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내일] 대전에도 시민이 있어요

  • 오피니언
  • 오늘과내일

[오늘과내일] 대전에도 시민이 있어요

설재균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의정감시팀장

  • 승인 2025-08-03 17:02
  • 신문게재 2025-08-04 19면
  • 송익준 기자송익준 기자
설재균
설재균 팀장
결국 대전시는 '대전광역시 시민참여 기본조례'에 따라 청구된 2건의 토론회 미개최를 결정했다. 이번 대전시의 결정으로 열리지 않게 된 토론회 주제인 중앙로 지하도상가, 시민사회 3조례의 정당성을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시민의 참여를 권리와 의무로 명시한 대전광역시 시민참여 기본조례를 무시한 대전시의 결정에 대한 이야기다. 이번 미개최 결정은 단순히 하나의 행정 절차를 밟지 않은 것을 넘어 시민참여와 풀뿌리 민주주의를 부정한 최악의 결정으로 기록될 것이다. 대전광역시 시민참여 기본조례는 시민을 시정의 단순한 수혜자가 아닌, 정책에 능동적인 주체로서 참여하고 책임지는 존재로 규정하고 있다. 그렇지만 대전시는 조례 제정 이후 단 한 번도 정당하게 청구된 시민참여 토론회 등을 실현한 적이 없다.?

대전시에 각 토론회 개최를 요구한 1,000여 명의 시민들은 그저 단순히 서명만 한 것이 아니다. 시민들의 서명 하나하나에는 대전시의 일방적인 행정에 대한 깊은 우려, 시민참여의 가치 수호, 그리고 시민의 목소리가 행정에 온전히 반영되기를 바라는 바람이 담겨 있었다. 이처럼 시민참여 토론회를 요구하는 것은 단순히 한 번의 토론회를 여는 것에 만족하려는 것이 아니다. 이는 현재 대전이 가진 경제적 어려움과 사회적 과제를 시민과 함께 해결하고, 풀뿌리 민주주의를 통해 지속 가능한 공동체의 미래를 함께 모색하려는 것이다.

더욱이 이번 시민참여 기본조례 토론회 청구 과정에서 대전시의회도 대의기관의 책임을 저버린 최악의 선례를 남겼다. 행정자치위원회는 시민들의 정당한 토론회 개최 요구를 무시한 채, 시민사회 3조례 폐지안을 단 한 번의 공론화 과정도 없이 일방적으로 가결했다. 시민 참여는 정책 결정의 마지막 단계가 아닌, 공론의 장이 열리는 순간부터 시작돼야 한다. 그런데도 시의회는 시민들의 목소리를 들으려는 최소한의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시민의 대변자여야 할 시의회가 오히려 시민의 입을 막고 졸속으로 정책을 강행하는 것은 대의 민주주의의 본질을 스스로 부정하는 행위다.?



2022년 주민참여예산 축소에 대해서도 시민의 서명을 받아 토론회를 청구했지만, 역시 열지 않았다. 이후 토론회 및 공청회 등의 성사 기준을 대폭 강화했던 행정자치위원회 위원장이 정작 시민들이 그 높아진 기준을 충족하자마자 서둘러 시민사회 3조례를 폐지했다는 사실은 시의회의 태도가 얼마나 이중적이고 자의적인지 극명하게 보여준다. 시민을 존중하는 민주적 의회가 아니라, 이장우 시장을 비호하기 위한 정치적 결정을 내리는 대리인일 뿐이다.

그리고 공무원들로 구성된 시정조정위원회에서 결정하는 사실 또한 납득하기 어렵다. 시민들의 숙의와 참여가 필요한 중대한 사안을, 시민이 아닌 공무원들이 비공개 회의에서 결정하는 방식은 시민 참여를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행태다. 시민의 목소리를 듣는 것조차 시의 '조정' 대상이 되어 밀실에서 결정된다면, 이는 시민을 통제의 대상으로 보는 구태의연한 시각을 벗어나지 못했음을 방증하는 것이다.

2022년 대전에서 열린 세계지방정부연합(UCLG) 총회에서 채택된 '대전선언'은 지방 정부의 미래를 위한 협약으로, 시민 참여적이고 책임 있는 체계적인 협력적 거버넌스 구축과 투명한 예산 책정, 정책과 의사결정 과정에서 과학계와 시민사회, 지역 커뮤니티를 참여시킬 것을 공식적으로 약속한 바 있다. 특히 내년이면 대전광역시장이 UCLG 의장이 되는 해다. UCLG 의장이라는 국제적 위상에 걸맞게, 대전시는 시민 참여라는 기본적인 약속부터 충실히 이행하는 모습을 보여도 모자란 시간에 퇴행만 거듭하고 있다.

