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동일 "통합보다 준비가 먼저…충청광역연합 역할 극대화해야"

  • 정치/행정
  • 대전

육동일 "통합보다 준비가 먼저…충청광역연합 역할 극대화해야"

지방자치 30년, 기반 불구 주민체감 성과 기대 못미쳐
헌법개정 통한 4대 자치권 실현 주민 주권시대 열어야
충청광역연합, 통합·행정개편 협력 모델 '시험대' 의미
행정통합은 목적 아닌 수단 주민공감·단계적 접근필요

  • 승인 2026-02-25 16:49
  • 신문게재 2026-02-26 8면
  • 최화진 기자최화진 기자

지방자치 30년을 맞이하여 육동일 원장은 수도권 집중과 지방 소멸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실질적인 자치권을 보장하는 분권형 헌법 개정이 시급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또한 다가오는 지방선거가 정책 중심의 선거로 거듭나야 하며, 행정 통합은 주민 공감대를 바탕으로 한 상향식 협력을 거쳐 단계적으로 추진되어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한국지방행정연구원은 앞으로 현장 중심의 정책 연구를 강화하여 지역 맞춤형 발전 전략을 수립하고 주민 중심의 진정한 지방자치 시대를 선도할 계획입니다.

1995년 민선 지방자치가 본격적으로 닻을 올린 지 30년이 지났다. 대한민국은 경제적으로 선진국 반열에 올라섰지만, 그 이면에서는 '지방 소멸'이라는 거대한 위기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수도권 일극체제 심화로 지역 인구와 산업 기반이 약화하면서 기존의 행정 구조만으로는 대응이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백가쟁명(百家爭鳴)식 대한민국 대개조가 필요하다는 요청이 들끓는 지금이 기회가 될 수 있다.

이른바 '서울 수도권 공화국'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지혜를 짜내야 하는 것이다.

지방자치의 기본 가치 복원은 물론 중앙정부 예속에서 벗어난 실질적 지방정부로의 격상, 전국적으로 논의가 확산되고 있는 광역행정 통합의 방향까지 재설계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중도일보는 이에 한국 지방자치 권위자인 육동일 한국지방행정연구원장을 만나 지난 30년의 성과와 한계를 짚고, 앞으로의 과제와 해법을 들어봤다. <편집자 주>



육동일
육동일 한국지방행정연구원장 사진 제공=연구원
- 지난해는 지방자치 30주년이었다. 지방자치 30년에 대한 평가와 앞으로의 방향성은 무엇인가.

▲ 지난 30년은 지방자치의 기반을 다진 시기였다. 1995년과 지금을 비교하면 그야말로 격세지감(隔世之感)이다. 국민소득은 1만 2565달러에서 3만 7000달러로 세 배 이상 늘었고, 수출액은 비약적으로 증가했다. 평균 수명도 10년이 연장되면서 외형적으로는 명실상부한 경제 선진국 반열에 올랐다. 우리 연구원이 분석한 76개 지표에서도 주민 삶의 질과 자치 역량, 참여 구조에서 상당한 제도적 진전이 확인됐다.

그러나 그림자 또한 짙다. 수도권 인구가 전체의 50.7%를 차지하며 일극 체제가 고착화 됐고, 노인 빈곤율은 여전히 세계 최고 수준이다. 하루 평균 40명이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현실도 여전하다. 제도는 확대됐지만 주민이 체감하는 삶의 변화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무늬만 지방자치'라는 비판을 완전히 벗지 못한 이유다. 이제 한국의 지방자치는 양적 성장 단계를 넘어 질적 성숙기로 나아가야 할 대전환기에 서 있다.



- 지방자치 활성화를 위한 가장 시급한 과제로 '헌법 개정'을 꼽았다. 현행 헌법의 문제를 지적하자면.

▲ 현행 헌법에서 지방자치를 규정한 조문은 제117조와 118조, 단 두 개뿐이다. 이는 중앙집권적 분산 체제라는 과도기적 틀을 유지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진정한 주민주권 시대를 담아내기에는 구조적 한계가 분명하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라는 표현 자체가 중앙 종속적 관계를 전제로 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헌법 개정을 통해 '지방자치단체'라는 행정 단위를 넘어 실질적인 '지방정부'로 전환해야 한다. 자치입법권, 자치조직권, 자치행정권, 자치재정권 등 이른바 4대 자치권을 헌법적으로 명확히 보장해야 한다. 지역이 스스로 정책을 만들고, 조직을 운영하고, 재정을 책임지는 구조가 돼야 각 지역의 특성과 여건에 맞는 발전 전략이 가능해진다. 정치 일정상 지금이 헌법 개정의 적기라고 본다. 분권형 개헌이 이뤄져야 지방자치가 제대로 뿌리내릴 수 있다.



- 올해는 열 번째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다. 이번 선거의 의미를 설명해야 하는지.

▲ 지방선거는 지방자치의 출발점이자 성패를 좌우하는 핵심 과정이다. 어떤 제도를 만들어도 선거가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면 지방자치는 정착할 수 없다. 그동안 지방선거는 매번 5000억에서 1조 원에 이르는 막대한 비용을 쓰면서도 '지방 이슈·자질 검증·공약 경쟁'이 실종된 '3무 선거'를 반복해 왔다.

