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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금남면 비닐하우스에서 사육되고 있는 미용 실습견 모습. /세종시 제공 |
세종시(시장 최민호)는 지난 11일 금남면 소재 국유지 비닐하우스에서 부적절한 사육환경에 놓인 개 58마리를 즉시 구조해 동물자유연대 소속 보호센터와 동물보호센터로 보호조치 했다고 18일 밝혔다.
시는 ㈔동물자유연대로부터 '수십 마리의 개가 열악한 환경에서 사육되고 있으며, 인근 애견 미용학원과 펫샵 로고가 붙은 차량이 드나들고 있다'는 내용의 신고를 접수한 후 현장을 방문해 사육환경을 점검했다.
금남면 소재 국유지 비닐하우스에선 애견미용 실습견으로 이용되는 것으로 추정되는 개 58마리가 다층 케이지 내 배설물 적재, 환기 불량, 쥐 출몰 등 위생 불량 상태에서 사육 중인 사실이 확인됐다. 일부 사육견은 깔끔한 미용 상태를 보였으나 일부는 귀 끝이 잘려있는 등 몸 곳곳서 상해 흔적도 발견됐다.
시는 우선 소유주에게 동물위해 방지조치 이행을 위한 시정명령과 반려동물에 대한 사육·관리·보호의무에 대해 계도 조치한 상태다. 동물보호법상 동물 학대 및 무허가 영업 등 위반 여부 확인을 위해 소유주에 관련 자료제출을 요구하는 등 행정절차를 이행 중이다. 시는 위반 사항에 대해서는 즉시 고발 조치하고, 미용 실습견으로 활용한 것으로 의심되는 애견 미용학원에 대해서도 행정처분 가능 여부를 살펴볼 방침이다.
하지만 처벌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행법상 미용 기술을 가르치는 미용학원은 '동물보호법'이 아니라 학원의 설립 운영·과외 교습에 관한 법률, 약칭 '학원법'의 적용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학원법 내 미용 실습견들은 생명체가 아닌 교보재로서 법적 취급을 받아 애당초 관리에 관한 조항이 없는 만큼 제재할 법적 근거도 없다.
동물 학대 사건은 매년 꾸준히 늘고 있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2020년 992건이었던 학대 건수가 2023년 1290건으로 23% 급증했다. 2023년과 비교하면 10년 새 18배 이상 늘었다.
이러한 증가세는 현행 동물보호법 위반에 대한 '약한 처벌 수위'가 배경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동물 학대에 대한 처벌 수위가 약하다 보니 학대 행위가 반복된다는 판단이다. 현재 법정 최고형은 3년 이하의 징역, 벌금 3000만 원에 그치고 있다.
동물보호단체의 한 관계자는 "동물보호법 보완을 통해 미용 실습견들도 관리 대상에 포함되도록 해야한다"며 "동물은 물건이 아니라는 인식 개선과 사회적 감시망 형성, 처벌 강화를 통한 학대 행위가 저지되도록 공동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세종=이은지 기자 lalaej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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