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온(溫)과 천(泉)에 담긴 오랜 온기, 유성온천문화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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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온(溫)과 천(泉)에 담긴 오랜 온기, 유성온천문화축제

박문용 대전 유성구 부구청장

  • 승인 2026-05-10 16:53
  • 신문게재 2026-05-11 18면
  • 송익준 기자송익준 기자
박문용 부구청장
박문용 부구청장
'온천(溫泉)'이라는 두 글자 안에는 오랜 시간의 온기가 담겨 있다. 따뜻할 온(溫), 샘 천(泉). 단순히 뜨거운 물이 솟는 곳이 아니라, 사람의 몸과 마음을 데워주는 생명의 원천이라는 의미가 깃들어 있다. 유성온천에는 '백학(白鶴)전설'이 전해온다. 백제 말엽, 신라와의 싸움에서 크게 다친 아들을 위해 어머니가 약을 찾아 백설이 뒤덮인 들판을 헤매고 있었다. 그러던 중 날개를 다친 학이 눈이 녹아 생긴 웅덩이 물로 자신의 상처를 치료하는 것을 보았고, 아들의 상처도 그 물에 담가 낫게 했다고 한다. 전설을 넘어 역사 기록에서도 유성온천의 위상은 변함이 없다. 동국여지승람에 따르면 1394년 태조 이성계가 조선의 도읍지를 물색하기 위해 계룡산 신도안으로 가던 중 유성온천에서 목욕했다고 전해지고, 태종 이방원도 왕자이던 1393년 이곳에서 목욕한 뒤 병사들의 군사훈련을 지켜보았다는 기록도 남아 있다. 조선이 건국되던 그 격동의 시절에도 유성온천은 임금이 몸을 쉬어가는 명소였다.

오늘날 유성온천은 우리나라 116개 온천지구 가운데 가장 오랜 역사를 갖고 있으며, 부존량과 사용량에서 전국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지하 200m 이하에서 분출되는 27~56℃의 고온 열천으로, 60여 종의 성분이 함유된 약알칼리성 단순천이다. 특히, 실리카(SiO2) 성분이 풍부하게 함유되어 '실리카온천'으로 명성을 떨치고 있으며, 대규모 워터파크 시설이 없음에도 2018년과 2019년 연속으로 전국 온천 이용 순위 1위를 기록했다. 시설이 아닌 물 자체의 힘만으로 사람들을 불러 모은다는 사실이야말로 유성온천이 가진 가장 큰 자랑이다.

'축제(祝祭)'는 한자어로, '축(祝)'은 빌다·기원하다·축하하다, '제(祭)'는 제사·희생을 바치는 뜻이다. 이는 하늘이나 신에게 제사를 올리고 소원을 빌며 감사하는 제천(祭天) 문화에서 유래한 것으로 보인다. 제사를 지낸 후 술과 음식을 나누고 놀이를 즐기는 행위가 자연스럽게 '축제'로 이어졌다. 축제는 단순한 '놀이'가 아니라, 일상 노동에서 벗어나 신성한 시간을 보내는 행위로 여겨졌다. 플라톤은 그리스 로마 신화의 '뮤즈(예술의 여신)'를 '축제의 동반자'로 보았을 정도로, 축제는 인간의 창의성과 공동체성을 표현하는 본질적 활동이었다. 축제는 종교적 기원에서 출발해 인간의 본능적 욕구와 결합하면서 발전한 문화 현상으로 오늘날 축제는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고 사회를 더 풍요롭게 만드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유성구는 이처럼 오랜 역사와 뛰어난 효능으로 사랑받아 온 유성온천의 가치를 널리 알리고 지역 공동체의 화합을 도모하기 위해 매년 봄 '유성온천문화축제'를 개최한다. 이에 더해 여름에는 재즈 공연과 맥주를 결합한 '유성재즈&맥주페스타'가 열리고 가을에는 수만 송이 국화가 어우러진 '국화음악회'가 도심 속 가을의 낭만을 전해준다. 겨울에는 아름다운 불빛과 음악이 함께하는 '크리스마스 축제'가 연말 가족들을 위해 따뜻한 문화공간을 선사하고 있다.

5월 8일부터 10일까지 사흘간 유림공원에서 열린 유성온천문화축제는 시민들의 뜨거운 호응 속에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오랜 역사와 전통을 계승하는 동시에 세대별 감성을 반영한 풍성한 콘텐츠로 대전을 대표하는 축제로서의 위상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유성온천문화축제는 유성의 역사적 전통인 '온천'을 주제로 시작해, 과학의 도시 유성을 알리기 위해 과학과 온천을 접목하는 방향으로 프로그램을 꾸준히 발전시켜 왔다. 무엇보다 이 축제가 특별한 이유는 전문 예술인의 참여뿐만이 아니라 많은 프로그램과 체험부스가 주민의 손으로 직접 운영되는 '주민주도·참여형 축제'라는 점이다. 3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유성온천문화축제는 기쁨을 나누고 공동체가 함께 모여 삶의 활력을 되찾는 시간을 선사했다. 백제의 젊은이가 상처를 씻었던 그 물은 지금도 유성 땅 깊은 곳에서 솟아오르고 있다. 그 물처럼 유성온천문화축제도 해마다 새 계절이 오면 다시 뜨겁게 흘러넘치기를 기대한다.

/박문용 대전 유성구 부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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