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지역축제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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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지역축제의 힘!

고중선 기자(충남 공주 주재)

  • 승인 2026-02-10 09:48
  • 수정 2026-02-10 14:09
  • 신문게재 2026-02-11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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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중선 기자(충남 공주 주재)
겨울축제의 성패는 날씨가 좌우한다. 얼음이 얼지 않거나 눈이 충분히 내리지 않으면 축제는 축소되거나 아예 취소되기 일쑤다. 그래서 대부분의 겨울축제는 '기후 리스크' 위에 서 있다. 흥행의 관건이 기획력보다 기온에 달린 구조다. 그러나 공주 군밤축제는 이 공식을 비껴간다. 눈과 얼음 대신 지역의 뿌리 산업, 즉 '밤' 위에 축제를 세웠기 때문이다.

금강신관공원 일원에서 열린 제9회 겨울공주 군밤축제는 34만 명이 찾으며 역대 최다 관람객을 기록했다. 한파와 겨울 비수기 속에서도 축제장은 꺼지지 않는 화로처럼 달아올랐다. 대형 화로 체험존마다 길게 늘어선 줄은 축제의 상징적 장면이 됐다. 방문객들은 알밤을 직접 굽고 나누며 겨울의 온기를 체감했다. 단순 시식이 아닌 참여형 체험, 소비를 넘어 머무는 체류형 설계가 축제의 밀도를 끌어올렸다. 가족 단위 방문객의 체류 시간이 늘고 재방문 동선까지 형성된 점은 '보는 축제'에서 '머무는 축제'로의 전환을 보여준다.

주목할 대목은 축제가 소비 이벤트에 머물지 않았다는 점이다. 같은 기간 열린 대한민국 밤산업 박람회는 축제의 외연을 산업으로 확장시켰다. 생산 농가와 가공업체, 유통 관계자, 바이어가 한 공간에 모였고 구매 상담과 판로 논의가 이어졌다. 밤 가공식품과 디저트, 기능성 식품 등 산업 스펙트럼도 확인됐다. 축제장이 곧 시장이 되고, 전시장이 상담장이 되는 구조였다. 특산물 축제가 산업 플랫폼으로 진화한 장면이다.

이 지점에서 군밤축제는 지역축제가 던져야 할 본질적 질문과 맞닿는다. 축제는 지역에 무엇을 남기는가. 많은 축제가 방문객 수와 단기 매출에 머문다. 그러나 군밤축제는 농가 소득, 가공산업, 유통, 수출 상담으로 이어지는 산업 사슬을 함께 만든다. 축제가 끝난 뒤에도 거래와 협력은 이어지고, 브랜드 가치는 축적된다. 흥행을 넘어 산업 기반을 구축하는 구조다.

인구절벽 시대, 지역축제의 경쟁력은 더 이상 '얼마나 모였는가'에 있지 않다. 무엇을 기반으로 사람을 부르고, 무엇으로 다시 찾게 할 것인가에 달려 있다. 군밤축제는 관광으로 유입을 만들고 산업으로 체류를 설계하는 접점을 실험하고 있다. 특산물이 도시 브랜드로 확장되고, 축제가 산업 플랫폼으로 기능하는 모델이다.

겨울밤 화로 위에서 천천히 익어가는 알밤처럼 지역의 미래도 그렇게 단단해진다. 공주 군밤축제를 주목하는 이유는 단순한 관람객 기록 때문만은 아니다. 기후에 기대지 않고 산업에 발 딛은 축제, 인구감소 시대 지역이 살아남는 방식에 대한 하나의 해답이 그 안에서 읽히기 때문이다. 고중선 기자 (충남 공주 주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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