민주적 절차를 무시하는 것은 결국 대전시정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저해하고 시민들의 신뢰를 회복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할 것이다. 시민과의 진정한 소통에 나서야 하며, 시민사회의 요구를 존중하고 함께 협력하는 것이 진정한 지방자치의 길이다. 시민 없는 시정은 존재할 수 없다는 것 또한 깨닫길 바란다.

/설재균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의정감시팀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시가 총액 1위 알테오젠' 생산기지 어디로?… 대전시 촉각
  2. '행정수도 개헌' 이재명 정부 제1국정과제에 포함
  3. "국내 최초·최대 친환경 수산단지 만든다"… 충남도, 당진시 발전 약속
  4. 이 대통령, 세종시 '복숭아 농가' 방문...청년 농업 미래 조망
  5. 논란의 금속보호대 대전교도소 1년간 122회 사용… 기록누락 등 부실도
  1. "착하고 성실한 학생이었는데"…고 이재석 경사 대전대 동문·교수 추모 행렬
  2. 고교학점제 취지 역행…충청권 고교 사교육업체 상담 받기 위해 고액 지불
  3. 이철수 폴리텍 이사장, 대전캠퍼스서 ‘청춘 특강’… 학생 요청으로 성사
  4. ‘숭고한 희생 잊지 않겠습니다’
  5.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대전충청본부, 치매안심센터 찾아 봉사활동

헤드라인 뉴스


논란의 금속보호대… 대전교도소 1년간 122회 사용

논란의 금속보호대… 대전교도소 1년간 122회 사용

<속보>교정시설에서 수용자의 폭력이나 자해를 방지할 목적으로 제한적으로 허용되는 금속보호대가 대전교도소에서 1년간 122차례 사용되고 한 번 사용되면 평균 3시간 50분간 수용자에게 착용시킨 것으로 조사됐다. 금속보호대를 이용해 6시간 이상 수용자를 결박한 사례도 16차례 있었는데 사후 전자기록을 남겨놓지 않거나 부실작성 등 보호장비 사용에 대한 문제가 추가로 확인됐다. 국가인권위원회가 대전교도소장에게 발송한 직권조사 결정서를 분석한 결과 폭력이나 자해 위험 수용자를 관리할 목적의 여러 보호대 중 결박 강도에 따라 통증이 뒤따르는..

서울대 10개 만들기·탑티어 교수 정년 예외…교육부 새 국정과제 본격 추진
서울대 10개 만들기·탑티어 교수 정년 예외…교육부 새 국정과제 본격 추진

새 정부의 서울대 10개 만들기, RISE 재구조화, AI 인공지능 활용 등 교육 분야 주요 국정과제가 본격적으로 추진된다. 학문별 대가로 선정된 교수에 대한 정년 제한을 풀고, 최고 수준의 연구비를 지원하는 것은 물론 대학생 학자금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지원 대상을 확대한다는 계획도 내놓았다. 교육부는 6대 국정과제를 위한 25개 실천과제(공동주관 1개 국정과제, 3개 실천과제 포함)를 최종 확정했다고 17일 밝혔다. 우선 서울대 10개 만들기를 실현해 거점국립대에 대한 전략적 투자와 체계적 육성에 나선다. 학생 1인당 교육비를..

해수부 부산 이전… `정부세종청사` 공백 해소 대안은
해수부 부산 이전… '정부세종청사' 공백 해소 대안은

이재명 새 정부가 오는 12월 30일 해양수산부의 부산 청사 개청식을 예고하면서, 정부세종청사 공백 해소를 위한 동반 플랜 마련을 요구받고 있다. 수년 간 인구 정체와 지역 경제 침체의 늪에 빠진 세종시에 전환점을 가져오고, 정부부처 업무 효율화와 국가 정책 컨트롤타워 기능 강화를 위한 후속 대책이 중요해졌다. 해수부의 부산 이전에 따른 산술적 대응은 당장 성평등가족부(280여 명)와 법무부(787명)의 세종시 이전으로 가능할 것으로 분석된다. 단순 셈법으로 빠져 나가는 공직자를 비슷한 규모로 채워주는 방법이다. 지난 2월 민주당..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숭고한 희생 잊지 않겠습니다’ ‘숭고한 희생 잊지 않겠습니다’

  • 대한민국 대표 軍문화축제 하루 앞으로 대한민국 대표 軍문화축제 하루 앞으로

  • ‘청춘은 바로 지금’…경로당 프로그램 발표대회 성료 ‘청춘은 바로 지금’…경로당 프로그램 발표대회 성료

  • 새마을문고 사랑의 책 나눔…‘나눔의 의미 배워요’ 새마을문고 사랑의 책 나눔…‘나눔의 의미 배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