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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게티이미지뱅크 |
학생들은 고교학점제 도입으로 직접 원하는 과목을 선택할 수 있는 것을 장점으로 꼽았으나, 9등급제에서 5등급제로 바뀌면서 내신 성적 관리와 생활기록부 부담이 커지고 아파도 참고 수업을 들어야 하는 애로점을 토로했다.
중도일보는 9월 19일까지 대전 지역 일반고, 특목고, 자율형 공립고에 재학 중인 1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올해 3월부터 전면 시행 중인 고교학점제에 대한 장단점과 개선 방향에 대한 의견을 들어봤다.
제도의 장점으로는 대부분 학생이 수업 선택권을 꼽았다. 국어·수학·영어 등 필수 과목을 제외하고, 2학년 진급 후 학생이 직접 듣고 싶은 과목을 선택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수업을 선택하는 과정에서 미리 대학 전공이나 진로를 고민해볼 수 있고 수행평가를 통해 심화 학습도 할 수 있어 도움이 된다는 의견도 있었다.
특히 재학 중인 학교에서 들을 수 없는 수업을 다른 학교 혹은 외부 강사 오프라인 수업, 온라인을 통해 수강할 수 있는 '공동교육과정'이 생겨 다양한 분야의 수업을 접할 수 있는 점에서도 긍정적으로 봤다.
대전의 모 자율형 공립고에 재학 중인 A 학생은 "공동교육과정에 재밌는 교양이나 심화 과목들이 있다 보니 몇몇 친구들은 야간자율학습 시간을 활용해 들으러 간다"며 "점수를 매겨 평가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부담 없이 수업을 듣는 학생들도 있지만, 대부분 그 시간에 대입 준비를 위해 학원을 가거나 야자에 참여하기 때문에 실제로 공동교육과정 수업을 듣는 친구들은 많지 않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동시에 학생 선택 범위가 좁아 아쉽다는 반응도 있었다. 공동교육과정을 제외하고, 내신에 반영되는 교과목들은 대입 준비·교사 수 부족 등 한계로 기존 사회·과학 탐구 계열 과목 중에 선택하는 것이 전부라는 것이다. 일부 고교는 특정계열을 정해두고 그 계열 내에서만 학생들이 선택할 수 있다는 제한을 걸어두기도 했다.
개선이 필요한 점은 많았다. 특히 고교학점제 도입에 따른 5등급제 개편과 출결 방식은 문제가 있다고 다수가 지적했다. 5등급제로 바뀌면서 내신관리가 어려워진 탓에 취지와 달리 사교육에 의존하거나 수시보다 정시에 집중하는 경향이 더 심해졌다는 것이다.
대전의 모 특목고에 다니는 B 학생은 "경쟁을 완화하기 위해 5등급제로 바꿨다고 하지만, 1등급이 4%에서 10%까지 늘어나는 등 등급별로 비율이 늘어나면서 성적 올리기에 더 혈안이 됐다"라며 "분별력이 떨어져 생기부에 넣어야 하는 경험이나 특이사항에 부담을 느끼는 친구들이 많아졌다"라고 토로했다.
일반고에 다니는 C 학생은 "결석이 잦으면 졸업을 못할뿐더러 대학에서도 출결 사항을 중요시 본다고 들었다"며 "과목별로 출결 관리를 해야 하고 병결이 단순 결석처럼 처리되다 보니 대부분 아파도 조퇴조차 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 밖에 최소성취보장제에 따른 학업 부담, 선택과목 중도 변경 어려움, 과목별 강의실 이동에 쉬는 시간 감소 등을 토로하기도 했다.
절대평가 교과목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지역의 또 다른 자율형 공립고에 재학 중인 D 학생은 "필수과목 중 국·수·영뿐만 아니라, 비교적 중요도가 떨어지는 정보·한문 과목도 상대평가를 하다 보니 시험 준비할 때 부담이 너무 크다"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제도 개편 전에 현행 대입 체제나 사회 인식부터 먼저 개선했으면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B 학생은 "고교학점제는 취지와 달리 마치 학생들에게 더 완벽함을 요구하는 거 같다"라며 "우리나라는 학벌을 중요시하고 능력주의가 만연한데, 사회에서 혁신적인 제도를 도입할수록 학생들만 힘들어진다. 인식을 바꾸지 않는다면, 선진국형 교육을 억지로 집어넣는 것은 오히려 혼란만 준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한편 고교학점제는 고교도 대학처럼 학생들이 원하는 과목을 선택해 듣고 학점을 받는 제도다. 교원 단체를 중심으로 제도 폐지 여론이 들끓자 교육부는 9월 19일 고교학점제 개선방안을 발표하려 했지만 돌연 취소했다.
정바름 기자 niya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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