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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현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책임연구원 |
조만간 인공지능은 세상에 새로운 질서를 만들 것으로 예측된다. 전통적인 기업들도 새로운 질서에 적응하지 못하면 도태될 것이고, 혁신적인 기업들이 우리 삶 깊숙이 자리 잡을 것이다. 현대 사회는 국가 간 외교나 경제 활동, 심지어 개인의 선택에도 실용적인 이익을 우선시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우리 사회가 명분보다는 실리를 중요시하는 자본주의를 채택했으므로, 새로운 기술인 인공지능은 시장에서의 효율성과 경쟁을 통해 물질적 번영을 달성하고자 하는 방향으로 더욱 나아갈 것이 분명하다. 비록 장기적인 성장을 위해 사회적 책임(CSR)이나 ESG 경영(환경, 사회, 지배구조)과 같은 명분을 중요하게 인식하기 시작했다 하더라도, 이윤 추구를 가장 중요한 동력으로 삼고 있는 자본주의의 특성을 벗어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리고 그 경향은 인류가 경험하지 못한 속도로 가속화될 것이다.
새로운 인공지능 기술은 막대한 자본 투자를 해야 하며, 자본 수요가 늘어나게 되고, 이에 따라 자본을 소유한 개인에게 부가 집중될 것이다. 이렇게 집중된 부는 다시 자본 투자로 이어지며, 더욱 심각한 부의 집중 현상을 초래하게 된다. 악순환이다. 경제적 부의 집중은 자본의 희소성을 유발하고, 더 많은 자본을 확보하려 과도한 노력을 수반하게 된다. 우리는 이것을 '탐욕'이라 부른다.
국립국어원의 국어사전에 정의된 탐욕은 '지나치게 탐하는 욕심'이다. 기본적으로 욕심은 나쁜 것만은 아닐 것이다. 문제는 '지나친'이라는 수식어에 있다. 인류 문명의 발전은 '더 나은 것'을 추구하는 욕망에서 시작됐지만, 현대 사회는 이러한 욕망이 과도하게 증폭되어 '탐욕'이라는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우리 주위의 평범한 이웃들은 더 가지고자 하는 이유를 '부족'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평생 써도 부족하지 않을 정도로 많은 것을 가진 사람들이 더 가지기 위해 아등바등하는 것을 보면, 부족이 탐욕의 근본 원인은 아닌 것 같다.
사람은 본래 사회적 동물이며, 자신의 위치를 타인과 비교하는 경향이 있다. 소위 '배고픈 건 참아도 배 아픈 건 못 참는다'라는 말이 이를 대변한다. 명품 소비, 고급 주택 소유 등 타인이 가진 것을 자신도 가져야 한다는 심리는 끝없는 소비와 소유에 대한 욕망을 자극한다. 이러한 심리는 무한 경쟁과 효율성을 강조하는 신자유주의 환경에서 개인이 끊임없이 더 많은 부를 축적하고 성공을 증명하도록 압박한다. 더 나아가, 물질적 성공이 개인의 가치를 평가하는 주요 척도가 되면서 스스로 자신의 탐욕을 더욱 정당화할 수 있다.
'욕심'을 가지되 '지나치지' 않게 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인간이 탐욕에 빠지는 근본적인 이유 중 하나는 우리의 뇌가 보상과 쾌감을 추구하도록 설계되어 있기 때문이다. 뇌 속의 도파민 회로는 우리가 목표를 달성하거나 쾌락을 경험할 때 활성화되어 즐거움과 만족감을 느끼게 하며, 이러한 도파민 시스템은 끊임없이 '더 많은' 보상을 추구하도록 만든다. 이것이 바로 선을 넘는 과정이다.
현대 사회에서 탐욕은 단순히 개인의 도덕성 문제로 치부하기 어려운, 인간 본성과 현대 사회 시스템이 얽혀 있는 복합적인 현상이다. 인공지능 기술로 인해 세상이 급변하는 시기에 이러한 '탐욕'의 제어가 더욱 필요한 시점이다. 이는 강한 규제와 감독도 필요하겠지만, 사회문화적 전략이 반드시 동반되어야 할 것이다. 새로운 미래 사회 예측을 반영한 기업 윤리 교육, 미디어 담론 관리, 사회적 규범 형성, 개인 및 사회적 '탐욕'에 관한 체계적인 연구, 공감 교육 등이 그것이다. 김성현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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