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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민 대전지방식품의약품안전청장이 취임 1년을 맞아 "원칙을 지키면서 유연한 해법을 찾아가는 자세로 지역민들의 건강과 안전을 지켜나가겠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김흥수 기자 |
취임 1년을 맞은 신영민 대전지방식품의약품안전청장의 조직운영 기본철학은 '원칙'과 '소통'에 방점이 찍혀 있다.
신영민 청장은 지역민의 건강과 안전을 지키는 일에는 원칙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취임 후 위생용품 관리법 개정 대응, 건강기능식품 안전관리 강화, 마약류 확산 방지 등 굵직한 과제를 수행하며 시민 안전망 구축에 힘써왔다.
하지만 현실 행정에서는 여러 가지 상황과 이해관계가 얽혀 획일적인 대응만으로는 문제 해결이 어렵다. 이 때문에 소통을 통해 현실적인 해법을 찾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지역 의약품협의체인 중부제약기술회 및 식품협의체인 중부HACCP협의회와도 정기적으로 만남을 이어가며 지역과 소통을 강화하고 있다. 중도일보는 신영민 청장을 만나 그동안의 소회와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들어봤다. <편집자 주>
-대전식약청장에 취임한 지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그동안 감회를 들려달라.
▲시간이 정말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갔다. 대전청에 부임했을 땐 책임감이 무겁고 긴장도 컸지만, 직원들과 함께 지역 현안을 하나씩 풀어가며 보람을 많이 느꼈다.
특히 현장에서 기업과 시민들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정책에 반영했던 일들이 기억에 남는다. 관내 식품업체들이 수출 과정에서 겪는 애로사항이나, 소규모 제약사가 허가 절차로 힘들어하는 상황을 함께 고민하며 지원 방안을 마련했고, 그 과정에서 기업들이 한 발짝 성장할 수 있었다는 점이 뜻깊었다.
무엇보다도 사건·사고 없이 1년을 잘 보낼 수 있었던 건 직원들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기회를 통해 직원들의 노고에 진심으로 감사하는 마음을 전하고 싶다.
-그동안 중점적으로 추진한 정책이나 앞으로의 역점과제가 있다면?
▲중점적으로 추진한 정책은 크게 세 가지다. 먼저, 올해 6월부터 개정된 '위생용품 관리법' 시행에 따라 칫솔, 치실 같은 구강관리용품과 문신용 염료까지 관리 대상에 새롭게 포함됐다. 소비자들이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위생용품의 범위가 넓어진 만큼, 생활 안전을 한층 끌어올릴 수 있게 된 것이다. 따라서 국내 제조품뿐만 아니라 수입되는 제품에 대한 수거·검사, 수입 통관을 더욱 철저하게 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두 번째는 건강기능식품 안전관리다. 요즘은 누구나 하나쯤 챙겨 먹을 만큼 건강기능식품 시장이 커졌고, 대전·충청지역엔 관련 제조업체도 많아 사고 한 번이면 전국적인 영향으로 번질 수 있다. 특히 올해부터는 맞춤형 건강기능식품 판매업이 신설되면서 개인별 건강상태·생활습관을 고려해 제품을 권장할 수 있게 됐다. 그래서 영업자를 대상으로 교육과 홍보를 강화해 소비자들이 안심하고 전문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힘 쏟고 있다.
