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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숙 당진초 교장. |
우리 학교는 아침 늘봄 교실을 운영한다. 교육복지 지원교로 월드비전의 조식지원사업도 함께 운영하고 있다. 아침 8시 이전에 등교하는 학생이 서른 명 남짓. 출근하면 앞동과 뒷동을 돌며 일찍 등교한 학생들의 안부를 살피고 급식실 식구들과의 인사, 그리고 행복 교실로 간다. 이른 시간에 출근하셔서 아이들의 아침을 챙겨주시는 봉사자님! 아이들의 식사량과 기호에 맞게 적절하게 챙겨주신다. 귀하신 분이다.
문을 열고 인사함과 동시에 식사 마친 아이와 눈이 마주친다.
아침 7시 반 이전에 학교에 오기도 하는, 손이 많이 필요한 아이.
핸드폰이 손에서 떠나지 않는 아이. 다 먹었다고 쟁반을 가져오는데 남은 음식이 그릇 여기저기 묻어 있다. "이렇게 하면 안 되지?" 내 소리가 컸던 모양이다. 아이의 목소리도 크게 맞닿아 온다. "이렇게 하자." 아이를 앉히고 뒤에서 감싸 안듯 수저를 들고 남은 음식을 다독다독 모아 본다. "남길 수 있어. 버리는 것도 예쁘게 버리면 좋지." 낮아진 내 목소리에 아이도 가라앉는다. 큰 소리에 크게 대들 듯이 반응하는 아이의 습관을 잠깐 잊었던 내 탓이다. 잘 버리자, 잘 헤어지자. 친구들과도 잘 만나고 잘 헤어져야 학교도 오고 싶지. 식사하는 아이들 모습을 살핀다. 다섯 달 남짓 아침을 먹어서일까, 아니면 자연스레 큰 걸까, 통통한 뺨들이 어여쁘다.
풍경 둘: 인사는 먹을 것도 생긴다.
아침 8시, 현관에 선다. 여름이 이렇게 훅 들어오다니.
"어서 와. 안녕!", "안녕하세요." 아이들과 선생님들께 인사한다. 내 소리가 제일 크다. 요즘 소리와 함께 인사하는 아이들이 많지 않다. 주로 눈과 머리로 인사하는 아이들. 코로나가 지난 지 삼 년인데 지금도 마스크를 벗지 못하는 아이들, 때로는 점심 식사 시간조차 마스크를 쓰고 밥 먹는 아이들.
학생들 전체가 모인 자리에서 마이크를 쥔 김에 '인사' 얘기를 했었다.
"인사를 잘하면 먹을 것이 생긴다." 이 한마디에 탄성이 울렸다. "진짜요?" 웅성웅성, "내가 먹을 걸 갖고 있어. 인사를 하는 친구와 인사를 하지 않는 친구, 누구에게 줄까? 소리 내어 인사하는 친구와 그냥 인사하는 친구, 누구에게 줄까? 인사를 잘하면 어른이 됐을 때 자기가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는 가능성이 휠씬 높아져요. 우리 먼저 본 사람이 소리 내어 인사해요."
말 한마디에 단번에 아이들이 바뀐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꾸준한 시범과 포기하지 않는 기다림이 있을 뿐. 내일은 허리춤에 사탕을 넣었다가 반갑게 인사하는 아이들에게 선물해야겠다. 때로는 당근이 효과적일 때도 있는 법!
노란 통학 차량이 들어오고 아침 활동이 시작되는 8시 30분이면 한산해지는 아침맞이. 오늘도 어김없이 머리칼 휘날리며 등굣길 마지막 문을 닫는 그 아이.
풍경 셋: 따듯한 차 한잔 마시며
교장실 문이 열린다. "교장선생님, 우리 선생님이~" "이리 와, 앉아." 오늘도 손님이 오셨다. 하루에 두어 번 교장실, 교무실을 찾는 아이. 병원에서 약을 바꾸어 처방할 때쯤 학교생활이 어려운 아이는 교실 수업이 힘들면 교장실을 찾는다. 아이에게 교장은 큰 빽이고 교장실은 숨 터이기도 하다. "우리 따듯한 차 한잔 마시며 얘기할까? 뜨거우니까 천천히" 목련차를 마주하고 앉는다.
오늘도 학교는, 아이들은 평안하기를.
풍경 석 점이 걸린 액자 아래에 이렇게 적는다.
"세상의 모든 선생님! 오늘도 어떤 일로도 한 번 더 웃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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