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수묵 산수화 거장 조평휘 화백 별세… 충청 자연을 '운산산수'로 남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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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수묵 산수화 거장 조평휘 화백 별세… 충청 자연을 '운산산수'로 남기다

향년 94세 영면… 목원대 교수로 지역 미술인 길러
먹의 대비와 역동적 필치로 현대 한국화 지평 넓혀

  • 승인 2026-05-04 12:59
  • 수정 2026-05-04 13:03
  • 정바름 기자정바름 기자

'운산산수'라는 독자적 화풍을 개척하며 한국 수묵 산수화의 현대화를 이끈 거장 조평휘 화백이 지난 2일 향년 94세를 일기로 별세했습니다. 고인은 충청권의 산천을 역동적인 필치와 장엄한 구성으로 담아내며 전통 회화 정신을 계승한 파격적인 대작들을 남겼습니다. 목원대 교수로서 후진 양성에도 헌신한 그는 국민훈장 동백상과 이동훈미술상 등을 수상하며 한국 미술 발전에 크게 기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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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화의 거목 조평휘 화백이 5월 2일 향년 94세를 일기로 별세했다.사진은 지난 2021년 제19회 이동훈미술상 수상 후 조 화백이 작업실에서 중도일보와 만나 인터뷰 중인 모습 (사진=정바름 기자)
충청의 자연을 화폭에 담아 '운산산수(雲山山水)'라는 새로운 양식을 정립한 한국 수묵 산수화의 거장 조평휘 화백이 지난 5월 2일 향년 94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조 화백은 끊임없는 사생을 통해 한국 수묵화의 재해석을 시도했고 '운산산수'라는 독자적인 화풍을 구축했다. 강한 먹의 대비, 역동적인 필치, 장엄한 화면 구성은 그의 작품세계를 대표한다. 산은 정지된 풍경이 아니라 살아 움직이는 기운으로 표현됐고, 구름은 현실의 산수를 이상적 공간으로 확장하는 매개가 됐다.

그는 1999년 국민훈장 동백상, 2001년 제2회 겸재미술상, 2021년 제19회 이동훈미술상 등을 수상하며 한국화단의 후배 작가들에게 많은 귀감이 됐다. 이동훈미술상 수상 당시 심사위원들은 전통적인 회화 정신을 바탕으로 파격적인 대작을 제작해 온 조 화백을 높이 평가했다.

그해 8월 중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조 화백은 "작가는 작품에 자신만의 세계를 담아야 하고 죽을 때까지 작업해야 한다"며 구순의 나이에도 산수에 대한 열정을 드러냈다.

최근까지도 대규모 전시를 통해 그의 작품이 조명됐다. 2014년 국립현대미술관은 과천관에서 한국현대미술작가시리즈의 첫 전시로 '구름과 산-조평휘전'을 열고 그의 60년 화업을 조망했다. 대전시립미술관도 2022년 '구름 타고 산을 넘어, 조평휘전'을 통해 고인의 후기 작품과 예술세계를 보여줬다.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과 대전시립미술관 등에 소장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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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평휘, 한지에 수묵채색180×120, 2002, 대전시립미술관
조 화백은 일제강점기, 한국전쟁, 4·19 혁명, 5·18민주화운동 등 우리나라의 파란만장한 역사를 겪으면서도 작품활동에 매진해왔다. 1932년 황해도 연안에서 태어난 고인은 한국전쟁을 피해 내려와 서울대 중등교원양성소를 거쳐 홍익대 미술대학에서 청전 이상범과 운보 김기창에게 한국화를 배웠다. 1950~1960년대에는 당시 화단의 흐름이던 추상 작업과 조형 실험에 몰두했다.

1970년대 중반 이후에는 전통 산수화로 방향을 돌려 사생과 수묵의 깊이를 바탕으로 자신만의 산수 세계를 구축했다. 홍익대를 졸업한 후 당시 미술계에서 유행했던 엥포르멜 운동(형태를 부정하고 미술가의 즉흥적인 행위와 격정적인 표현을 중시한 유럽의 추상미술) 영향을 받아 추상회화를 그리기 시작했다. 그러다 1976년 대전으로 내려와 목원대에서 교수 생활을 하게 되면서 그는 작품의 전환점을 맞았다. 당시 허허벌판 시골이었던 대전의 자연을 화폭에 담았고 전통주의 산수화가로서 활동하게 된다. 조 화백의 호인 '운산'도 자신이 즐겨 그리는 산에서 땄다. 대둔산과 계룡산 등 충청권의 산천을 주요 소재로 삼았고, 현장을 찾아 사생하며 실경을 바탕으로 한 현대 산수화를 탐구했다. 이후 목원대 미술대학장 등을 지냈으며 충청권 화단의 중추가 된 작가와 교육자를 길러내는 데 힘썼다.

한편 고인의 빈소는 서울성모장례식장 31호실에 마련됐다. 발인은 5일 오전 9시 30분. 장지는 경기 성남시 분당메모리얼파크다.
정바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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