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식 칼럼] 김경수는 낮아져야 하고, 박완수는 내려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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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식 칼럼] 김경수는 낮아져야 하고, 박완수는 내려와야 한다

높은 사람보다 가까운 사람을 찾는 경남 민심

  • 승인 2026-05-07 16:08
  • 김정식 기자김정식 기자
김정식 기자
김정식 기자<사진=김정식 기자>
정치는 높은 곳으로 올라가는 싸움처럼 보인다.

하지만 선거는 다르다.

선거는 올라가는 일이 아니라 내려가는 일이다.

유권자보다 높은 곳에 선 사람은 박수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마음까지 얻기는 어렵다.

김경수 후보와 박완수 후보의 경남도지사 선거도 이 지점에 서 있다.

김경수 후보는 일반 도민 눈높이에서 너무 잘난 후보다.

말도 잘한다.

정책 이해도도 높다.

인터뷰와 간담회, 기자회견에서도 빈틈을 잘 보이지 않는다.

질문을 받으면 정리해 답하고, 공격을 받으면 논리로 되받는다.

그런데 바로 그 점이 문제일 수 있다.

정치에서 너무 완벽해 보이는 사람은 때론 너무 멀어 보인다.

대중은 잘난 사람을 바라본다.

그러나 너무 잘난 사람에게 쉽게 다가가지는 못한다.

흠모는 박수를 만들지만, 동시에 거리를 만든다.

사람 마음은 묘하다.

높이 선 사람을 올려다보면서도 그 높이에 눌린다.

내가 갖지 못한 말솜씨, 경력, 상징, 인맥, 지식을 가진 사람 앞에서 사람은 감탄한다.

그러나 감탄이 오래가면 부담이 된다.

부담은 어느 순간 반감으로 바뀐다.

흠모받는 사람은 그래서 위험하다.

작은 흠집도 크게 보인다.

평범한 사람에게는 실수인 일이, 흠모받던 사람에게는 배신이 된다.

대중은 그 사람을 높이 올려놓았기 때문에 더 크게 실망한다.

기대가 컸던 만큼 추락도 크게 느낀다.

김경수 후보에게 드루킹 사건과 도지사직 중도 상실은 피할 수 없는 기억이다.

법률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부분은 있다.

정치적으로 해명할 수 있는 대목도 있다.

그러나 선거에서 더 무서운 것은 판결문보다 장면이다.

도민은 긴 법률 문장을 모두 기억하지 않는다.

도민은 한 장면을 기억한다.

도지사가 임기 중 자리를 비워야 했던 장면이다.

경남이 다시 도정을 맡겨도 되느냐고 스스로 묻는 장면이다.

김 후보가 이 장면을 넘는 길은 하나다.

더 잘난 모습을 보이는 일이 아니다.

더 완벽한 답변을 내놓는 일도 아니다.

먼저 무너져 주는 일이다.

무너진다는 말은 패배하라는 뜻이 아니다.

자기 권위에서 내려오라는 뜻이다.

자기 이력 뒤에 숨지 말라는 뜻이다.

도민 앞에서 진주 촌놈 김경수라는 한 사람으로 서라는 뜻이다.

김 후보에게 지금 필요한 말은 "억울하다"가 아니다.

먼저 "송구하다"가 나와야 한다.

"나는 준비돼 있다"가 아니다.

먼저 "도민께 걱정을 드렸다"가 나와야 한다.

"다시 돌아왔다"가 아니다.

먼저 "다시 기회를 구한다"가 나와야 한다.

그 말이 약해 보일까.

아니다.

진짜 강한 사람만 자기 상처 앞에 선다.

진짜 큰 사람만 고개를 숙인다.

진짜 다시 시작하려는 사람만 미안하다는 말을 피하지 않는다.

김경수 후보는 더 낮아져야 한다.

간담회장에서 한 번 더 들어야 한다.

기자회견장에서 한 번 더 멈춰야 한다.