세 번째로 가장 심각한 건 역시 마약 문제다. 단속만으로는 한계가 있기에 대전청에서도 다양한 기관과 협업해 간담회를 열고, 시민 대상 캠페인과 교육도 병행하고 있다. 단순한 단속을 넘어서 인식 개선까지 이어져야 진짜 안전망이 되기 때문에, 지역사회가 함께 참여하는 구조를 만드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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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민(申榮敏)청장은… 출생: 1969년 부산. 학력: 동인고 졸업, 부산대 미생물학과 학사, 동 대학원 석.박사. 경력: 전 식품의약품안전처 대변인실 식품공보팀장, 전 식품의약품안전처 식중독예방과과장.유해물질기준과장, 전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식품위해평가과장, 현 대전지방식품의약품안전청장. |
▲조직을 운영하면서 늘 중심에 두는 건 '원칙'과 '소통'이다. 굴원의 고사에서 유래한 '어부사'라는 글을 읽고 깊이 공감한 적이 있다. 이는 원칙은 분명히 지키되, 실천은 상황에 맞게 지혜롭게 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그 중 '물이 맑을 땐 갓끈을 씻고, 물이 흐릴 땐 발을 씻는다(滄浪之水淸兮 可以濯吾纓, 滄浪之水濁兮 可以濯吾足)'라는 구절은 공직자로서 내가 지향하는 철학과도 깊이 맞닿아 있다.
공무원이라면 무엇보다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두는 원칙은 흔들림이 없어야 한다. 특히 식품이나 의약품은 아주 작은 실수 하나로도 국민 건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더욱 그러하다.
그렇지만 현실 행정에서는 각기 다른 상황과 관계에 따라 획일적인 대응을 지양하고 현실적인 해법을 찾는 유연함이 필요하다. 그 중심에는 '소통'이 있다고 본다. 조직은 결국 사람이 움직이는 곳이고, 구성원 각자의 목소리가 살아 있어야 자율성과 책임감도 따라온다. 직원들이 눈치 보지 않고 자유롭게 의견을 낼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회의에서도 "틀려도 괜찮으니 그냥 얘기해 보자"라는 말을 자주 한다.
-대전식약청의 업무 범위에 대해 알려달라.
▲우리 대전청은 대전시, 세종시, 충남도, 충북도를 담당하는 조직으로 공무원 정원은 81명이다. 식품과 의료제품 두 분야를 전반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 5개 과, 1개 검사소, 중부권 위해사범조사TF로 구성돼 있다.
가장 기본적인 업무는 관내 제조업체에 대한 허가와 신고처리다. 식품조사처리업, 위생용품 수입업, 건강기능식품 제조업 허가나 의약품 제조업, 의료기기, 화장품, 마약류 취급 학술연구자 허가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이렇게 허가가 끝나면 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HACCP)이나 의약품제조·품질관리기준(GMP)에 따라 제조 환경과 품질 수준을 점검하고, 지도·점검, 회수·폐기, 행정처분 등 사후관리를 통해 유통 중인 제품의 안전도 지속해서 살핀다. 표시·광고 단속이나 식중독 원인조사, 수입식품 검사 같은 일이 여기에 포함된다.
마지막으로 중요한 역할이 바로 식품·의약품에 대한 시험분석이다. 식품, 농수산물, 위생용품 및 의약품에 대한 이화학적 검사, 미생물학적 검사, 유해물질 검사가 이에 해당하며, 이를 통해 식품·의약품의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아울러 식품·의약품 위해사범에 대해 수사기관과 공조하는 것도 우리청의 몫이다.
작은 조직이지만 관할 지역에 식품·의약품 제조업소가 밀집해 있는 만큼 관리·분석·단속 전 과정을 아우르며 시민의 안전을 지켜내고 있다.
-식약처를 비롯해 보건복지부, 질병관리청 등 정부 기관과 관계가 복잡하다고 들었다.
