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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흥수 경제부 차장 |
가장 큰 논란은 대전시가 지역 소주 업체인 선양이 아닌, 대기업 하이트진로에 한빛탑 사용 허가를 내줬다는 점이다. 시와 대전관광공사는 "진로 측에서 대전시와의 협업을 적극 제안하며 구체적인 기획안을 제출해 이번 콜라보가 성사됐다"며 "반면, 선양은 별도의 제안서를 제출하지 않았고, 하이트진로의 광고가 공개된 뒤에야 뒤늦게 아쉬움을 드러내고 있다"고 설명한다.
대전시나 관광공사 말처럼 행정적으로는 문제가 없겠지만, 상징적으로는 지역 산업의 존재감이 또 한 번 밀려난 것 같아 시민 입장에서는 뼈아프다.
물론 시와 관광공사 입장에서는 적극적으로 협얼을 제안한 하이트진로의 요청을 쉽게 외면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러나 대전시장이 민선 8기 공약으로 '일류경제도시 건설'을 슬로건으로 내세우며 지역산업 육성의 필요성을 강조해왔다는 것을 떠올려 보면, 이번 결정은 시정의 방향성 측면에서 고개가 갸우뚱해지는 것도 사실이다.
광고 목적의 지역 상징물 사용은 단순한 제품 홍보가 아니라 '누가 대전을 대표하느냐'의 문제로도 볼 수 있는 만큼, 시와 산하기관이 지역기업을 제쳐두고 대기업과 손잡은 데 대해 당분간 지역 내에서 잡음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그렇다고 선양에게 아무런 책임이 없는 것도 아니다. 선양은 수십 년 동안 맨몸 마라톤과 뻔뻔한 클래식 등 이색 행사를 비롯해 계족산 황톳길 조성·관리, 대전사랑 장학기금 등 지역사회와 상생하며 '지역 소주'로 자리 잡아 왔지만, 최근에는 오너의 알 수 없는 경영방침(?)으로 지역 내에서 존재감이 급격히 축소된 상태다. 지역 기업인들과의 교류가 뜸해졌고, '전국 브랜드화'라는 명분 아래 다른 지역 맛집을 찾아다니며 선양을 홍보하는 SNS 마케팅에만 치중하고 있어서다.
결국 이번 논란은 어느 한쪽의 잘잘못으로만 규정하기 어렵다. 대기업의 치밀한 마케팅 전략과 지역기업의 안일한 대응이 맞물려 만들어진 결과물이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한빛탑은 단순한 조형물이 아닌 대전의 상징물이며, 선양은 지역 소주 산업을 대표하는 기업이라는 것이다. 진정한 '일류경제도시'는 지역 기업의 브랜드가 살아날 때 가능하다. 한빛탑이 걸려있는 이 포스터를 바라보며 마시는 오늘 술은 왠지 더 쓰게 느껴진다. /김흥수 경제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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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흥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