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한빛탑, 술이 쓰다

  • 오피니언
  • 중도시평

[편집국에서] 한빛탑, 술이 쓰다

  • 승인 2025-11-05 11:29
  • 신문게재 2025-11-06 18면
  • 김흥수 기자김흥수 기자
KakaoTalk_20191013_171443825
김흥수 경제부 차장
대전의 상징물인 '한빛탑'이 지역 소주 업체 선양이 아닌 전국구 소주 브랜드 하이트진로의 '참이슬' 홍보 포스터에 등장하면서 지역사회에 적잖은 충격을 주고 있다. 진로가 최근 대전시와 대전관광공사로부터 한빛탑 이미지 지식재산권(IP) 사용 승인을 받아 '대전에서도 역시 대한민국 NO.1 참이슬'이라는 문구를 내걸면서 불거졌다. 지역 랜드마크를 활용해 시민들의 정서를 겨냥한 대기업의 마케팅 전략이지만, 이면에는 지역 산업의 위기감을 느낄 수 있다.

가장 큰 논란은 대전시가 지역 소주 업체인 선양이 아닌, 대기업 하이트진로에 한빛탑 사용 허가를 내줬다는 점이다. 시와 대전관광공사는 "진로 측에서 대전시와의 협업을 적극 제안하며 구체적인 기획안을 제출해 이번 콜라보가 성사됐다"며 "반면, 선양은 별도의 제안서를 제출하지 않았고, 하이트진로의 광고가 공개된 뒤에야 뒤늦게 아쉬움을 드러내고 있다"고 설명한다.

대전시나 관광공사 말처럼 행정적으로는 문제가 없겠지만, 상징적으로는 지역 산업의 존재감이 또 한 번 밀려난 것 같아 시민 입장에서는 뼈아프다.

물론 시와 관광공사 입장에서는 적극적으로 협얼을 제안한 하이트진로의 요청을 쉽게 외면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러나 대전시장이 민선 8기 공약으로 '일류경제도시 건설'을 슬로건으로 내세우며 지역산업 육성의 필요성을 강조해왔다는 것을 떠올려 보면, 이번 결정은 시정의 방향성 측면에서 고개가 갸우뚱해지는 것도 사실이다.



광고 목적의 지역 상징물 사용은 단순한 제품 홍보가 아니라 '누가 대전을 대표하느냐'의 문제로도 볼 수 있는 만큼, 시와 산하기관이 지역기업을 제쳐두고 대기업과 손잡은 데 대해 당분간 지역 내에서 잡음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그렇다고 선양에게 아무런 책임이 없는 것도 아니다. 선양은 수십 년 동안 맨몸 마라톤과 뻔뻔한 클래식 등 이색 행사를 비롯해 계족산 황톳길 조성·관리, 대전사랑 장학기금 등 지역사회와 상생하며 '지역 소주'로 자리 잡아 왔지만, 최근에는 오너의 알 수 없는 경영방침(?)으로 지역 내에서 존재감이 급격히 축소된 상태다. 지역 기업인들과의 교류가 뜸해졌고, '전국 브랜드화'라는 명분 아래 다른 지역 맛집을 찾아다니며 선양을 홍보하는 SNS 마케팅에만 치중하고 있어서다.

결국 이번 논란은 어느 한쪽의 잘잘못으로만 규정하기 어렵다. 대기업의 치밀한 마케팅 전략과 지역기업의 안일한 대응이 맞물려 만들어진 결과물이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한빛탑은 단순한 조형물이 아닌 대전의 상징물이며, 선양은 지역 소주 산업을 대표하는 기업이라는 것이다. 진정한 '일류경제도시'는 지역 기업의 브랜드가 살아날 때 가능하다. 한빛탑이 걸려있는 이 포스터를 바라보며 마시는 오늘 술은 왠지 더 쓰게 느껴진다. /김흥수 경제부 차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구도동 식품공장서 화재…통영대전고속도로 검은연기
  2. 유성복합터미널 공동운영사 막판 협상 단계…서남부터미널·금호고속 컨소시엄
  3. 11월 충청권 3000여 세대 아파트 분양 예정
  4. 대전권 대학 대다수 기숙사비 납부 '현금 일시불'만 가능…학부모 부담 커
  5. 김장 필수품, 배추와 무 가격 안정화... 대전 김장 담그기 비용 내려가나
  1.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 전국 신청률 97.5%… 충청권 4개 시도 평균 웃돌아
  2. 대전교육청 교육부 시·도교육청 평가 '최우수'
  3. 최고 1436% 이자 받아챙긴 40대 대부업자 실형
  4. 대전대 박물관, 개교 45주년·박물관 개관 41주년 기념 전시회 개최
  5. ‘여섯 개의 점으로 세상을 비추다’…내일은 점자의 날

헤드라인 뉴스


CTX 민자적격성조사 통과… 충청 광역경제권 본격화

CTX 민자적격성조사 통과… 충청 광역경제권 본격화

대전과 세종, 충북을 통합 생활권으로 연결하는 대전~세종~충북 광역급행철도(CTX) 사업이 민자적격성 조사를 통과하면서 사업 추진이 본격화 됐다. 4일 국토교통부와 대전시에 따르면 비수도권 최초의 광역급행철도인 대전~세종~충북 광역급행철도(CTX) 사업이 한국개발연구원(KDI)의 민자적격성 조사를 통과했다. 민자적격성 조사는 정부가 해당 사업을 민간투자 방식으로 추진할 수 있는지를 판단하는 절차다. 이번 통과는 CTX가 경제성과 정책성을 모두 충족했다는 의미로 정부가 민간 자본을 유치해 본격적으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

11월 13일 수능 당일 8시 10분까지 입실해야… 모바일 신분증 `불가`
11월 13일 수능 당일 8시 10분까지 입실해야… 모바일 신분증 '불가'

13일 열리는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당일 수험생은 8시 10분까지 시험실에 입실해야 하며 반드시 수험표와 신분증을 지참해야 한다. 단 모바일 신분증은 인정되지 않으니 주의가 요구된다. 교육부는 4일 이 같은 내용의 수험생 유의사항을 안내했다. 교육부는 수험생들을 향해 수능 하루 전인 12일 예비소집에 반드시 참여해 수험표를 수령하고 시험 유의사항을 안내받을 것을 당부했다. 수험표에 기재된 본인의 선택과목을 확인해야 하며 시험 당일 시험장을 잘못 찾아가는 일이 없도록 사전에 위치를 파악해 두는 것도 필요하다. 시험 당..

與野 대표 대전서 맞불…지방선거 앞 충청표심 잡기 사활
與野 대표 대전서 맞불…지방선거 앞 충청표심 잡기 사활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약 7개월 앞두고 여야 지도부가 잇따라 대전을 찾아 충청 민심 다지기에 나섰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4일 한남대에서 특강을 했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5일 대전시청에서 예산정책협의회를 주재하는 등 충청권에서 여야 대표가 맞불을 놓는 모양새다. 거대 양당 대표의 이같은 행보는 내년 지방선거 최대 격전지로 떠오른 금강벨트에서 기선을 잡기 위한 전략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5일 대전시청에서 충청권 '지역민생 예산정책협의회'를 열고 내년도 국비 확보 현황과 주요 현안을 점검한다. 이..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돌아온 산불조심기간 돌아온 산불조심기간

  • 전국 최고의 이용기술인은? 전국 최고의 이용기술인은?

  • 빨갛게 물들어가는 가을 빨갛게 물들어가는 가을

  • ‘꼭 일하고 싶습니다’ ‘꼭 일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