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여행] 97-보령 겨울여행과 시원하고 부드러운 물잠뱅이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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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여행] 97-보령 겨울여행과 시원하고 부드러운 물잠뱅이탕

김영복 식생활문화연구가

  • 승인 2026-01-19 16:48
  • 신문게재 2026-01-20 10면
  • 김지윤 기자김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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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령 영보정. (사진= 김영복 연구가)
겨울 바다의 매력을 만끽하고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기 위해 맛있는 여행을 떠난다면 단연 보령을 추천한다.

해수와 담수가 고루 섞인 뻘이 발달해 굴이 서식하기 좋은 천북 굴은 미네랄이 풍부해 영양과 맛이 풍부한 제철 굴을 굴회, 굴 구이와 굴밥 등으로 마음껏 즐길 수 있는 곳이다. 뻘속의 화초로 불리는 천북 굴은 12월부터 4월이 제철이다. 영양과 맛이 좋은 천북굴 맛을 보고 자리를 옮겨 본다.

보령은 역사와 자연의 아름다움을 경험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라 할 수 있다. 우선 자라 오(鰲)자와 내천((川)자를 써'자라내'라 불리는 오천항(鰲川港)은 오천면과 천북면 사이에 좁고 긴 바다인 이곳을 옛 기록엔 소성강(蘇城江)이라 했다. 이곳은 많은 암초로 막혀 바람이 아무리 불어도 파도가 일지 않으며, 수심이 깊고 천수만의 깊숙한 곳에 있어 방파제 등의 별도 피항 시설이 없는 항구로 백제의 영향권에 있던 삼국시대 때 이곳은 화의포라는 이름으로 불리었으며, 주로 당나라와의 교역이 이루어졌던 곳이기도 하다. 1466년(세조 12)에 충청도 수군사령부인 충청수영성이 설치되어 왜구의 침탈로부터 방어하고 한양으로 가는 조운선을 보호하던 수군 기지였다.

충청수영성 망화문 입구를 들어서면 양쪽으로 길이 나 있는데, 왼쪽 으러 난 길을 다라 오르면 성곽길을 따라 진흘청과 영보정으로 이어지게 된다. 진흘청은 충남문화제 자료 412호로 등록되어 있으며, 흉년이 들었을 때 관내의 빈민구제를 위해 곡식을 나눠주던 곳이다. 겨울을 견디기 위해 앙상한 가지만 남은 배롱나무 옆 복원된 누각인 '영보정(永保亭)'에 오르면 잔잔하게 흐르는 겨울 바다와 한적한 마을의 정취를 느낄 수 있다.

'영보정(永保亭)'은에서 바라보는 천수만의 풍광에 매료되어 이곳에 올라 많은 시인인 묵객들이 시를 남기고 화백들이 화첩에 담았다. 조선 정조대의 문신이자 실학의 대가였던 다산(茶山) 정약용(丁若鏞, 1762∼1836)은 1795년(정조19년) 금정찰방(金井察訪)으로 있을 때 영보정(永保亭)을 방문 했다. "世之論湖石亭樓之勝者(세지론호석정루지승자) 必以永保亭爲冠冕(필이영보정위관면) 세상에서 호수와 바위 누정의 뛰어난 경치를 론하는 사람들은 반드시 영보정을 으뜸으로 꼽는다."라고 했다. 이는『다산시문집(茶山詩文集)』14권 영보정연유기(永保亭宴游記)에 잘 기록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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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령 오천항. (사진= 김영복 연구가)
"세상에서 호우(湖右)의 누정의 뛰어난 경치를 논하는 사람들은 반드시 영보정(永保亭)을 으뜸으로 꼽는다. 옛날에 내가 해미(海美)에 귀양갔을 때, 마음은 있었지만 가보지 못했다. 을묘년 가을에 나는 비로소 금정(金井)으로부터 이 정자(亭子)에 오를 수 있었으니, 어찌 정자와 인연이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나는 그때 기이한 것을 좋아함으로 인해 좌천되었었다. 그러나 천하의 사물이 기이하지 않으면 드러날 수 없다는 것을 영보정을 보고 그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물이 강하(江河)에서부터 바다로 흐르는 것은 부득이한 사세이므로, 비록 깊은 물이 넘실넘실 흘러가더라도 칭찬하기에 부족하나, 갑자기 바다에서 산 속으로 들어가 호수가 되면, 그 물결치는 흥취는 기대할 수 없지만 그것이 기이한 것임을 알 수 있다.

