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충청권 희생시켜 수도권 살리려는 한전 송전선로 철회하라

  • 오피니언
  • 월요논단

[월요논단] 충청권 희생시켜 수도권 살리려는 한전 송전선로 철회하라

조원휘 대전시의회 의장

  • 승인 2026-03-08 16:50
  • 신문게재 2026-03-09 18면
  • 송익준 기자송익준 기자

한국전력공사가 추진하는 '신계룡-북천안 송전선로 건설사업'은 수도권의 전력 수요를 위해 대전과 충청권의 희생을 강요하는 사업으로, 지역주민의 생존권과 환경권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습니다.

이 사업은 분산에너지 활성화라는 국가 정책 기조에 역행할 뿐만 아니라, 초고압 송전선로로 인한 건강 위협과 국립대전현충원 훼손 우려 등 절차적·윤리적 측면에서 많은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프로필
조원휘 의장.
한국전력공사(한전)가 일방적으로 추진 중인 '신계룡-북천안 송전선로 건설사업'이 지역주민의 생존권을 위협하고 있다. 충남 계룡에서 천안까지 약 62km 구간에 초고압 송전망을 구축하는 이 사업은 대전 서구와 유성구 등 도심을 관통하며 지역주민의 안전은 물론 대전의 미래 가치를 위협하고 있다.

중앙정부와 한전은 이 사업이 주요 국가산업단지 전력수요 대응과 전력계통 보강을 위한 필수 기반시설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그 실체는 수도권 대규모 산업단지, 특히 용인 반도체 국가산업단지 등 특정 지역의 전력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장거리 송전 구조를 고착화하는 사업이다. 이는 지역주민들의 생명권과 생활권을 침해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중앙정부와 한국전력공사는 주민과 지방정부의 절박한 목소리를 외면하고 있다.

이번 사업의 가장 큰 모순은 국가 에너지 정책의 대전환 기조와 정면 충돌한다는 점이다. 정부는 2024년 6월 대규모 발전소와 장거리 송전망 중심의 체계에서 벗어나 수요지 인근에서 에너지를 생산·소비하는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을 시행했다.

그러나 한전은 이러한 법 취지를 무색하게 하며 여전히 비수도권을 수도권의 '전력 백업 기지'나 '송전 통로'로 전락시키려 하고 있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등 수도권의 전력수요를 충당하기 위해 대전과 충청권의 희생을 강요하는 것은 전형적인 '전력 식민지화' 사업이자 지역 균형 발전에 역행하는 처사다.

대전의 주거·교육 중심지를 관통하는 송전 노선 설정은 상식 밖의 결정이다. 특히 유성구 노은·진잠·학하동과 서구 기성·관저동 일원은 친환경 신도시로 조성되고 있는 대전의 핵심 성장 거점이다. 게다가 초고압 송전선로에서 발생하는 전자파와 자기장은 주민 건강에 치명적인 위협이 될 수 있다. 거대 철탑으로 인한 산림 훼손과 경관 파괴는 돌이킬 수 없는 환경 피해를 낳을 것이 자명하다.

초고압 송전선로는 위험성이 높아 최근 도심지 지중화와 이격거리 규제를 통해 주민 안전대책을 강화하는 추세지만 한전은 안중에도 없는 듯하다. 특히 유성구 노은1동에 위치한 국립대전현충원 상공을 송전선이 통과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호국영령이 영면한 성역 위로 거대한 철탑과 고압선이 가로지른다면, 이는 환경훼손 차원을 넘어 국가의 품격을 스스로 실추시키는 중대한 과오다.

절차적 투명성과 정당성 상실도 사태를 악화시켰다. 한전 입지선정위원회는 2024년 11월 구성돼 수차례 회의를 거쳐 2025년 11월 최적 경과대역을 선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과정에서 주민대표 구성 비율, 위원 선정 과정, 회의 공개 여부 등을 둘러싼 논란이 지속되고 있으며, 지난 3일 열린 제9차 회의에서도 지역별 위원수 배분을 놓고 파행을 겪었다.

대규모 국책 기반사업이 주민 동의와 신뢰 없이 강행된다면 그 자체로 사회적 비용을 증폭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 최근 대전지방법원에서 일부 송전선로 사업과 관련해 입지선정위원회 결의 효력정지 가처분을 인용하거나, 국민권익위원회가 위원 구성의 하자를 지적하며 재검토 의견을 표명한 사례는 한전의 일방통행식 사업 추진이 얼마나 위태로운지를 잘 보여준다.

그럼에도 한전이 이러한 문제점을 도외시한 채 사업을 강행한다면 지역사회의 분노를 부채질할 뿐이다. 대전을 비롯해 공주, 세종, 청주 등 신계룡-북천안 송전선로가 관통하는 지역의 의회에서는 사업 반대를 촉구하고 나섰다.

