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디세이] 세종, 디지털 트윈 도시 추진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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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디세이] 세종, 디지털 트윈 도시 추진할 때다

송복섭 한밭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 승인 2025-10-20 11:26
  • 신문게재 2025-10-21 18면
  • 심효준 기자심효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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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복섭 교수
바야흐로 AI가 난리다. 등장한 지 얼마 되지 않는 것 같은데 벌써 대한민국 곳곳의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되었다. 과연 AI가 인간의 어디까지 대체할 것이고 그것이 인간 삶에 옳은 일인가 등의 도덕적이고 철학적인 질문은 자취를 감춘듯하고, 우리나라가 AI 분야에서 현재 순위가 어떻게 되고 앞으로 뒤처지지 않기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로부터 AI 기업 투자는 이미 늦었으니 전기 수요가 늘어날 것을 대비해 관련 기업이 전망 있다는 애널리스트의 분석에 솔깃해하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AI는 이미 우리 생활 깊숙이 들어와 있다. 한동안 만화 캐릭터 모양으로 프로필을 바꾸는 놀이가 유행하더니 이제는 인공지능 배우를 만들어 할리우드 영화 출연을 위한 계약을 추진 중이라고도 한다. 건축 분야에서도 멋진 건물을 만드느라 일일이 도면을 그리고 재료를 선택하느라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일정한 조건을 명령어로 입력하면 다양한 대안을 AI가 만들어 내니 고된 수고를 던 셈이다. AI가 잠깐 사이 만들어 낸 결과물을 사람은 그중에서 맘에 드는 걸 선택하기만 하면 된다. 농촌의 인구소멸 문제도 AI로 분석한 시뮬레이션 데이터를 기본으로 하고 건축 인허가를 위한 복잡한 법률 검토도 AI를 동원해 처리하는 방식이 조만간 제도화할 것으로 예상한다.



AI를 활용한 주목받는 기술 중 하나가 디지털 트윈이다. 현실 세상의 물리적인 환경을 가상 세계에 똑같이 구현하고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시뮬레이션으로 예측한 다음 최적화한 해결책을 마련해 적기에 자원을 투입함으로써 재난을 사전에 방비하고 비용을 절감하는 것을 말한다. 도시로 국한해 좀 더 쉽게 설명하자면, 상수도에 문제 생겨 도로를 파고 공사를 완료했는데 얼마 뒤 똑같은 도로에서 하수도 문제로 다시 도로를 파헤치거나 전선 지중화를 한다고 땅을 또 파는 일을 막을 수 있다. 가상 세계에서 우선 각종 가능성을 염두에 둔 모의공사로 문제가 없음을 확인한 다음 현실의 공사를 최적의 시간에 시작하는 것이 비용도 절감하고 간섭에 따른 곤란도 미리 해소한다는 것이다.

나아가 상수도관에 센서를 부착하고 노후 정도와 갑작스러운 이상 징후를 모니터링해 실시간으로 디지털 트윈 도시에 전달하면 시스템이 필요한 조치를 다각도로 검토해 사고가 나기 전에 대책을 마련할 수도 있다. 새로운 건축허가 건이 접수되면 이로써 만들어지는 변화가 전체 시스템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 지도 시뮬레이션으로 검토가 되므로 건물 신축에 따른 예상 못 한 상황도 막을 수 있다.



디지털 트윈은 복잡한 도시환경에서 획기적인 도시관리 방법으로 여겨지고 있다. 싱가포르와 헬싱키가 선제적으로 디지털 트윈 도시를 정책으로 추진하는 이유다. 문제는 이러한 시스템을 갖추려면 노력과 비용이 따른다는 것이다. 오래된 도시 인프라를 모두 조사해야 하고 역사가 오랜 누적된 정보를 파악하기조차 쉽지 않은 일이다. 반면에 세종시는 건설을 시작한 지 20년이 돼가고 있지만, 신도시이고 계획도시이며 대부분 도시 건설과 관리를 위한 디지털 데이터가 갖추어져 있다. 세종시를 대상으로 디지털 트윈 도시를 구축하고 운영하면서 쌓이는 노하우를 바탕으로 다른 도시들로 확대하는 것이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동시에 우리의 앞선 기술을 필요로 하는 다른 나라 도시들로 확대해 나간다면 새로운 국부창출의 계기도 될 수 있다.

디지털 트윈 도시 추진은 또 다른 효과도 낳는다. AI가 인간을 대체해나가는 대부분 산업 분야에서 건축과 도시 분야에서 새로운 산업 모델로 키워갈 수 있을 것으로도 기대되기 때문이다. 인구는 감소하고 건물을 짓고 도시를 만드는 일이 점차 줄어들 세상에서 건축과 도시 분야 대학을 졸업하는 인력의 일자리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지만, 디지털 트윈 도시건설은 새로운 직업 분야를 만들어 내는 역할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AI 시대는 기존 방식으로는 대처하기가 어렵다. 한동안 AI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컴퓨터공학과 인재 증원이 사회적 쟁점으로 등장했지만, 반대로 글로벌 빅테크 기업이 신규인력을 감원하는 현실이 만들어지고 있다. 각 영역에서 새로운 사업모델을 끊임없이 만들어 내야 하는데, 우선 세종시를 대상으로 디지털 트윈 도시를 시작하길 제안한다./송복섭 한밭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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