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다시, 관세

  • 오피니언
  • 편집국에서

[편집국에서] 다시, 관세

김흥수 경제부 차장

  • 승인 2025-09-30 10:44
  • 수정 2025-09-30 14:03
  • 신문게재 2025-10-01 18면
  • 김흥수 기자김흥수 기자
KakaoTalk_20191013_171443825
김흥수 경제부 차장
몇 달 전, 한·미 양국이 관세협상을 타결했다는 기사를 보도했다. 지역경제 소식을 주로 다루지만, 국가적 문제는 지역과도 밀접하게 연결된 만큼 주요이슈는 짚어야 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오보였다. 정보의 비대칭 때문이었다. 양국이 정치적으로 큰 틀에서만 합의했을 뿐, 세부 협의가 남아있었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것은 미국이 요구한 3500억 달러 규모의 현금투자였다. 그것은 '선물'이었고, 심지어 '선불'이었다. 한국인이 미국 땅에 씨를 뿌려 경작했는데, 미국인이 결실을 수확하겠다는 게 이치에 맞지 않았다. 다만, 애초에 힘의 불균형으로 시작된 협상이었기에 무리한 요구라도 수용하는 게 맞는지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국내 여론은 출렁였다. 초기에는 조속히 협상을 매듭짓자는 분위기가 우세했지만, 시간이 흐르며 기류가 바뀌었다. 일본이 미국과 맺은 협약이 모두 내준 백기 투항이었다는, 그리고 교과서에서 배운 을사늑약이 국민 뇌리에 오버랩되면서 회의론에 힘이 실렸다. 여기에 미국 조지아주에서 발생한 한국인 구금사태는 여론에 기름을 부었고, 단순 무역협상이 아닌 '경제 주권' 문제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굳건한 한미동맹도 절실한 이재명 정부가 꺼내든 협상 카드는 '무제한 통화스와프'였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권한이 아닌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의결이 필요한 사안으로, 시간을 벌기 위한 묘수였다. 기축통화국이 아닌 우리나라 입장에서 통화스와프 없이 관세협상을 맺을 경우, 1997년 IMF 사태와 같은 외환위기가 올 것이라는 논리였다. 이 때문에 정부도 통화스와프는 협상의 필수 조건이라고 못을 박았다. 이 대통령도 "사인하면 내가 탄핵당할 것"이라고 미국 타임지와 인터뷰에서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미국이 원하는 3500억 달러는 원화 기준으로 490조 원으로 우리나라 외환보유고의 84%에 달하는 천문학적 금액이다. 경제 전문가들은 이를 수용할 경우 원·달러 환율이 2000원을 넘겨, 원화 가치 하락과 국가 신뢰도 추락으로 산업 전반에 치명상을 입을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하지만 정치권은 어떠한가. 연일 관세협상을 두고 네 탓 공방으로 공회전하고 있다. 여당은 다수당의 지위로 각종 입법을 강행하고 있으며, 야당은 반미정권이라며 트집 잡기를 일삼는다. 정치가 분열되자 국민들도 진영논리에 매몰된 모습이다. 산업계에서 요구하는 실질적인 피해대책에 대한 논의는 뒷전으로 밀려난 것처럼 보인다.

얼마 전 한 지역 경제단체 관계자에게 들은 말이다. "정치권이나 여론이나 진영논리로 반미냐 친미냐, 반중이냐 친중이냐 다투는 데, 일단 우리부터 살고 봐야 하는 것 아닌가요?"

어쩌면 지금이 우리의 30년을 결정짓는 순간일지도 모른다. 소모적인 진영논리보단 건설적인 생존전략을 찾아야 할 때다. /김흥수 경제부 차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입+] 종로학원 2026 수능 가채점 정시 분석… 서연고 경영 280점대, 의대는 290점 안팎
  2. 세종시 어린이들의 '가족 사랑' 그림...최종 수상자는
  3. 초록우산 박미애 본부장, '시낭송 상금' 100만 원 기부 귀감
  4. 한남대, 2025 산학프로젝트 챌린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상
  5. 건보공단, 미혼 한부모가정 위한 따뜻한 지원 눈길
  1. 충남대, 중국약과대학과 협약…바이오 재료·약학 분야 공동 연구 추진
  2. 세종충남대병원, '당뇨병 예방과 공연' 이벤트..건강한 삶 이끈다
  3. 세종도시교통공사, 저출산·지방소멸 해결 위한 시민 소통 강화
  4. 세종테크노파크, 네트워킹데이 개최...입주기업 성장 돕는다
  5. 더민주대전혁신회의 "검찰 집단항명, 수사 은폐 목적의 쿠데타적 행위"

헤드라인 뉴스


서연고 경영 280점대… 수도권 의대 285, 비수도권 275점

서연고 경영 280점대… 수도권 의대 285, 비수도권 275점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가채점 결과를 토대로 한 정시 합격선 예측에서 서울 주요 대학의 경영·의학계열 합격선이 280~290점대에서 형성될 것으로 분석됐다. 올해는 문과 지원확대와 의대 정원 원복, 탐구영역 선택 변화 등으로 인해 정시 지원전략에서 문·이과 모두 경쟁 양상이 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14일 종로학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국어·수학·탐구(2) 원점수 합 기준으로 서울대 경영대학 합격선이 284점, 연세대·고려대 경영이 280점, 성균관대 글로벌경영이 279점, 서강대 경영학부 268점, 한양대 정책학과..

캡틴 손흥민과 조규성의 합작…한국 대표팀 볼리비아에 2-0 승리
캡틴 손흥민과 조규성의 합작…한국 대표팀 볼리비아에 2-0 승리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이 '캡틴' 손흥민과 조규성의 활약에 힘입어 볼리비아와의 평가전을 승리로 이끌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은 14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볼리비아와의 평가전에서 2-0으로 승리했다. 홍명보 감독은 4-2-3-1 포메이션을 꺼내 들었다. 9월과 10월 A매치에서는 스리백을 시험했지만, 이날은 포백을 통해 선수들의 기량을 점검했다. 손흥민을 원톱에 세운 뒤 2선에 황희찬과 이재성, 이강인을 배치해 공격 라인을 꾸렸다. 중원조합은 김진규와 원두재를 내보냈고, 포백라인은 이명재, 김태현, 김민재, 김..

대흥동의 `애물단지` 메가시티 건물…인공지능 산업으로 부활하나
대흥동의 '애물단지' 메가시티 건물…인공지능 산업으로 부활하나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설립을 앞둔 대전 중구 대흥동의 애물단지인 메가시티 건물이 기피시설이란 우려를 해소하고 새롭게 변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정치권에서는 정부 부처 간 협력을 통해 미래 첨단 산업 및 도시재생과의 연계를 시도하는 모습이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박용갑 의원(대전 중구)은 국회의원회관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정보통신산업진흥원 관계자를 만나 대전 중구 대흥동에 인공지능 산업 인프라를 조성하기 위한 재정적·행정적 지원을 요청했다고 14일 밝혔다. 대전 중구 대흥동에 위치한 메가시티 건물은 2008년 건설사의 부도로 공사가..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2025 청양군수배 풋살 최강전…초등 3~4학년부 4강전 2025 청양군수배 풋살 최강전…초등 3~4학년부 4강전

  • 2025 청양군수배 풋살 최강전…초등 5~6학년부 예선 2025 청양군수배 풋살 최강전…초등 5~6학년부 예선

  • ‘수능 끝, 해방이다’ ‘수능 끝, 해방이다’

  •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시작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