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 2025년에 대한 회고와 2026년에 거는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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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즘] 2025년에 대한 회고와 2026년에 거는 기대

유재일 사회공헌연구소 대표

  • 승인 2025-12-16 10:09
  • 신문게재 2025-12-17 19면
  • 방원기 기자방원기 기자
유재일 대표님
유재일 사회공헌연구소 대표
다사다난했던 올 한해도 저물고 있다. 올해는 지난해 12·3 내란으로 촉발된 정치적 격변이 위기와 반전이라는 긴장의 파노라마로 펼쳐졌다는 점에서 다난의 정도가 여느 해보다 컸다. 이 과정에서 기세등등했던 윤석열 전 대통령의 몰락과 정치적 생사의 갈림길에 섰던 이재명 야당 대표의 집권은 가장 드라마틱한 장면이 아닐까 싶다.

이 같은 장면은 8년 전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때에도 연출된 바 있다. 독일 철학자인 게오르크 헤겔은 '역사철학 강의'(1817)에서 "역사에는 중요한 사건과 인물들이 되풀이된다"고 말한 바 있는데, 이 말은 한국에서도 들어맞는 듯하다. 물론 그는 처음은 비극으로, 두 번째는 희극으로 끝난다는 말은 첨언하지는 안 했다. 하지만 역사가 '이성의 간지(奸智)'에 의해 정반합의 과정을 거쳐 발전해 나간다고 보았다.



대체로 정권교체가 급변 속에서 치러지는 경우, 상상을 초월하는 사건이나 흥미진진한 에피소드가 넘친다. 이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많은 죄인과 행운아들이 등장한다는 점이다. 아마도 사람 마음 깊숙한 곳에 있는 샤덴프로이데(Schadenfroude)나 시샘에서 나오는 화제는 일인지하 만인지상인 총리를 두 번 역임했지만 '내란 우두머리 방조' 등의 혐의로 징역 15년을 구형받은 한덕수의 업보와 한 번의 판단 착오로 16년간 정치적 낭인으로 지내다가 재기한 지 5년 만에 총리로 발탁된 김민석의 대운이 아닌가 본다.

흔히 시대가 난세이거나 비정상적일 때, 운명론이나 견유주의(犬儒主義)가 고개를 든다. 하지만 사람은 자신의 역사를 만들어가는 존재이기에 성찰하고 관조하면서 희망과 의지를 실천해 나간다. 따라서 신의 섭리가 있다면, 죄는 미워하되 사람을 너무 미워할 필요는 없다. 신은 사람의 선과 그것의 결핍인 악을 통해 자신을 드러내는 존재일지 모르기 때문이다. 또한, 세상의 이치를 다소나마 이해한다면, 권력을 잃거나 얻은 것에 너무 비분강개하거나 환호작약할 필요는 없다. 권력은 잃은 자가 권토중래(捲土重來)하거나 얻은 자가 무신불립(無信不立)하면, 돌고 도는 것이기 때문이다.



올해는 국제정세도 유달리 다난했던 것 같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가자-이스라엘 분쟁은 끝날 기미가 없다. 미국은 중국을 정점으로 하는 전방위적 관세전쟁을 벌이며, 한반도를 대중 견제의 전초기지로 삼으려 하고 있다. 이에 대해 중국과 러시아는 양국 간의 군사협력을 강화하고, 북한의 군비 증강을 지원함으로써 반미 전선을 구축하고 있다. 여기에 일본의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는 '대만 유사시 개입' 시사 발언으로 동북아의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 이처럼 신냉전의 가시화는 민주적 통치시스템의 안착을 위해 노심초사하고 있는 이재명 정부에게 녹록지 않은 과제들을 가중시키고 있다.

지난 6월 4일 대통령직 인수 기간 없이 출범한 이재명 정부는 3대 특검 수사, 검찰 개혁,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 등과 같은 당면과제들을 과단성 있게 추진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난제인 한·미 관세·안보 협상을 기대 이상으로 타결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여권 일각에서 숙의 과정이 미흡한 '내란전담재판부'의 추진, 특검의 통일교 정치자금 편파 수사 논란 등과 같은 현안은 향후의 국정에 부담을 줄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잘 알다시피 민주화 이후 국민의 주권을 위임받은 대통령의 통치가 부지불식 간에 법치 대신 인치(人治)로 비치는 경우, 설령 국제정치나 경제 영역에서 성과가 있더라도 상당수의 국민은 지지를 거둬들이기 시작한다. 그렇기에 사안이 중차대하고 시급할수록 민주적 절차와 국민적 납득이 더욱 중요하다. 동시에 국정 책임자의 실사구시적인 리더십과 여·야 정치지도자들의 통합정치가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오늘날 한국의 시대정신을 국민 행복이라고 한다면, 그 실천과제는 경제성장과 사회통합일 수밖에 없다. 내년에는 구조적 저성장과 사회경제적 양극화가 완화되는 원년이 되기를 희망한다. 이 점에서 다가오는 지방선거에서는 창의적이고 혁신적이며 통합적인 인물들이 다수 등장하기를 바란다. 특히 광역 지방정부의 수장인 시장·도지사의 역할이 단순한 행정가를 넘어 진취적인 '경영가'(entrepreneur)로 거듭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유재일 사회공헌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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