한전과 정부는 이제라도 독단적인 사업 추진을 중단해야 한다. 수도권 중심의 장거리 송전망 확충이라는 낡은 생각에서 벗어나, 수요지 인근의 분산 전원 확보와 전력 다소비 기업의 비수도권 이전을 유도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전환해야 한다.

에너지 정책은 단순히 기술과 숫자로만 결정될 사안이 아니다. 송전선 아래에는 시민의 일상과 삶이 존재한다. 주민 동의 없는 초고압 송전선로 건설은 더 이상 정당성을 얻기 어렵다. 정부와 한국전력공사는 지금이라도 정책의 방향을 바로잡아야 한다. 그것이 진정한 에너지 전환이며, 균형발전의 출발점이다.

/조원휘 대전시의회 의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천안시, 27일부터 '고유가 피해지원금' 신청 접수 가능해요
  2. [문화 톡] 서양화가 이철우 작가의 또 다른 변신
  3. 유퀴즈부터 한화이글스, 늑구빵까지! 늑구밈 패러디 폭주 '대전은 늑구월드'
  4. 대전 동부서, 길고양이 토치 학대한 70대 남성 구속영장
  5. 충남대병원, 폐암 정밀진단 첨단 의료장비 도입…조기진단으로 생존율 기대
  1. [4월 21일 과학의 날] "연구에만 몰입할 수 있는 연구행정 혁신 필요"
  2. "대학 줄 세우는 졸속 정책"…전국 국공립대 교수 '서울대 10개 만들기' 개선 촉구
  3. 대전경찰청, '우회전 일시정지 단속' 2주 계도 후 집중단속
  4. 대전시립손소리복지관·더젠병원 청각장애인 복지 증진 위한 정기후원 협약
  5. 한국유네스코대전협회 임원 수원화성 세계문화유산 탐방

헤드라인 뉴스


‘백제왕도 특별법’ 세번째 도전… 22일 법사위 심사 통과여부 촉각

‘백제왕도 특별법’ 세번째 도전… 22일 법사위 심사 통과여부 촉각

충청인의 뿌리이자 고대 삼국시대에서 가장 문화적으로 번창했던 백제의 옛 도읍을 재현하기 위한 노력이 국회에서 결실을 맺을지 주목된다. 두 차례 폐기됐던 '백제왕도 핵심유적 보존·관리에 관한 특별법안'이 세 번째 도전 끝에 법제사법위원회 단계까지 올라서면서 공주·부여·익산을 잇는 역사 도시 구상이 현실화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21일 정치권과 국가유산청 등에 따르면, 박수현 의원(더불어민주당·충남 공주부여청양)이 지난해 10월 발의한 '백제왕도 핵심유적 보존·관리에 관한 특별법안'이 22일 법사위 심사를 앞두고 있다. 이르면 2..

늑구 관련 마케팅 `활발`... 늑구빵부터 AI합성 `밈`까지
늑구 관련 마케팅 '활발'... 늑구빵부터 AI합성 '밈'까지

대전 오월드 동물원에서 탈출했다가 포획된 늑대 '늑구'에 대한 유통업계의 시선이 뜨거워지고 있다. 지역 빵집에선 늑구를 모티브로 한 '늑구빵'이 등장했고, 온라인상에선 대전과 늑구를 조합한 '밈' 현상도 나타나는 등 관련 마케팅이 붐처럼 일고 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대전지역 빵집인 하레하레는 최근 동물원에서 탈출해 포획된 늑대 늑구를 빵으로 늑구빵을 출시했다. 하레하레 대전 도안점에서 오전 11시와 오후 3시 50개 한정해 판매하고 있다. 또 일부 개인 제과점 등에서도 늑구를 형상화한 빵을 진열해 판매하면서 SNS 등에서 화..

`중동전쟁 파고 넘었다` 코스피 6388.47 신고점 경신
'중동전쟁 파고 넘었다' 코스피 6388.47 신고점 경신

중동전쟁 충격으로 한때 5000선까지 내려앉았던 코스피가 두 달 만에 전고점을 돌파하며 신고점을 경신했다. 미국과 이란의 종전 협상이 마무리되진 않았지만, 반도체 산업을 중심으로 이익 성장 기대감이 투자 심리를 자극했다.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169.38포인트(2.72%) 오른 6388.47에 거래를 마치며 신고점을 경신했다. 전쟁 발발 직전인 올해 2월 27일 기록한 장중 사상 최고치(6347.41)를 단숨에 돌파한 것이다. 원·달러 환율도 하락세를 보였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실전 같은 소방훈련 실전 같은 소방훈련

  • 도심 속 눈길 사로잡는 영산홍 도심 속 눈길 사로잡는 영산홍

  • 대전오월드 재창조 사업 중단 및 전면 재검토 촉구 기자회견 대전오월드 재창조 사업 중단 및 전면 재검토 촉구 기자회견

  • 오늘부터 우회전 일시정지 위반 집중 단속…‘꼭 멈추세요’ 오늘부터 우회전 일시정지 위반 집중 단속…‘꼭 멈추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