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응급실 시계에 새해는 없다네… 중증환자 골든타임만 있을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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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응급실 시계에 새해는 없다네… 중증환자 골든타임만 있을뿐

충남대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 가보니
소아환자 응급처치부터 심장질환 수술도
재야의종소리 대신 '코드블루' 비상 알림뿐
"연말과 새해라는 시간보다 골든타임뿐"

  • 승인 2026-01-01 15:15
  • 임병안 기자임병안 기자
충남대병원 응급실
묵은해와 새해가 교차하는 시간대에 충남대병원 응급실에는 환자에게 골든타임을 지키려는 의료진들이 날을 새고 있었다.심장내과 이재환 교수(사진 왼쪽)가 오전 1시 10분 응급수술을 준비하고, 류현식 응급의학 전문의는 응급 수송환자 처치를 하고 있다.  (사진=임병안 기자)
"응급실 시계에 새해가 어디 있겠습니까. 중증환자 골든타임만 있을 뿐이죠."

묵은해를 넘기고 새해맞이의 경계에선 2025년 12월 31일 오후 11시 대전권역 응급의료센터가 운영되는 충남대병원 응급실. 8살 아이의 기도에 호흡 유지를 위한 삽관 처치가 분주하게 이뤄졌다. 몸을 바르르 떠는 경련이 멈추지 않아 산소포화도가 떨어진 상태에서 호흡부전으로 이어질 수 있는 위급한 상황이었다. 처치에 분주히 움직이는 류현식 응급의학 전문의가 커튼 너머 보이고 소아전담 전문의가 아이의 상태변화를 주의 깊게 관찰했다. 여러 간호사가 협력해 필요한 튜브 등 의료기를 준비하고, 때로는 빠른 걸음으로 투약할 약제를 가져오는 모습에서 팽팽한 긴장감이 전해졌다. 아이는 다행히 항경련제 투약 후 진정되어 산소포화도가 정상에 가깝게 회복하면서 삽관까지 이뤄지지 않고 경과를 지켜볼 수 있을 정도로 호전됐다.



12월 31일 늦은 밤부터 2026년 1월 1일 오전 충남대병원 대전권역 응급의료센터에서는 39도 고열을 앓는 아이부터 83세 심장 환자까지 중증의 질환으로 찾아왔다. 낙상, 골절, 의식저하, 중독 등 분초를 다투는 응급·중증의 환자가 하루 70~80명 정도 진료하는 대전·충남에서 최상급 응급실이다. 올해 11월 말 기준 1만7400명이 이곳을 찾아 중증의 질환을 다스렸다. 이날 응급의학 전문의와 소아전담 전문의, 인턴과 레지던트를 포함해 모두 6명의 의사가 15명의 간호사 그리고 2명의 응급구조사와 함께 오후 6시부터 다음날 오전 8시까지 응급실을 지켰다.

류현식 응급의학 전문의는 "응급실에서는 연말과 새해라는 시간이 있지 않고, 중증환자가 내원했을 때 얼마나 빠르게 처치하느냐의 시간만이 있는 곳"이라며 "야간보다는 낮에 내원 환자가 더 많은데 조금 전 아이도 다행히 기관 삽관까지 가지 않고도 호전되고 있어 경과를 지켜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38병상이 있는 이곳에 대략 3분의 2 정도의 침상에 환자가 누워있었고, 국립중앙의료원이 운영하는 응급의료상황판에서는 대전권 8개 종합병원 이상 응급실 중 충남대병원에서만 환자가 몰려 혼잡하다고 표시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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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거리에 쓰러진 채 발견된 40대 환자가 응급실로 이송됐다.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발견돼 보호자와 연락이 닿지 않는 상태에서 자기공명영상검사(MRI) 검사가 급하게 이뤄졌고, 뇌로 가는 혈관에 문제가 발견됐다. 경찰의 도움으로 보호자와 연락이 닿아 환자의 기저질환과 복용 중인 약물을 파악하는 조치가 여러 간호사가 협력해 빠르게 이뤄졌다.

응급실 시계는 자정을 넘어 2026년 1월 1일 오전 1시를 가리키는 동안 제야의 종소리나 새해로 넘어가는 카운트다운은 들리지 않았으나, 심정지 환자 발생을 알리는 '코드 블루' 방송은 세 차례나 울렸고, 의료진은 그때마다 방송에 귀 기울이며 반응했다.

새해 일출까지 몇 시간 남은 깊은 새벽 심장내과 이재환 교수가 응급실에 입장해 곧장 80대 심부전 환자의 상태를 살폈다. 사전 검사를 마치고 응급수술이 필요하다는 의견의 콜을 받은 이 교수는 집에서 급하게 뛰쳐나온 것이다. 보호자에게 상황을 재차 설명하고 수술 동의가 이뤄지자 곧바로 환자를 수술실이 있는 2층으로 옮겼다. 이틀간 심부전 증세에도 병원에 늦게 내원해 심장을 불규칙적으로 미약하게 뛰며 심정지를 예고하는 상태였다. 불 꺼진 복도 넘어 혈관조영실은 환하게 조명을 밝히고 방사선사와 간호사 3명이 수술을 준비했다. 이들도 병원의 콜을 받고 병원으로 달려온 것으로, 아무래도 의료진 한 명이 더 필요했던지 "나와줄 수 있겠나"라는 짧은 통화가 끝나고 15분 만에 수술실에 간호사 한 명 더 도착함으로써 수술이 시작돼 2시간 동안 진행됐다.

이재환 교수는 "수술팀 모두 병원 근처에 집을 구해서 지내고 응급출동 당직인 날에는 수술이 결정되면 15분 안에 도착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데 새해 첫날도 응급수술로 시작했다"라며 "젊은 팀원들은 일출도 보고 떡국을 가족과 나누는 계획이 있었을 텐데 지켜지기 어려울 것인데 비상대기에 수당도 지급되지 않음에도 응급 콜에 언제든 응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반대로 감기 등의 경증 환자는 치료를 받지 못하고 발걸음을 돌리기도 했다. 권역응급의료센터는 중증·응급을 우선하기 때문이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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