‘대전 0시 축제 구경오세요’…대형 꿈돌이 ‘눈길’
  3. 대전 0시 축제 준비 완료…패밀리테마파크 축제 분위기 조성
  4. 충남대·공주대-세종공동캠 고등교육 협력 강화 나선다
  5. 대전교육청 "여름철 물놀이 조심하세요~" 안전 캠페인

헤드라인 뉴스


[기획 시리즈-①] 대전의 미래, 철도굴기로 열자

[기획 시리즈-①] 대전의 미래, 철도굴기로 열자

대전은 1905년 경부선 개통과 함께 본격적인 도시 성장을 시작했고, 이후 호남선 분기점으로서 교통의 중심지가 됐다. 하지만, 현재 한국 철도망은 고속철도의 등장과 함께 수도권 중심으로 고착화되고 있다. 서울역·수서역에서 출발한 열차는 대부분 경부고속선 또는 호남고속선을 따른다.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모멘텀이 필요하다. 대전도 마찬가지다. 충청권광역철도와 충청급행철도(CTX) 등 신속한 광역교통망 구축과 더불어 국가철도의 지역 연결성 강화로 재설정해 대전 성장 동력으로 활용해야 한다. 새 정부 국정과제 발굴과 5차 국가철도망 계획 수..

한미 상호관세 15% 타결에 충청권 반도체·자동차부품 수출 탄력받나
한미 상호관세 15% 타결에 충청권 반도체·자동차부품 수출 탄력받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에 대한 상호관세를 기존 25%에서 15%로 낮추기로 하면서 충청권 주력 수출품인 반도체와 자동차부품 수출이 힘을 받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특히 충남은 17개 시·도 중 2위의 수출실적을 자랑하고 있어 이번 상호관세로 전반적인 탄력이 기대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한국이 미국에 3500억달러(약 487조원)를 투자하는 등의 조건으로 한국에 대한 상호관세를 기존 25%에서 15%로 낮추기로 했다고 7월 30일(현지시간) 밝혔다. 한국은 미국과 협상이 타결되지 않을 경우 8월 1일부터 25..

2025년도 시공능력평가 계룡건설산업 부동의 1위
2025년도 시공능력평가 계룡건설산업 부동의 1위

계룡건설산업(주)가 2025년도 시공능력평가에서 대전지역 부동의 1위 자리를 지켰다. 국토교통부와 대한건설협회는 7월 31일 전국 종합건설업체를 대상으로 실시한 '2025 시공능력평가' 결과 계룡건설산업이 전년 대비 2633억 원(9.7%) 증가한 2조9753억 원으로 5년 연속 2조 원을 돌파했다. 전국 순위도 두 계단 오른 15위를 차지했다. 뒤를 이어 (주)금성백조주택이 3884억 원으로 2위(전국 75위), 파인건설(주)는 2247억 원으로 3위(전국 114위), 크로스건설(주)는 1112억 원으로 4위(전국 217위), (..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대전 0시 축제 준비 완료…패밀리테마파크 축제 분위기 조성 대전 0시 축제 준비 완료…패밀리테마파크 축제 분위기 조성

  • 교제 범죄 발생한 대전 찾은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 교제 범죄 발생한 대전 찾은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

  • 청소년 발명 페스티벌 ‘송치완 학생’ 대통령상 청소년 발명 페스티벌 ‘송치완 학생’ 대통령상

  • 이동 노동자 위한 얼음물 및 폭염 예방 물품 나눔 이동 노동자 위한 얼음물 및 폭염 예방 물품 나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