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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월 22일 전교조의 고교학점제 폐지 촉구 기자회견 모습. 전교조 제공 |
18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교사노동조합연맹·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가 공개한 고교학점제에 대한 학생 의견조사 결과 발표에 따르면 교원뿐 아니라 학생 상당수도 현재 제도에 불만족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3개 단체가 함께한 이번 조사엔 전국 고등학생 1670명이 참여했다.
정책 대상자인 학생들은 우선 고등학교 1학년 때 자신의 진로를 정하는 데 대해 무리가 있다고 보고 있다. '고1이라면 누구나 자신의 진로를 결정할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 '전혀 그렇지 않다'고 응답한 학생이 각각 27%, 26%로 전체의 절반을 넘었다. '매우 그렇다' 또는 '그렇다'고 응답한 비율은 22%, 19%였다.
출석 일수 부족이나 성적 때문에 '미이수' 처리된 학생에 대한 인식은 부정적이었다. '미이수된 학생이 '공부 못하는 학생', '문제학생'으로 여겨진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60%(매우 그렇다 24%·그렇다 36%)가 시인했다. 또 절반 이상인 52%가 이러한 미이수 학생에게 실시한 보충학습(최소성취수준 보장지도)가 학생의 학습과 성장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답했다.
현행 상대평가 체제의 고교학점제가 교실 안에서의 소속감이나 안정감보단 학생 간 서열, 경쟁 의식을 강화한다는 응답도 나왔다. 학생들은 '이동 수업 교실 안에서 소속감과 안정감을 느낄 수 있다'에 대해 55%가 부정했으며 반대로 학생 간 서열과 경쟁 의식 강화에 대해선 75%가 긍정했다.
고교학점제 시행이 또 다른 학원이나 컨설팅을 필요로 한다는 인식도 있었다. 응답 학생의 70%는 '필요하다'고 답했고 '필요하지 않다'고 답한 학생은 12%에 불과했다.
현장의 여러 문제들에 자퇴를 적극 고민한 학생도 33%에 답했다. 그 이유로는 진로 결정과 변경이 어렵고 내신 성적 관리가 더 까다로워졌으며 미이수에 대한 걱정, 학교 적응 어려움 등을 들었다. 학생들은 "진로가 아직 뭔지도 모르겠는데 그것에 맞춰 선택과목을 선택하라고 하는 점이 이해가 안 된다", "0.1점 차이로 몇 과목 내신 등급이 떨어졌을 때 수시 전형으로 원하는 대학에 진학하지 못하겠다는 판단이 들어 자퇴 후 수능 공부에 전념할까 하는 고민을 했다" 등 의견을 냈다.
학교 규모나 여건에 따라 개설 가능한 과목 수에 차이를 보이는 가운데 학생 80% 이상은 이를 '공평하지 않다'고 인식하고 있기도 했다. 학생들은 "과목별 학생 수와 폐강 여부에 따라 진로와 꿈이 바뀐다", "대학에서 요구하는 과목이 개설되지 않아 불공정하게 느껴진다"고 답했다.
선택 과목 중 일부라도 절대평가로 평가 방식을 바꾸는 데 대해선 긍정적 반응이 우세했다. 중복 선택 항목에서 60%는 심리적 부담 완화를 이유로, 49%는 성적을 이유로 과목 선택을 회피하지 않을 수 있다는 이유로 각각 찬성했다.
교원 3단체는 "이번 조사를 통해 고교학점제가 학생들에게 실질적 선택권과 성장 환경을 제공하기보다는 조기 진로 결정 압박, 과목 선택 왜곡, 경쟁 심화, 사교육 부담 증가, 학교 간 격차 등 다양한 문제점을 동반하고 있음이 다시 한번 확인됐다"며 "국가교육위원회와 교육부에 최소성취수준 보장지도와 미이수제 전면폐지, 진로·융합선택 과목의 절대평가 전환부터 신속히 추진할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임효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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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효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