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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병찬 국립한밭대학교 산업경영공학과 교수 |
사람들은 인생의 과정 속에서 크고 작은 전환을 수차례 경험한다. 연구와 통계에 따르면 큰 변화는 다섯 번에서 여섯 번 정도이고, 직장 안에서 맞닥뜨리는 작은 변화를 합치면 일곱 번에서 아홉 번까지 늘어난다. 그러나 전환의 횟수 자체가 본질은 아니다. 그 과정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활용하느냐가 관건이다. 변화가 시장의 압력에 의해 강제로 이루어지면 고단한 일이 되지만, 내가 미리 준비해 계획한 전환이라면 새로운 기회의 문이 열린다.
변화를 기회로 만들기 위해서는 몇 가지 구체적인 습관이 필요하다. 첫째, 자동화 도구나 인공지능을 활용해 반복적인 업무를 줄여야 한다. 문서 정리나 보고서 요약처럼 손에 잡히는 작은 영역부터 시작하면 된다. 이 작은 실천들이 쌓여 어느 순간 다음 변화를 여유롭게 맞이할 힘으로 돌아온다. 둘째, 자신이 속한 산업과 사회의 흐름을 읽는 눈을 기르는 것이 필요하다. 고객의 요구, 규제의 변화, 현장의 언어와 분위기를 이해하는 힘은 도구가 바뀌어도 흔들리지 않는 중심이 된다. 셋째, 함께 일하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글쓰기, 설득, 협업, 책임 있는 태도는 기술이 가장 늦게 대체할 수 있는 부분이며, 결국 신뢰가 일터를 움직이는 동력이기 때문이다.
배움의 방식 또한 달라져야 한다. 과거에는 정답을 빠르게 외우고 재현하는 것이 경쟁력이었다. 그러나 인공지능은 이미 정답을 찾아내고 보여주는 일을 인간보다 싸고 빠르고 정확하게 수행한다. 이제 필요한 것은 정답을 외우는 능력이 아니라 정답에 이르기 전의 질문과 맥락을 만드는 힘이다. 왜 이 일을 해야 하는지, 무엇을 목표로 삼아야 하는지, 더 나은 방법은 무엇인지 묻고 답하는 능력이 경쟁력으로 이어진다. 실수를 숨기지 말고 개선의 기회로 삼는 습관, 자료의 출처를 명확히 밝히고 개인정보를 지키는 책임 있는 도구 사용, 이것이 기술을 위험이 아닌 든든한 동반자로 만드는 길이다.
사회와 조직의 역할도 중요하다. 누구나 짧은 기간에 배워 능력을 증명할 수 있는 과정을 쉽게 찾고 여러 번 반복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지역의 문제와 공공 데이터를 학습 과제로 연결하면 배움이 곧 현실적 훈련으로 이어진다. 학위보다 중요한 것은 누적 가능한 능력의 증빙이며, 이것이 잦은 전환의 시대에 가장 든든한 자산이다. 기업과 기관은 개인이 새로운 도전을 시도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 주어야 하고, 국가는 평생교육의 기회를 제도적으로 보장해야 한다. 그래야만 개인의 전환이 사회 전체의 혁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
여기에 더해 우리는 인공지능이 불러올 노동시장의 양극화를 직시해야 한다. 단순 반복 업무와 저임금 직종은 빠르게 대체되는 반면, 새로운 직무와 고숙련 직종은 더 많은 기회를 얻게 된다. 이는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렵다. 국가 차원에서 재교육과 직업 훈련 체계를 촘촘히 설계하지 않는다면, 기술은 소수의 기회가 아니라 다수의 불안을 키울 것이다. 따라서 전환은 개인의 과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의 책무이기도 하다. 학교와 기업, 정부가 협력하여 누구나 변화의 물결을 타고 나아갈 수 있는 사다리를 마련해야 한다.
결국 인공지능 시대에는 직업이 여러 번 바뀔 수밖에 없다. 그러나 본질은 횟수가 아니라 내가 변화를 어떻게 준비하고 받아들이느냐이다. 작은 자동화, 맥락을 읽는 눈, 신뢰를 쌓는 태도, 그리고 질문을 만드는 습관. 이 네 가지가 쌓이면 직업은 여러 번 바뀌어도 커리어는 한 방향으로 깊어진다. 변화의 파도를 세는 대신 타는 법을 배우는 것, 이것이야말로 인공지능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선택해야 할 가장 현명한 길이다. /민병찬 국립한밭대학교 산업경영공학과 교수·민주평통 대통령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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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원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