공약은 지역 문제보다 중앙 정치의 영향을 더 크게 받았고, 정당 구도가 선거를 좌우했다. 지역 현안과 정책 경쟁은 뒷전으로 밀렸다. 정당 공천을 둘러싼 비리와 부패도 여전히 근절되지 않았다. 비례대표제 역시 지방의회의 전문성과 대표성을 강화하기보다는 중앙정치에 대한 종속성을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방 자치를 지켜내려면 이번 선거부터 달라져야 한다. 선거법과 제도, 선거 관행, 유권자 의식 모두 변화가 필요하다. 언론 역시 지지율 경쟁에 매몰된 '경마 저널리즘'에서 벗어나 후보의 정책과 지역 의제를 깊이 있게 검증해야 한다. 유권자 또한 지역을 맡길 사람의 자질과 도덕성, 미래 비전을 냉정하게 따져봐야 한다.



육동일1
육동일 한국지방행정연구원장 사진 제공=연구원
- 최근 전국적으로 행정통합 논의가 한창인데, 충청권에는 이미 '충청광역연합'이 있었다. 통합 국면에서 이 연합을 어떻게 봐야 하는가.

▲ 충청광역연합은 단순한 행정기구가 아니라 앞으로 행정체제 개편을 준비하는 중요한 실험이다. 우리는 오랫동안 행정구역의 경계 안에 갇혀 각자 움직여 왔다. 생활권은 이미 하나로 이어져 있는데 행정은 따로 작동하면서 교통, 산업, 환경, 정주 여건 같은 문제를 통합적으로 해결하지 못했다. 이런 구조로는 수도권과 경쟁하기 어렵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충청광역연합이다. 당장 통합을 하자는 것이 아니라, 먼저 협력을 제대로 작동시켜 보자는 장치다. 공동 사업을 추진하고 정책을 함께 설계하면서 행정 경험과 역량을 축적하고 상호 신뢰를 쌓아가는 과정이다. 이러한 협력이 축적돼야 통합이라는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다.

문제는 제도를 만들어 놓고 실제 활용이 부족했다는 점이다. 선언에 그친 연합은 의미가 없다. 초광역 교통망 구축, 산업벨트 조성, 인재 양성 같은 공동 프로젝트가 지속적으로 작동해야 주민들도 대전-충청이 '함께하는 것이 이익'이라는 변화를 체감할 수 있다.



- 그렇다면 최근 논의되는 행정통합은 어떤 시각에서 바라봐야 하는지 필요한 원칙이 있다면.

▲ 행정통합은 시대적 흐름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인구 감소와 지방소멸, 산업 경쟁 심화는 더 이상 하나의 시·도가 개별적으로 감당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초광역 단위로 움직이지 않으면 생존이 어려운 상황이다.

다만 통합은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다. 통합 이후 무엇을 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협력 경험이 충분히 축적되지 않은 상태에서 통합부터 추진하면 갈등이 커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선 연합, 후 통합' 접근이 필요하다. 충청광역연합 같은 협력체를 통해 공동사업을 성공시키고, 그 성과가 쌓이면서 통합 논의가 성숙해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준비 없는 통합은 실패할 수 있지만, 준비된 통합은 지역의 미래를 바꿀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몇 가지 원칙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하향식(Top-down)이 아닌 주민 주도의 상향식(Bottom-up) 추진이어야 한다. 통합은 행정 논리가 아니라 주민 삶의 변화를 기준으로 해야 한다. 주민 동의와 공감대 형성이 필수적이다.

또 비대해진 통합 단체장에 대한 지방의회의 견제와 감시 기능을 강화하고, 독립적이고 객관적인 지방 감사기구를 마련해야 한다.

새로운 격차를 만들어서도 안 된다. 특정 지역이 소외된다는 인식이 생기면 갈등은 더욱 커진다.

그리고 대전은 금산·옥천 등 인접 지역과의 생활권 연계를 강화하고 단계적 통합 가능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충남 역시 베이밸리 조성을 지속하면서 소멸 위험 지역 간 기초지자체 간 통합까지 중장기적으로 준비해야 한다.



- 마지막으로, 한국지방행정연구원이 2026년 전환기에 수행할 목표와 주민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밝힌다면.

▲ 우리 연구원은 2026년 슬로건을 '주민 중심, 지방 주도의 정책 연구 플랫폼'으로 정했다. 단순한 이론 연구에 머무르지 않고 현장의 문제를 해결하는 이른바 '액션 정책탱크(Action-Policy Tank)' 역할을 강화하겠다는 뜻이다.

