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남면 영대리 '미군병사 구조' 사건...부실 검증 도마 위

  • 정치/행정
  • 세종

금남면 영대리 '미군병사 구조' 사건...부실 검증 도마 위

세종시의회 이현정 의원, 12일 시정 질문 통해 역사 바로잡기
역사·보훈·문화사업 전반에 사전 고증과 검증 절차 제도화 제안 임창수 개인의 활약상만 조명...영대리 주민 공동체 행위 누락

  • 승인 2025-11-13 10:50
  • 이희택 기자이희택 기자
시정질문(이현정)
이날 시정 질문에 나선 이현정 시의원. 사진=시의회 제공.
1950년 금남면 영대리에서 발생한 미군 병사 구조 사건의 부실한 검증 과정을 재조사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세종특별자치시의회 이현정 의원(고운동,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12일 제102회 정례회 제2차 본회의에서 시정질문을 통해 이 같은 지적을 하고 투명한 검증 체계 마련을 촉구했다.



이 의원은 "6·25전쟁의 혹한 속에서 부상 당한 미군병사 랠프 킬 패트릭을 숨겨 돌본 영대리 주민들의 이야기는 인류애와 용기의 상징으로 평가받을 만큼 감동적인 사례"라며 "그러나 현재 알려진 사건 내용이 서로 상충하는 증언과 불명확한 기록으로 이뤄져 있어 사실관계에 혼선이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그는 "사건의 주요 인물 간 증언이 다르고, 주요 사건의 장소와 전개 과정이 기록 별로 일관되지 않는다"며 사실 검증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날 올라온 주요 과정들을 살펴보면, 1950년 10월 2일 미국 언론 『The Charlotte News』는 한 한국인 가족이 부상 당한 미군을 숨겨 돌봤다고 보도했다. 이후 1972년 중앙일보에서는 이 내용을 바탕으로 소년 임창수 개인의 활약을 중심으로 기사를 재구성했다.

이 보도 이후 개인의 서사 중심으로 언론보도의 내용이 굳어졌다는 게 이 의원의 설명이다.

이와 달리 1995년 발간된 연기군 금남면 향토지에서는 같은 일화를 '성하영과 임창수, 그리고 영대리 주민들이 함께 미군을 숨기고 보살핀 공동체적 행위'로 기록했다. 이 의원은 이점을 강조하며, 언론 보도가 공동체의 이야기를 개인적 서사로 축소, 왜곡된 흐름으로 판단했다.

그는 "미군을 숨겨준 골방이 성하영의 집인지 임창수의 집인지 증언이 엇갈리고 있으며, 은신처의 위치 또한 '높은 개울', '박산골', '영대리 산51번지' 등으로 다르게 전해진다"며 "미군의 부대 복귀 지점 또한 '조치원 인근'과 '대평리 들판'으로 엇갈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남아 있는 1975년 킬 패트릭 여동생의 편지봉투에는 수취인으로 '송의 부인'과 '성낙기'가 명기되어 있음에도, 언론은 이를 임창수 씨에게 직접 전달된 것처럼 보도된 사실도 환기했다. 편지가 이 사건의 핵심 증거임에도, '해당 서신이 누구를 향한 것인지', '언제 어떻게 전달되었는지'를 행정이 공식적으로 확인한 바가 없다고 봤다.