영보정은 이 호수에 임해 있기 때문에 이 지방의 으뜸이 된다. 그러므로 앞에서 말한 '사물(事物)은 기이하지 않으면 이름을 드러낼 수 없다.'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때 절도사(節度使) 유공 심원(柳公心源)이 나를 위해 술을 준비했고, 태학생(太學生) 신공 종수(申公宗洙)는 시인인데, 그와 함께 가을 달밤을 맞아 고마호에 배를 띄웠다가 길을 바꾸어 한산사(寒山寺) 아래에 배를 대었다. 여기에는 또 노래하는 사람과 피리 부는 사람이 있어 그들과 더불어 절의 누대에 올라 좋은 음악을 연주하게 하였다. 나는 귀양 온 사람이므로, 근심스러운 모습으로 저 하늘 한쪽에 계시는 임금[美人]을 우러러 바라는 마음이 있었다. 이 마음 또한 여기에 같이 기록하여 영보정기(永保亭記)로 한다."라고 했다.

보령에서 겨울 진미로 천북의 굴과 오천항 간재미, 대천항 물잠뱅이를 꼽을 수가 있다. 특히 물잠뱅이는 겨울이 아니면 맛볼 수 없는 생선인지라 이번 여행은 대천항의 물잠뱅이탕을 맛보기로 한다.

'물잠뱅이'를 황해도에서는 잠뱅이라 하는데, 다른 지역에서는 곰치로 더 알려져 있다. 쏨뱅이목 꼼치과(Liparidae)에 속하는 꼼치(Liparis tanakai), 미거지(Liparis ochotensis), 물메기(Liparis tessellatus)를 지역에 따라 '물곰'이라고 부른다. 이름 그대로 물에서 사는 곰, 즉 못생긴 생선들이라 이렇게 부르는데 예전에는 명태나 오징어 등을 조업하다 딸려 나오면 먹지 않던 생선이라 도로 바다에 던져 버리다 보니 물텀벙 같은 이름으로 불리기도 했다.

그런데 미거지라고도 불리는 곰치는 동해안에서만 잡힌다. 몸 크기는 약 90cm로 같은 곰치과 생선인 꼼치(약 50cm), 물메기(약 30cm)에 비해 몸집이 크다. 1년 내내 잡히긴 하지만 곰치국을 많이 찾는 겨울에 가장 인기가 좋다.

남해안에서는 물메기가 한창이다. 앞서 말했듯 이 '물메기'는 대개 꼼치이다. 꼼치는 경남 통영·충남 보령·서천 등지에서 잡힌다. 그중 통영에서 남서쪽으로 약 21km 떨어져 있는 추도는 '물메기의 섬'이라고 불리는 어장이다. 추도 바다 밑은 개펄이 잘 형성돼 물메기가 살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췄다. 추도에서는 대나무 통발로 물메기를 잡는데, 다른 곳에서 잡히는 물메기보다 맛이 좋고 가격도 비싸다. 홍어하면 흑산도인 것처럼 물메기하면 추도인 셈이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물메기나 미거지, 곰치라는 생선이 버젓이 따로 존재한다는 것이다. 흔히들 물메기를 꼼치의 방언이라 생각하는데, 물메기는는 꼼치와 생긴 것은 흡사하나 덩치는 조금 작고 눈은 조금 크며 부정형의 검은 무늬가 없다. 많이 생산되지 않아 우리가 손쉽게 접할 수 있는 그런 어종은 아니다.

반면에 미거지는 체형이 꼼치와 유사하나 70~90㎝의 대형이며 수컷은 적자색, 흑자색을 띠며 암컷은 황갈색을 띤다. 한해성 어종으로 경북 울진군 이북의 동해안에서만 잡히는데 현지에서는 주로 곰치나 물곰으로 불린다.

곰치는 뱀장어목 곰치과의 물고기로 열대나 아열대에 서식하며 성질이 포악한 갯장어처럼 생긴 생선이다. 꼼치나 미거지와는 전혀 닮지 않은 별개의 어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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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잠뱅이탕. (사진= 김영복 연구가)
꼼치는 시원한 맛 때문에 해장국으로 유명하다. 기호에 따라 부재료는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무나 호박, 콩나물 따위를 넣고 맑게 끓인다. 술 먹은 다음 날 쓰린 속을 시원하게 달래주는 게 바로 꼼칫국 즉 물메기탕이다. 이 꼼치를 충남 보령에서 '물잠뱅이'라 부르는 것이다.

꼼치는 몸 빛깔은 연한 청갈색에 불규칙한 갈색 무늬가 있으며, 배는 희다. 몸은 옆으로 납작하고 머리는 크다. 가슴지느러미는 크며, 배지느러미는 흡반을 이루고 있다. 등지느러미, 뒷지느러미, 꼬리지느러미는 서로 이어져 있다. 피부와 살은 흐물흐물하여 일정한 형태를 유지하기 어렵다.

