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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의 날개를 치료한 유성온전 /한국문화원연합회 지역N문화 제공 |
땅속 깊은 곳에서 솟아나는 온천은 그야말로 자연이 주는 최고의 치유였습니다. 그렇기에 온천에는 저마다 설화가 전해집니다. 부산 동래온천에는 다친 학의 이야기가 있고, 충주 수안보온천에는 다친 황새나 용이 상처를 치유했다는 전설이 전해집니다. 울진 백암온천 또한 사냥꾼이 쫓던 사슴이 따뜻한 물에 상처를 담그는 모습을 보고 발견했다는 이야기가 있지요. 일본의 도고온천 역시 다친 백로가 스스로 상처를 고치는 모습을 우연히 목격한 데서 기원하며, 영국의 바스(Bath) 온천에는 나병에 걸려 왕좌에서 쫓겨난 블라두드 왕자가 뜨거운 진흙 물에서 피부병을 고치는 돼지들을 보고 자신의 병을 고쳐 신분을 되찾았다는 흥미로운 이야기도 전해집니다.
이처럼 온천의 발견은 대개 영험한 동물의 인도로 시작되지만, 유성온천은 조금 특별합니다. 단순한 우연이나 동물의 발견이 아니라, 간절하고 지극한 모성애에 대한 하늘의 응답이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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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성온천이 발견된 때는 백제시대라고 알려져 있다. 사진은 유성온천호텔 초기 모습. /대전 유성구 제공 |
유성온천 전설은 이처럼 모성애가 만들어 낸 기적의 이야기입니다. 안동 도산온천처럼 자식을 위한 어머니의 기도가 온천을 발견하게 했다는 점에서는 맥을 같이 하지만, 유성은 그 시대적 배경이 매우 구체적이고 비극적입니다. 백제 말엽, 유성 일대는 신라와의 국경이 맞닿은 치열한 전투현장이었습니다. 전쟁터로 끌려간 외아들을 기다리던 노모의 마음은 당시 전란에 짓밟힌 모든 백제 유민의 고통을 상징하고 있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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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20년대 유성온천호텔 앞 거리 풍경.한적한 도로와 1대 뿐인 차량이 요즘의 유성 모습과 크게 대비된다. /대전 유성구 제공 |
여기에서 우리는 유성온천만의 특징을 발견하게 됩니다. 다른 이야기들이 단순히 동물을 보고 온천을 발견했다는 결과에 집중한다면, 유성온천 전설은 어머니가 직접 그 물을 길어 날라 아들의 상처를 씻기고 간호하는 과정을 이야기합니다. 어머니의 지극한 손길이 온천수의 물리적 효능에 모성이라는 영적인 치유력을 더한 셈이지요. 학이 울었던 자리는 '명학소(鳴鶴所)', 학이 내려앉은 자리는 '학하리(鶴下里)'라는 지명으로 남아 오늘날까지 대전의 땅 위에 그 신화적 흔적을 전하고 있습니다.
유성온천 전설은 단순한 온천의 발견을 넘어서, 어머니의 사랑이 아들을 죽음에서 구했다는 지극한 모성애를 담고 있습니다. 전쟁의 상처를 모성이라는 인륜의 힘으로 극복해낸 기적의 서사지요. 전쟁의 상흔마저 녹여낸 어머니의 사랑은 이제 유성의 땅을 흐르는 온천수가 되어 우리 곁에 있습니다. 고단한 영혼들을 다정하게 감싸주는,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신화로 말이지요.
한소민/배재대 강사, 지역문화스토리텔링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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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소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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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의화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