▲보건복지부나 농림축산식품부, 산업통상자원부 등은 식품·의약품의 진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 식약처는 국민 안전을 위한 규제를 담당하고 있다. 결국 국민 건강이라는 같은 목표를 향해 각 부처가 긴밀히 소통하며 현안을 풀어가고 있다. 예를 들어 식중독 사고나 감염병 대응이 필요할 때는 질병관리청, 지자체와 함께 원인·역학조사를 하고, 농림축산식품부 및 해양수산부와 함께 위생을 점검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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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민 대전지방식품의약품안전청장이 취임 1년을 맞아 "원칙을 지키면서 유연한 해법을 찾아가는 자세로 지역민들의 건강과 안전을 지켜나가겠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김흥수 기자 |
▲최근 우리 지역의 가장 큰 이슈는 단연 기후 변화로 인한 식중독 사고 증가이다. 해마다 고온 다습한 날씨가 길어지면서 식중독 발생 위험이 점점 커지고 있다. 그래서 식중독 발생 시에 신속하게 대응하고 평소에 예방 방법을 널리 알리는 데에 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실제로 올해 4월 홍성에서 열린 노인건강축제에서 배달 도시락을 드신 어르신 140여 명이 집단 식중독 증세를 보이기도 했다. 즉시 현장에 나가 식중독 원인조사를 실시했고, 원인균(황색 포도상구균)을 확인해 해당 업체에 행정처분을 내렸다.
이런 사후 조치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예방이다. 사람이 많이 모이는 지역 축제를 앞두고는 영업자를 대상으로 위생 교육을 시행하고, 식중독 검사 차량을 활용해 현장에서 직접 검사와 홍보를 함께 진행하고 있다. 축제 현장에서 우리청 직원들을 종종 볼 수 있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앞으로도 신속 대응과 예방 활동을 통해 이런 사고를 최소화하고, 시민들이 안심하고 생활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가는 게 대전식약청의 목표다.
-식·의약 불법유통도 여전한지 궁금하다. 혹시 기억에 남는 적발 사례가 있다면?
▲온라인 거래가 늘면서 식·의약 관련 불법유통도 계속 발생하고 있다. 특히 수입 식품용 기구나 화장품처럼 생활과 밀접한 제품들은 더 주의가 필요하고, 실제 사례 중에서 조심해야겠다고 느꼈던 일들이 있다.
첫 번째는 일본 캐릭터 식기류를 해외 직구한 뒤, 일부는 개인 용도로 사용하고 나머지는 온라인 쇼핑몰에서 판매하다가 적발된 경우다. 판매자는 수입신고 대상이라는 걸 몰랐다고 해명했지만, 음식을 먹을 때 사용하거나 담는 기구는 모두 '식품용 기구'로 분류돼 수입 시 반드시 신고해야 한다. 개인 사용을 위한 직구였지만, 결국 불특정 다수가 안전성이 확인되지 않은 제품에 노출되는 위험으로 이어진 사례다.
두 번째는 비누 공방 사례다. 해당 사업장은 자체 제조한 화장비누를 SNS와 블로그를 통해 홍보하고, 지인과 수강생에게 판매하다 적발됐다. 화장품을 제조·판매하려면 반드시 화장품제조업 및 책임판매업 등록이 필요하다. 그런데 조사 결과 이 사업자는 관련 교육까지 이수한 상태였지만 등록 없이 영업을 진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작은 규모의 취미활동'이라 해도, 법적 요건을 갖추지 않으면 분명한 위반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처럼 사소해 보여도 정식 절차 없이 유통되면, 제품의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아 소비자 건강에 직접적인 위해가 될 수 있다. 그래서 소비자들도 제품을 구매할 때 제조·수입 등록 여부나 표시사항 등을 꼭 확인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그동안 지역민이나 업계로부터 받은 주요 건의사항이 있다면?
▲가장 많은 요청이 들어오는 건, 식품 제조 과정에서 이물 발생을 줄이기 위한 교육지원이다. 제조 현장에서는 아무리 주의해도 이물이 발생할 수 있어서 체계적인 관리법을 배우고 싶다는 요청이 많다.
이에 업체들을 대상으로 실제 현장 사례를 공유하고, 이물 관리가 우수한 업체의 전문가를 초청해 교육을 진행했다. 또한 제조업 간 질의응답 시간을 마련해 서로의 관리 노하우를 공유한 결과, 이물 신고 건수가 전년 대비 약 15% 줄어드는 효과를 얻었다. 올해도 이런 현장 맞춤형 교육을 이어가면서 이물 진단검사 전문기관 등을 초빙해 교육 프로그램을 한층 강화할 예정이다.
