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수출의 열쇠 '스토리와 신뢰'

  • 오피니언
  • 사외칼럼

[기고] 수출의 열쇠 '스토리와 신뢰'

정형식 한국무역협회 대전세종충남본부 팀장

  • 승인 2025-09-21 10:29
  • 신문게재 2025-09-22 18면
  • 김흥수 기자김흥수 기자
무역협회_정형식 팀장
정형식 한국무역협회 대전세종충남본부 팀장
최근 수출기업 마케팅 지원사업으로 50여 개 기업을 방문했다. 식당을 여러 군데 다니다 보면 음식의 맛을 비교할 수 있듯, 기업을 두루 접하다 보니 수출 마케팅의 공통된 아쉬움이 눈에 띄었다.

하루에도 수십 건의 자료를 접하는 바이어들의 눈길을 오래 붙잡는 것은 결국 '이 기업만의 이야기'와 '신뢰의 흔적'이다. 그러나 현장에서 접한 자료들 가운데 상당수는 그 본질에 충분히 다가가지 못했고, 이는 우리가 함께 고민해야 할 과제임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현장에서 반복적으로 드러나는 문제점은 무엇일까. 가장 먼저 스토리의 부재다. 50년 넘게 한약재만 다뤄온 기업, 30년 이상 홍삼 생산에 집중해 온 기업조차 안내자료와 포장 등에서 고유한 스토리를 드러내지 못했다. 국내 대기업 납품 실적도 해외 바이어에게는 신뢰 자산이 될 수 있지만, 이를 마케팅에 적극 활용하지 않았다. 기업의 역사가 차별화된 스토리를 담지 않아 평범한 자료가 된 것이다. 기업이 가진 역사와 노하우를 스토리화하는 작업이야말로 브랜드 구축의 첫걸음이다. 이를 잘 보여주는 브랜드가 '조선미녀'다. 전통 한방 성분과 조선시대 미인법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스토리로 해외 젊은 소비자의 공감을 얻었으며, 현재 미국·유럽·호주·인도 등 100여 개국에 월평균 200만 개 이상이 수출되고 있다.

두 번째 문제는 B2C와 B2B를 혼동한 마케팅이다. 현장에서 만난 기업들의 자료를 보면, 일반 소비자를 기준으로 한 성분과 기능 설명에 초점을 맞춘 자료는 있었지만 정작 바이어 설득용 자료는 거의 보이지 않았다. 해외 바이어는 단순히 제품의 기능이나 외형만 보는 것이 아니라 안정적 공급 능력, 현지 시장에서의 유통 가능성, 사후 관리 신뢰성까지 종합적으로 판단한다. 그러나 많은 기업들은 바이어 관점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



마지막 문제는 지속성 없는 홍보, 즉 디지털 자산 관리의 부재다. 영상과 안내자료 같은 일회성 제작에 집중하면서, 홈페이지와 SNS는 방치되는 경우가 많다. 최신 정보가 없는 채널은 바이어에게 곧 '비즈니스 활력 부족'으로 읽힌다. 반면 한 건강기능식품 기업은 신제품 출시와 전시회 참가, 현지 광고를 SNS로 꾸준히 공유해 브랜드 인지도를 높였다. 그 결과 전시회 바이어 방문이 늘었고, 기존 파트너 철수 위기 속에서도 관계를 이어온 다른 바이어가 새 파트너가 돼 연간 100만 달러의 실적으로 이어졌다.

