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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가 입는 가장 전통적인 혼례복은 '시로무쿠'라 불리는 순백의 의상이다. 시로무쿠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흰색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흰색은 어떤 색에도 물들 수 있다는 의미를 지닌다. 이는 시댁의 가치와 문화를 받아들이며, 새로운 가정에 순응하겠다는 신부의 마음가짐을 상징한다.
때로는 이 시로무쿠 위에 '이로우치카케'라 불리는 화려한 색상의 겉옷을 덧입기도 한다. 이로우치카케는 붉은색, 금색 등의 화려한 색채와 학, 소나무, 꽃 등의 전통 문양이 수놓아져 있어 혼례의 경사스러운 분위기를 더욱 돋워준다.
신랑은 '몬츠키 하카마'라는 전통 의상을 착용한다. 몬츠키는 가문 문장이 새겨진 검은색 상의이며, 하카마는 폭이 넓은 줄무늬 바지 형태의 하의이다. 이 의상은 품위 있고 정제된 인상을 주며, 신부의 의상과 잘 어울리는 조화를 이룬다.
신부의 머리 장식도 전통 혼례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대표적으로는 '쓰노카쿠시'와 '와타보시'가 있다. 쓰노카쿠시는 '뿔을 숨긴다'는 뜻을 지닌 흰 천으로, 신부가 질투나 고집 같은 감정을 감추고 온화하고 겸손한 아내가 되겠다는 상징을 담고 있다. 전통적인 머리 모양 위에 쓰노카쿠시를 덮어 머리를 감싸듯 연출한다.
반면 와타보시는 둥근 모자 형태의 흰색 장식으로, 신부의 얼굴을 부드럽게 감싸는 형태이다. 이는 신랑 외에는 얼굴을 보이지 않겠다는 의미를 지니며, 신부의 순결함과 정숙함을 나타낸다.
현대의 일본 결혼식에서는 이러한 전통 복식과 서양식 웨딩드레스를 함께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전통 혼례복으로 본식을 치른 뒤 피로연에서는 웨딩드레스나 색 드레스로 갈아입는 것이 일반적이며, 이러한 복식 전환을 '오이로나오시'라고 한다. 이를 통해 전통과 현대가 조화를 이루는 혼례 문화를 엿볼 수 있다.
일본의 전통 혼례복은 단순한 의복이 아닌, 결혼이라는 인생의 중요한 순간에 담긴 의미를 전하는 문화적 상징이다. 그 안에는 순응, 겸손, 정결 등 일본 사회가 중요하게 여겨온 가치들이 오롯이 담겨 있으며, 이를 통해 일본인의 전통 미의식과 정신을 이해할 수 있다.
하시모토시노부 명예기자(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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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다문화뉴스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