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찬바람 맞고 자고 일어났더니… 얼굴이 돌아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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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찬바람 맞고 자고 일어났더니… 얼굴이 돌아갔어요

정정교 대전대 대전한방병원 통증척추센터 교수

  • 승인 2025-10-01 16:51
  • 신문게재 2025-10-02 22면
  • 임병안 기자임병안 기자
정정교교수님
정정교 대전대 대전한방병원 통증척추센터 교수
한여름 아침, 세수를 하다 거울을 본 순간 입꼬리가 한쪽으로 쏠려 있고 눈도 제대로 감기지 않는다면 누구든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이는 흔히 말하는 안면신경마비(구안와사, 벨마비)로, 얼굴의 표정 근육을 조절하는 안면신경에 급성으로 이상이 생긴 상태다. 보통 겨울철 찬바람이 원인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여름철에도 적지 않게 발생하며, 한의원·한방병원에서도 여름 안면신경마비로 내원하는 환자들이 꾸준히 있다.

특히 에어컨이나 선풍기 바람이 얼굴에 직접 닿은 상태로 잠이 들거나, 땀을 흘린 뒤 차가운 기운에 노출되었을 때, 또는 음주 후 체온 조절이 무너진 상황에서 자주 발생한다. 실제로 다수 환자들이 "전날 찬바람을 맞으며 잤다"고 말하는 것도 이러한 경향을 보여준다.



의학적으로 찬바람 노출이 안면신경마비를 직접 유발한다고 단정하긴 어렵지만, 여러 연구에서는 냉기 자극이 말초 안면신경을 따라 혈류를 감소시키고, 염증과 부종을 악화시켜 신경 기능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보고하고 있다. 특히 피로, 면역 저하, 수면 부족 등의 조건이 겹치면 발병위험이 더욱 커진다. 또한, 잠복한 단순포진바이러스가 냉기나 스트레스에 의해 재활성화되어 신경을 손상시킬 가능성도 있다.

한의학에서는 이 같은 상태를 '구안와사', 또는 '와사풍'이라 하며, 외부의 찬 기운이 얼굴 경락 등에서 기혈순환을 원활하지 않게 하여 생긴 병증으로 이해한다. 발병이 급작스럽게 나타나는 만큼 초기 대응이 매우 중요하며, 일반적으로 발병 후 3~5일 이내에 치료를 시작하면 회복 속도와 결과가 크게 향상될 수 있다.



한의치료는 침 치료를 중심으로 약침, 뜸, 추나요법 등을 병행해 안면신경 기능을 회복시키고 혈류를 개선하며, 신경 자극과 염증 완화를 도모한다. 침 자극은 마비된 부위의 혈류와 신경전도 기능을 개선하고, 뜸과 약침은 면역 반응 조절과 회복 촉진에 도움을 준다. 경우에 따라 한약 처방을 통해 전신 컨디션을 회복시키고, 얼굴 근육의 긴장 불균형을 조절하는 추나요법도 병행될 수 있다. 한약을 포함한 대부분의 치료는 건강보험이 적용되어 치료 효과와 경제성 모두를 고려할 수 있다.

여름철 안면신경마비는 감기처럼 금방 나을 거라 여기고 치료를 미루기 쉬우나, 초기 치료 시기를 놓치면 비대칭, 안면 연축, 연합운동, 감각 이상 등의 후유증이 남을 가능성이 높다. 특히 중장년층, 과로가 누적된 직장인, 오래된 고혈압, 당뇨나 면역 저하 상태에서는 회복 속도가 더디고 예후가 좋지 않을 수 있어 조기 대응이 매우 중요하다. 예방은 어렵지 않다. 수면 중 찬바람이 얼굴에 직접 닿지 않도록 하고, 운동 후 땀을 흘린 상태에서 냉방에 노출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체력과 면역이 약해진 상태라면 더욱 조심해야 한다. 만약 어느 날 갑자기 귀 뒤가 뻐근하고, 입 한쪽으로 물이 새고 눈이 잘 감기지 않는 증상이 느껴진다면 망설이지 말고 서둘러 내원하셔서 진료를 받아보시기 바란다. 빠른 초기 대응이 가장 좋은 치료다. /정정교 대전대 대전한방병원 통증척추센터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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