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배트맨의 집사, 알프레드의 인생을 바꿔놓은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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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배트맨의 집사, 알프레드의 인생을 바꿔놓은 사건

  • 승인 2025-11-06 10:52
  • 이영진 기자이영진 기자
복지팀장 이강준 사진
경기북부보훈지청 복지팀장 이강준
영화 '배트맨'시리즈에는 주인공 브루스 웨인의 집사이자 정신적 멘토인 알프레드라는 집사가 등장합니다. 집사답게 알프레드는 평소 세심하게 주인공을 챙깁니다. 하지만 무너지는 집의 기둥에 깔려 포기하려는 브루스 웨인에게는 '평소에 운동은 뭐하러 했느냐!'라며 포기하지 말고 기둥을 밀어내 탈출하라고 독려하기도 합니다.

집사 알프레드의 이러한 캐릭터가 단순히 가공의 인물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역할로 가장 유명한 영국의 전설적인 배우 마이클 케인경에게 집사 알프레도의 캐릭터는 그저 연기에 그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는 1952년, 당시 19살의 나이로 지구 반대편에서 일어났던 역사상 가장 격렬한 전투에서 싸운 경험이 있었습니다.



당시 영국 육군 로열 퓨질리어 연대 소속이었던 케인경은 경기도 남양주 인근에서 정찰임무를 수행하던 중 중공군에 포위되어 생사의 기로에 섰습니다. 동료 등 4명과 함께 죽는 것이 확실하다고 생각되는 상황. 그와 동료들은 죽을 때까지 싸우자고 다짐했습니다. 그들은 중공군을 향해 전력으로 질주했고, 그들이 후퇴할 것으로 생각하던 중공군의 포위망을 구사일생으로 돌파해 무사히 귀환했습니다.

케인경은 이후 자서전과 여러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죽을 수도 있는 순간에 도망가지 않았던 것이 이후 내 인생 전체에 엄청난 영향을 끼쳤다. 그 경험이 나를 오늘까지 이끌어줬다"라고 회고했습니다. 이처럼 6.25전쟁의 강렬한 기억은 그의 삶에서 강력한 원동력이었고 이후 그를 아카데미상 2회 수상에 빛나는 전설적인 배우로 자리매김하게 했습니다. 그의 이러한 인생관이 투영된 역할이다 보니 배트맨의 집사 알프레도가 팬들의 기억속에 강한 인상을 남기는 것도 무리는 아닙니다.



6.25전쟁의 기억은 비단 케인경의 경우에만 머무르는 것이 아닙니다. 당시 전세계 21개국에서 온 약 195만 명의 젊은이들이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 싸웠고, 수많은 생명이 전장에서 스러졌습니다. 그들은 한 번도 와본 적 없는, 지도에서도 찾기 힘든 작은 나라를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걸었던 것입니다.

우리의 오늘은 그들의 인생과 바꾼 값진 선물입니다. 케인경과 같은 유엔참전용사들이 있었기에 우리는 오늘 이 땅에서 자유롭게 숨 쉬고, 꿈꾸고, 사랑하며 살아갈 수 있는 것 아닐까요?

매년 11월 11일은 '유엔참전용사 국제추모의 날'로 한국전쟁에 참전한 유엔군 전몰장병들을 추모하는 세계에서 유일한 국제기념일입니다. 'Turn Toward Busan(부산을 향하여)'이라는 캐치프레이즈처럼 이날 오전 11시, 전 세계 사람들은 부산 유엔기념공원을 향해 고개를 숙이고 1분간 묵념합니다.

부산 유엔기념공원에는 11개국 2,300여 명의 전몰장병이 잠들어 있습니다. 그중에는 케인과 함께 싸우다 돌아가지 못한 영국군 890여 명도 있습니다. 그들 대부분은 케인처럼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의 청년들이었습니다.

다가오는 11월 11일 오전 11시, 우리 모두 잠시 멈춰 서서 부산을 향해 고개 숙여보는 건 어떨까요? 우리의 오늘을 위해 낮선 나라에서 피흘렸던 그들에게, 묵념과 존경을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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