주로 수심 50~80m의 바다에 서식한다. 산란기는 12~3월이며, 이때 얕은 연안으로 이동하여 알을 낳는다. 치어는 작은 새우나 조개류를 잡아먹으며, 성체는 게나 물고기를 잡아먹는다. 수명은 약 1년이다.

조선 영정조와 순조 때 인물로, 성리학자 실학자 수산학자 해양학자 생물학자로 불리는 손암(巽菴) 정약전(丁若銓, 1758∼1816)이 1814년(순조 14) 흑산도에서 유배 생활을 하는 동안 지은 어류학서(魚類學書)『자산어보(玆山魚譜)』에 곰치를 해점어(海鮎魚)라 하면서 '바다메기[海鮎魚]'라 적고 속명으로 '혼미할 미(迷)' 자에 '역할 역(役)' 자를 써 미역어(迷役魚 무엇에 쓰는 물고기인지 잘 모르겠다)라 기록했고, '홍달어[紅鮎], 포도메기[葡萄鮎], 골망어[長鮎]'라고도 적어 놨는데, 점어(鮎魚)는 메기로 곰치를 우리말로 하면 바다메기인 셈이다. 그리고 '살과 뼈가 연하고 술병에 좋다'고 했다. 하지만 맛을 두고는 '박열(薄劣)'하다 했다.

조선 후기 학자인 오주(五洲) 이규경(李圭景 1788-1856)이 1800년대 초 헌종(憲宗) 시기에 저술한 우리나라 전통 백과사전『오주연문장전산고(五洲衍文長箋散稿)』 만물문(萬物篇) 蟲魚類(충어류) 어(魚)에 '오망동 수점어(水鮎魚)변증설(辨證說)'에 물메기를 수점어(水鮎魚)라고 하면서 '모양이 메기와 같다고 하면서 큰 것은 다섯자 남짓되고 몸이 매우 부드럽다. 바다 포구 가까운 곳에 살며 전라도 부안현(扶安縣) 해상에서 많이 잡히나 다른 용도가 없다고 했다. 쪄서 대나무 체에 걸러낼 정도이고 젓가락을 잡으면 빠져 나온다. 만약 먹는다면 연유처럼 부드럽고 기름져 이가 없는 사람도 먹기 좋다. 맛이 담백하고 달다고 부안 포구에 와서 그렇게 들었다. 서울 사람들은 알지 못한다.'라고 기록해 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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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잠뱅이탕. (사진= 김영복 연구가)
이처럼 물메기인 꼼치는 뭉퉁한 큰 입에 머리와 같은 크기로 길게 뻗은 몸통, 미끄덩거리는 껍질, 흐물흐물한 살결을 보면 도무지 음식으로 먹을 수 없을 것 같지만 꽤 오래전부터 음식으로 즐겼다. 정약전이 자산어보를 펴낸 시점이 1858년인 점을 감안하면 그 이전부터 조상들이 먹었던 듯하다. 어부들이 추운 겨울 고기잡이를 나갔다가 들어오거나 포구에서 그물 말리는 일을 할 때 언 몸을 녹이려고 국으로 만들어 먹었던 것이 곰치국의 기원이 다.

꼼치를 보령에서 '물잠뱅이'이라 불리는데, 물잠뱅이를 잡아 꾸들꾸들하게 말려 쌀뜨물에 끓인 다음 갖은 양념을 해서 쩌 내면 물잠뱅이찜이 되는데, 술 안줏감으로는 그만이다. 물잠뱅이찜으로 술을 마시고, 다시 물잠뱅이탕으로 해장을 하니 물잠뱅이는 이래저래 이곳 술꾼들에겐 없어서는 안 될 생선이다.

물잠뱅이는 전날 마신 술로 머리가 지끈거리고, 속이 울렁거릴 때 먹으면 금세 속이 가라앉을 정도로 숙취 해소에 그만이다. 실제로 물잠뱅이는 지방이 적고 아미노산이 풍부하다.'맛이 순하며 술병에 좋다'고 기록하고 있다.

그렇지만 뼈에 달라붙은 살은 익혀도 끈적거리고 물컹한데 비위가 약한 사람에게는 추천하지 않는다. 콧물이랑 느낌이 비슷하다고. 냄비에 무를 잔뜩 썰어넣고 고춧가루만 풀어도 국물은 애주가가 좋아할 만한 시원한 맛이 장점이며, 고기는 깔끔하고 담백하다. 만약 맛이 없다면 생선의 신선도나 그 집의 간장맛에 의심이 가는 바이다. 마실 수 있을 정도의 연한 육질이 특징이며, 뼈에 붙은 물컹물컹한 것은 정말 콧물 느낌이라 호불호가 갈리게 하는 원흉이다.

김영복 식생활문화연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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