시장에서 한 번 더 손을 잡아야 한다.

마을회관에서 한 번 더 허리를 숙여야 한다.

아이를 안고, 어르신 손을 잡고, 농민 말을 끝까지 듣는 장면이 더 필요하다.

정치는 말로만 움직이지 않는다.

정치는 장면으로 움직인다.

유권자는 공약을 읽지만, 마지막에는 사람을 본다.

그 사람이 내 앞에서 얼마나 낮아졌는지를 본다.

남은 시간은 길지 않다.

6·3 지방선거까지 27일이다.

이 시간은 새 구호를 만들 시간이 아니다.

도민 마음 앞에 다시 서는 시간이다.

김 후보가 남은 27일 동안 해야 할 일은 분명하다.

더 설명하지 말고 더 들어야 한다.

더 반박하지 말고 더 숙여야 한다.

더 잘난 모습을 보이려 하지 말고 더 사람다운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때 변화가 시작된다.

박완수 후보도 같은 숙제를 안고 있다.

박 후보는 현직 도지사다.

행정 경험이 있다.

성과를 말할 수 있는 자리에도 있다.

현직이 주는 안정감도 있다.

그러나 현직은 늘 높다.

도지사라는 자리는 무게가 있다.

성과표를 앞세우면 도민은 사람보다 관청을 먼저 본다.

정책 설명이 길어지면 마음의 거리는 멀어진다.

박완수 후보는 내려와야 한다.

행정의 말에서 내려와야 한다.

보고서 숫자에서 내려와야 한다.

도지사 책상 높이에서 내려와야 한다.

도민이 사는 시장, 골목, 마을, 공장, 논밭의 말로 다시 서야 한다.

최근 박 후보가 보여주는 생활형 행보는 이 점에서 의미가 있다.

조금 어색해 보여도 괜찮다.

정치인은 너무 매끈하면 광고처럼 보인다.

조금 서툴러야 사람처럼 보인다.

대중은 완성된 사진보다 흔들린 장면을 기억할 때가 있다.

그 안에 사람이 보이기 때문이다.

김경수 후보는 흠모의 높이에서 내려와야 한다.

박완수 후보는 현직의 높이에서 내려와야 한다.

한 사람은 상처 앞에서 낮아져야 한다.

한 사람은 권위 앞에서 내려와야 한다.

이번 선거는 누가 더 똑똑한지를 겨루는 시험장이 아니다.

누가 더 말을 잘하는지를 보는 토론장도 아니다.

경남도민은 자기 삶을 알아듣는 사람을 찾고 있다.

도민은 완벽한 사람을 기다리지 않는다.

도민은 자신 앞에서 머리를 낮출 줄 아는 사람을 기다린다.

큰 이름보다 낮은 자세를 본다.

화려한 경력보다 가까운 손길을 본다.

높은 말보다 낮은 눈빛을 믿는다.

김경수 후보가 다시 경남 민심을 얻고 싶다면 먼저 자신을 내려놓아야 한다.

스펙을 말하기 전에 상처를 말해야 한다.

비전을 말하기 전에 송구함을 말해야 한다.

도민을 설득하기 전에 도민 앞에 숙여야 한다.

박완수 후보가 현직의 안정감을 지키고 싶다면 더 아래로 내려와야 한다.

성과를 말하기 전에 마음을 열고 생생히 살아있는 도민 삶을 얘기해야 한다.

도정 홍보보다 사람 체온이 먼저 보여야 한다.

경남도지사 선거는 이제 높이의 싸움이 아니다.

거리 싸움이다.

누가 더 위에 있느냐가 아니라 누가 더 가까이 오느냐의 싸움이다.

김경수는 낮아질수록 가까워진다.

박완수는 내려올수록 따뜻해진다.

경남 민심은 결국 자신과 같은 높이에서 손을 내미는 사람에게 마지막 문을 연다.
경남=김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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