또한 화장품 업계에서는 수출 과정에서 국내법과 해외 법규의 차이 때문에 어려움을 호소했는데, 이에 식약처는 중소벤처기업부와 업무협약(MOU)을 맺고 K-화장품 해외 홍보와 수출 지원 체계를 구축했다. 아울러 화장품 안정성 평가 지원사업도 안내해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자 했다. 결국 이런 활동은 현장의 목소리를 행정에 연결하기 위한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충청권 지자체나 교육청, 민간기업 등과 협력 사례가 있다면?
▲식중독 관리는 한 기관만으로는 대응하기 어렵기 때문에 지자체·교육청·보건환경연구원까지 함께 '학교급식 식중독 대응 협의체'를 구성해 매년 두 차례 운영하고 있다. 개학 철마다 합동 위생점검을 실시하고 실제 사고에 대비한 모의 훈련도 진행한다. 문제가 생겼을 때 누가, 어떤 방식으로 대응할지 사전 시나리오를 점검해 두면 훨씬 신속한 조치가 가능하다.
관내 지자체 의약품 분석담당자들과 의약품 시험분석 교육을 함께 진행하며 전문성을 높이는 데 서로 도움을 주고 있기도 하다. 각자 경험하는 사례나 노하우가 달라서 이러한 교류는 실무 역량을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된다.
그리고 지역 식·의약 관련 전공 대학생을 대상으로 실험실 견학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이론과 실제 현장이 어떻게 연결되는지 보여주려고 하는데 학생들 반응이 생각보다 좋다. 우리 직원들과 대화하면서 진로에 대한 구체적인 그림을 그려나가는 모습을 보면 뿌듯하다. 나중에 이 분야에서 일하고 싶다는 학생들도 있었다. 지역 인재와 함께하며, 앞으로도 대전청이 지역 성장에 보탬이 되는 기관이 되고 싶다.
-지금은 인공지능(AI)시대라고 한다. 이와 관련해 식품, 의약품 안전과 관련된 새로운 기술이나 전략을 도입한 사례가 있는지 궁금하다.
▲식약처는 AI와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각종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대표적으로는 첨단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수입안전 전자심사24(SAFE-i24)'가 있다. 최근 식품 수입이 지속해서 증가함에 따라 효율적인 수입검사 업무를 위해 개발됐다. 기존에는 업무시간에만 가능했던 수입식품 서류심사가 365일 24시간 가능하게 됐고, 처리 시간도 48시간에서 5분으로 대폭 단축됐다. 수입 통관 시간과 물류비용이 크게 절감되면서 현장 만족도도 높고, 한국정책학회 최우수정책상 수상, ISO/IEC 42001(인공지능경영시스템 인증) 획득 등 대내외적으로도 성과를 인정받았다. 또한 의약품 심사에도 AI를 도입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내년부터는 의약품 심사자료 요약 및 자료 자동 분석·평가를 위한 AI 모델인 AI 심사관을 본격적으로 도입할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지역민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대전식약청은 지역민들의 건강과 안전을 지키는 동네 파수꾼 같은 곳이다. 시민들이 식품을 먹거나 약을 복용할 때 '이거 안전할까?'라는 걱정을 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우리의 일이다. 하지만 혼자서 모든 것을 할 수는 없다. 시민들의 의견이 더해져야 정책도 제대로 돌아간다. 불편하거나 개선했으면 하는 점이 있으면 언제든지 편하게 말씀해달라. 앞으로도 대전식약청은 시민이 믿고 의지할 수 있는 기관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며, 지역과 함께 튼튼한 안전망을 만들어 가는 동반자가 되겠다.
/대담=박병주 경제부장·정리=김흥수 기자·사진=대전식약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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