수출 마케팅은 단순히 '좋아 보이는 홍보'가 아니라 바이어를 설득할만한 이야기와 신뢰를 담아야 한다. 기업은 자신만의 역사, 전문성, 실적을 스토리화하고, 디지털 자산을 꾸준히 관리해야 한다. 정부 지원사업 역시 단순 홍보자료 제작 지원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바이어 관점의 전략·관계 구축 컨설팅으로 확대될 필요가 있다. 해외 바이어의 마음을 여는 열쇠는 결국, 스토리와 신뢰에 있다. /정형식 한국무역협회 대전세종충남본부 팀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문화 톡] 갈마울에 울려퍼지는 잘사는 날이 올 거야
  2. [박헌오의 시조 풍경-10] 억새꽃 축제
  3. 대전 분양시장 미분양 행보 속 도안신도시는 다를까
  4. 한화 이글스의 봄…개막전은 '만원 관중'과 함께
  5. '짜릿한 역전승'…한화 이글스, 홈 개막전서 키움에 10-9 승리
  1. 프로야구 개막…한화이글스 18년 만에 홈 개막전 승리
  2. 무너진 발화지점·내부 CCTV 없어… 안전공업 원인규명 장기화 우려
  3. 안전공업 참사 이후에도 잇단 불길…대전·충남 하루 새 화재 11건
  4. [전문인칼럼] 문평동 화재 참사가 우리에게 남긴 것
  5. 사기 벌금형 교사 '견책' 징계가 끝? 대전교육청 고무줄 징계 논란

헤드라인 뉴스


대전 안전공업 화재 유가족들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대전 안전공업 화재 유가족들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근로자 14명이 사망하고 60명이 부상 당한 대전 안전공업 화재피해 유가족이 30일 사고 후 처음으로 합동 기자회견을 갖고 경찰의 철저한 조사를 통해 원인을 규명하고 책임자 처벌을 촉구했다. 대전 안전공업 희생자 유가족들은 이날 건양대병원 장례식장에서 화재 사망자 중 가장 마지막에 장례를 치르는 고 오상열 씨의 발인식에 참석하고, 기자회견을 가졌다. 위로할 시간을 갖기 위해 고 오상렬 씨 유족은 28일 빈소를 마련해 이날 발인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경찰과 소방 등의 화재현장 합동감식에 동행한 유가족 대표가 입장을 밝히고 기자들과 질..

보문산전망대 스토리투어… 근대식별장과 日방공호, 6·25미군포로 조명
보문산전망대 스토리투어… 근대식별장과 日방공호, 6·25미군포로 조명

골목에 숨은 이야기와 재발견을 찾아 여행하는 대전스토리투어 2026년 첫 야간투어에서 보문산 대사지구에 녹아 있는 근대역사가 재조명됐다. 대전체험여행협동조합은 28일 시민 30여 명이 참여한 가운데 오후 4시부터 안여종 대표의 인솔로 중구 대사동의 보문산 전망대를 비롯해 일제강점기 일본인의 근대식 별장, 추억의 케이블카까지 스토리 투어를 진행했다. 1968년 국내 세 번째로 운행을 시작해 37년간 휴양객들을 실어 나르던 케이블카에 대한 기억과 유일한 물놀이 시설이었던 푸푸랜드의 경험이 공유됐다. 이날 야간투어는 4월 중순 문을 여는..

양당 대전시당 1차 공천… 컷오프 반발 이어져 후폭풍 우려
양당 대전시당 1차 공천… 컷오프 반발 이어져 후폭풍 우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대전시당이 1차 공천 작업을 마무리한 가운데 이 과정에서 컷오프된 구청장 후보자들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6.3 지방선거 본선 체제 돌입을 앞두고 원팀 정신으로 무장해야 할 시기에 당내 공천 잡음이 발생한 것으로 후폭풍이 우려된다. 우선 민주당에선 서구청장 5인 경선에 들지 못한 김종천 전 대전시의회 의장과 전문학 전 대전시의원이 시당 공관위의 결정에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표했다. 전 전 시의원은 "대전시당 공관위의 컷오프 결정, 받아들일 수 없다"며 "당당히 중앙당에 재심을 신청하겠다. 이것은 제 개인의..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안전공업 화재 참사 희생자 마지막 발인 안전공업 화재 참사 희생자 마지막 발인

  • 대전 한화생명볼파크 이틀째 전석매진 대전 한화생명볼파크 이틀째 전석매진

  • 프로야구 개막…한화이글스 18년 만에 홈 개막전 승리 프로야구 개막…한화이글스 18년 만에 홈 개막전 승리

  •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 참석한 이재명 대통령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 참석한 이재명 대통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