구체적으로 지방소멸과 인구감소 대응 정책 제시, 지역 맞춤형 발전 전략 마련, AI 시대 행정 혁신 연구, 현장 중심 재해·재난 관리 체계 구축, 지방행정·자치경찰·소방행정의 유기적 연계, 5극 3특 전략과 행정통합의 성공적 추진, 사회연대경제와 마을기업·협동조합 활성화 방안, 주민자치의 실질화와 제도화, 지방선거 정상화와 민선 9기 성공적 출범 지원, 연구원 경영혁신과 LIMAC의 위상 강화 등 10대 과제를 중심으로 연구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대담=강제일 정치행정부장(부국장)·정리=최화진 기자



-육동일 원장은 누구

▲육 원장은 충북 옥천 출신으로 대전중, 경기고, 연세대를 졸업하고 미국 Columbia 대학원에서 도시정책을, 연세대 대학원에서 행정학을 전공했다.

현재 한국지방행정연구원장과 충남대 도시자치융합학과 명예교수, 전국 시도지방시대위원회 협의회장을 맡고 있다.

앞서 대전발전연구원장과 한국지방자치학회장도 역임하는 등 우리나라 지방자치 분야의 대표적인 권위자로 꼽힌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시 공무원 숨진 채 발견..."건물서 추락 추정"
  2. '중수청·공소청·경찰청·통일부·외교부'도 세종행 초읽기
  3. [날씨] 4일 대체로 맑아…주말에도 맑고 선선
  4. 지거국 경쟁률·합격선 동반 상승…'빅3 선도대학' 충남대, 2027 대입 변수 되나
  5. 대전 대학생, AI 영상 공모전 최우수상 쾌거
  1. 세종 장기초 특별한 요가 행사… "더욱 가까워졌어요'
  2. 충남콘텐츠진흥원, 독일 게임스컴 2026 충남공동관 참가 성료
  3. 천안동남소방서, 추석 명절 대비 ㈜아라리오 현장점검
  4. 단국대병원, 국립암센터와 지역완결형 암 의료체계 구축 논의
  5. 천안시의회, 초선의원과의 특별한 소통의 장 마련

헤드라인 뉴스


220만 도민 화합의 장 열렸다…‘충남도민체전’ 당진서 팡파르

220만 도민 화합의 장 열렸다…‘충남도민체전’ 당진서 팡파르

당진시는 9월 3일 오후 7시 당진종합운동장 주경기장에서 '제78회 충청남도민체육대회' 개회식을 화려하게 시작하며 220만 충남도민이 하나 되는 축제의 막을 올렸다고 4일 밝혔다. 이날 개회식에는 충청남도 각지에서 모인 내·외빈, 선수단, 관람객이 참석해 충남도민의 화합과 스포츠 축제의 의미를 함께 나눴다. 개회식은 식전 공연을 시작으로 선수단 입장, 개회 선언, 주제공연, 성화 점화, 축하공연 순으로 진행했다. 특히 주제공연 '당진, 미래를 여는 빛의 물결'과 2026대 규모의 드론쇼·성화 점화 퍼포먼스가 펼쳐져 현장 열기를 끌어..

국회도서관 제공 주요 의정정보` 대전 한밭도서관에서 만난다
국회도서관 제공 주요 의정정보' 대전 한밭도서관에서 만난다

국회의 주요 의정 정보와 발간물을 대전의 대표 도서관인 한밭도서관에서도 만날 수 있게 됐다. 국회도서관(관장 황정근)과 한밭도서관(관장 김혜정)이 4일 한밭도서관 내 '국회 의정정보센터' 설치, 국회도서관 정보시스템과 발간물 공유, 기관 간 협업 모델 마련 등을 내용을 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면서다. 우선 국회 의정정보센터는 광역 지방정부 대표도서관에 설치해 국회도서관이 생산·제공하는 의정정보를 공유하고 지역사회와의 협력을 강화하는 거점 기능을 하는 곳으로, 제주 한라도서관과 울산도서관에 이어 한밭도서관에 세 번째로 들어선다...

천안 K-컬처박람회, 청년·글로벌 문화 축제로 열기 고조
천안 K-컬처박람회, 청년·글로벌 문화 축제로 열기 고조

'2026 천안 K-컬처 박람회'가 청년 예술인들의 무대와 글로벌 관람객 참여가 어우러지며 축제 열기를 더해가고 있다. 천안시는 4일 웰컴존과 정문 광장 일대에서 지역 청년과 대학생이 주도하는 공연·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웰컴존에서 충남콘텐츠진흥원 충남음악창작소와 연계한 기획공연 'K-SCENE'이 열렸고, 천안시 청소년 댄스팀 공연을 시작으로 백석대·상명대·순천향대·호서대 등 4개 대학의 힙합 무대, 대학 연합 송캠프 우수팀 공연, 인공지능(AI) 기반 지역특화 음원 상영, 전국 인디 뮤지션 쇼케이스가 잇따라 펼쳐졌다. 정문..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운동하기 딱 좋은 날씨네’ ‘운동하기 딱 좋은 날씨네’

  • ‘자전거 안전하게 탑시다’ ‘자전거 안전하게 탑시다’

  • 추석 앞두고 벌초 한창인 국립대전현충원 추석 앞두고 벌초 한창인 국립대전현충원

  • 수능 전 마지막 모의평가…집중하는 수험생들 수능 전 마지막 모의평가…집중하는 수험생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