이 의원은 "충분한 고증 없이 추진된 전시관, 문화공간, 기념행사는 결국 재검증과 재시공, 재홍보를 가져온다. 막대한 행정비용과 예산 낭비, 책임소재 논란으로 확대될 수 있다"고 우려하면서, "'성과 중심 행정'이나 '홍보 중심의 기념사업'이 먼저 추진될 경우, 사실관계는 불분명해지고 행정 신뢰는 떨어진다. 세종시가 이 사건을 어떤 절차로 검증했는지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의 사전 답변서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그는 "시민 제보와 일부 자료 확인만으로 사실을 검증했다고 주장하지만, 이를 공식적 사실 검증 볼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공식 기록이 확인되지 않은 상황이라면, 오히려 더욱 철저한 검증과 자료의 교차 확인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끝으로 "지방자치단체가 해야 할 일은 단순한 이야기 보존이 아니라, 공적으로 신뢰받을 수 있도록 사실의 객관성을 확보하는 것"이라며, 공문서·신문기사·사진자료·행정기록·구술자료 등 1차 자료 확보를 강화하고, 주민·후손·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검증위원회 또는 자문기구를 제도화할 것을 제안했다.
세종=이희택 기자 press2006@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국힘 VS 민주당' 2026 세종시 리턴매치, 총성 울린다
  2. 가원학교 건물 흔들림 원인 밝혀지지 않았는데 증축 공사?… 행감서 질타
  3. 대전대 사물인터넷 혁신융합대학, 12개 기업과 인재 양성 업무 협약
  4. 세종 '빛축제' 민간 주도 한계...공공 참여 가능할까?
  5. 이중호 "한밭대전, 대전의 고유 e스포츠 축제로 키워야"
  1. "100만 도시 만든다"… 충남도, 국가산단 조성·치의학연 유치 등 천안 발전 견인
  2. 한화그룹, 2025 한빛대상 시상식... 숨은 공로자 찾아 시상
  3. 충청 4개 시도 수험생 5만 5281명 응시… 수능 한파 없어
  4. 충남 태안에 '해양치유센터' 문 연다
  5. 서해안 해양치유산업 핵심거점 '태안 해양치유센터' 개관

헤드라인 뉴스


[2026 수능 현장] "푸는대로 다 맞으리다" 교사·후배들의 따뜻한 응원

[2026 수능 현장] "푸는대로 다 맞으리다" 교사·후배들의 따뜻한 응원

"잘 보고 와요~" "선배님들 화이팅" 2026학년도 수학능력시험 당일인 13일 오전 7시 20분 홍성고(충남교육청 제65지구 제1시험장) 앞은 후배들의 열띤 응원과 따뜻한 말 한마디가 오갔다. 수능 한파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춥지 않은 날씨 덕에 수험생들은 옷차림을 가벼웠지만 긴장한 탓인지 표정은 굳어있었다. 배웅에 나선 가족들은 자녀가 시험장에 들어가는 것을 끝까지 지켜보면서 한동안 발을 떼지 못했다. 자녀를 수험장에 들여보낸 한 학부모는 "왜 제가 긴장되는지 모르겠다. 아이가 그동안 열심히 공부한 만큼 후회 없는 성과가 나왔..

`임대아파트 사업권 대가` 뇌물 주고받은 대전 조합장·임대사업자 2명 덜미
'임대아파트 사업권 대가' 뇌물 주고받은 대전 조합장·임대사업자 2명 덜미

임대아파트 사업권을 대가로 뇌물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 대전지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 조합장이 경찰에 붙잡혔다. 뇌물을 건넨 임대사업자도 함께 구속됐다. 전북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최근 대전지역의 한 주택재개발조합에서 사업권 낙찰 편의 제공 대가로 금품을 수수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등)로 조합장 A(70대)씨와 임대 사업체 대표 B(50대)씨 등 2명을 구속하고, 브로커 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이들은 대전지역 주택 재개발 조합의 임대아파트 사업권 낙찰을 위해 뇌물을 수수하거나 알선한 혐의를 받고 있다. 임대사업자 A씨는..

검찰, 1년간 110명에 94억 편취한 캄보디아 범죄조직원 53명 구속 기소
검찰, 1년간 110명에 94억 편취한 캄보디아 범죄조직원 53명 구속 기소

대전지방검철청 홍성지청이 1년간 110명으로부터 94억 원을 편취한 국제 보이스피싱 조직원 53명을 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수사를 통해 범죄수익 4억 2000여만 원을 추가로 밝히는 동시에 보이스피싱 총책의 신원을 확인, 해외 공조 수사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홍성지청은 12일 오전 청내 대회의실에서 언론브리핑을 열고 캄보디아·태국 등 동남아 지역에 거점을 둔 기업형 국제 보이스피싱 조직원을 구속 기소, 범죄수익 박탈을 위해 피고인들 전원의 금융계좌·가상자산 계정 등에 대한 추징보전을 청구했다. 특경(사기), 범죄수익은닉규제법위반..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시작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시작

  • 시험장 확인과 유의사항도 꼼꼼히 체크 시험장 확인과 유의사항도 꼼꼼히 체크

  • ‘선배님들 수능 대박’ ‘선배님들 수능 대박’

  • ‘나눌수록 맛있다’…따뜻한 겨울나기 김장 대봉사 ‘나눌수록 맛있다’…따뜻한 겨울나기 김장 대봉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