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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도일보는 호국보훈의달을 앞두고 제44대 오재덕 대전지방보훈청장과 만나 보훈행정의 중요성과 고령화와 의료 접근성 문제 해결을 위한 계획을 들어봤다. (사진=이성희 기사) |
그래서 보훈 현장의 민원은 일반 민원과 다르다.
보훈가족의 목소리에는 오랜 희생과 헌신의 시간이 배어 있는 만큼 보훈 행정은 절차를 넘어 그 삶을 세심히 살피는 데서 출발해야 하고, 국가는 응답해야 할 책임이 있다. 중도일보는 호국보훈의 달을 앞두고 오재덕 대전지방보훈청장을 만나 보훈가족이 실제 생활 속에서 체감할 수 있는 지원은 무엇인지, 고령화와 의료 접근성 문제에 지역 보훈행정이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 들어봤다. <편집자 주>
-지난해 12월 취임 후 어떻게 지냈나?
▲취임 이후 우선 충남·충북지역 보훈지청과 괴산호국원을 방문해 각 기관이 어떤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는지, 현안은 무엇인지 파악하는 데 집중했다.
또 대전지방보훈청 관내 보훈단체들을 찾아 애로사항과 건의사항을 듣고, 보훈대상자 가정을 직접 방문해 국가를 위한 희생과 헌신에 감사의 뜻을 전했다. 현장에서 생활 불편은 없는지, 추가 지원이 필요한 부분은 무엇인지 확인하는 데도 많은 시간을 보냈다.
-대전지방보훈청, 올해 역점 사업은 무엇인가?
▲국가보훈부는 보훈가족들이 실제로 체감할 수 있는 복지와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올해 새롭게 시행되는 대표적인 제도가 참전유공자 배우자 등록 제도다.
기존에는 참전유공자 본인만 '참전유공자 예우 및 단체설립에 관한 법률'의 적용을 받았지만, 법 개정으로 올해 3월 17일부터는 배우자도 예우 대상에 포함됐다. 등록 대상자는 관할 보훈관서에서 신청할 수 있으며, 이 가운데 80세 이상이면서 기준 중위소득 50% 이하인 경우 매월 생계지원금을 받을 수 있게 됐다.
대전보훈청은 제도 시행 초기 민원이 크게 늘어난 만큼, 배우자 등록 업무를 위해 인력을 추가 배치하고 청년인턴도 투입했다. 신청자들이 오래 기다리지 않도록 안내와 접수, 생계지원금 대상 여부 확인에 집중하고 있다.
5월 20일까지 대전지방보훈청에서만 안내한 대상자는 2377명, 이 가운데 1792명이 배우자 등록을 신청했다. 생계지원금은 5월 21일 기준 623명이 신청해 현재 조사 중이며, 지급 대상에 해당하면 월 15만 원이 지원된다.
또 올해는 유네스코가 지정한 김구 탄생 150주년 기념의 해인 만큼, 하반기에는 광복절 행사와 김구 선생 탄생 150주년 기념행사 등 시민과 함께할 수 있는 보훈문화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취임 후 많은 보훈대상자들을 만났는데, 그들이 가장 많이 호소한 어려움은 무엇인가?
▲가장 많이 느낀 것은 의료 접근성과 일상 돌봄의 문제다. 보훈대상자들의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거동이 불편한 분들이 많아졌고, 병원에 한 번 가는 것 자체가 큰 부담이 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특히 홀로 지내는 유공자들은 집안일이나 식사, 건강관리뿐 아니라 정서적 외로움까지 함께 겪고 있어 자녀가 있더라도 실질적인 돌봄이 충분하지 않은 경우와 심지어 지원 제도를 몰라 신청하지 못한 분들도 있었다.
대전 도심지역은 상대적으로 주거환경이 나은 편이지만, 충남의 일부 농촌지역 단독주택에 거주하는 분들 가운데는 생활 여건이 매우 열악한 사례도 많았다. 단순히 신청을 기다리는 데 그치지 않고, 직접 찾아가 필요한 지원을 확인하고 신청까지 도우려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보훈대상자 고령화에 따라 지원 방향도 많이 달라지고 있을텐데.
▲6·25 참전유공자 상당수는 90세 안팎이고, 100세를 넘긴 분들도 있다. 이제 보훈정책은 단순한 예우를 넘어 고령 유공자의 일상을 실제로 돌보는 방향으로 더 촘촘해져야 한다.
보훈병원은 중증 질환과 전문 진료에 집중할 수 있도록 역량을 강화하고, 대전보훈요양원 등 요양시설과 연계를 강화해야 한다. 동시에 집에서 생활하는 유공자들을 위해 재가보훈실무관이 직접 방문해 가사활동과 건강관리를 돕는 재가복지서비스도 확대할 필요가 있다.
현장을 다니다 보면 집안 청소나 식사 준비조차 어려운 분들이 있다. 다만 일부 대상자는 집이 낡았거나 누군가 방문하는 것 자체를 부담스러워해 서비스를 꺼리기도 하는데, 그래서 단순히 방문 여부만 확인할 것이 아니라 실제 생활에 필요한 물품이나 지원이 무엇인지 세밀하게 살피도록 하고 있다.
-재가보훈실무관 제도는 어떻게 운영되고 있나?
▲대전지방보훈청 관내와 소속기관을 포함해 현재 재가보훈실무관 105명이 활동하고 있으며, 서비스 대상자는 945명이다.
대상자가 전화나 방문 등을 통해 서비스를 신청하면 자격 조건을 확인한 뒤 접수하고, 보통 대상자 자택을 방문해 거주환경과 건강상태 등을 살핀다. 이후 필요한 방문 횟수를 조정하고, 대상자로 결정되면 재가보훈실무관을 매칭한다. 통상 서비스 결정까지는 약 10일 정도가 소요된다.
재가보훈실무관은 대상자 가정을 방문해 청소, 식사 지원, 건강 상태 확인 등 일상생활을 돕는다. 필요에 따라 주 3회가량 방문하는 경우도 있다.
-거동이 불편한 고령 보훈대상자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결국 의료 접근성 확대가 아닌가 싶다. 이와 관련 보훈 위탁병원 제도에 대해 설명 바란다.
▲충남과 충북은 지역이 넓고 고령 보훈대상자가 많아 병원 이용이 쉽지 않은 경우가 많다. 대전보훈병원까지 오기 어려운 분들도 있고, 일반 병원 방문조차 부담스러운 분들이 있다. 이런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운영되는 제도가 보훈 위탁병원이다.
위탁병원은 국가유공자와 유가족이 거주지 가까운 병원에서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지정된 의료기관인데, 지정 절차는 지방 보훈관서가 필요성을 건의하면, 국가보훈부가 전국 상황을 검토해 지정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현재 대전지방보훈청 관내에는 31개 위탁병원이 지정돼 있다. 위탁병원에서는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급여 항목의 본인부담금 일부를 감면하거나 국비로 지원한다. 국비 진료 대상자인 애국지사, 상이자, 고엽제후유의증 환자 등은 본인부담 진료비가 전액 면제되고, 참전유공자는 본인부담금의 90%를 감면받는다. 무공·보국수훈유공자와 국가유공자 유족은 60%, 10년 이상 장기복무 제대군인은 50% 감면을 받을 수 있다.
현장에서는 위탁병원을 더 늘려달라는 의견이 많다. 또 특정 진료과가 부족해 원하는 진료를 받기 어렵다는 건의도 있어, 의료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지속적인 확충이 필요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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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재덕 제44대 대전지방보훈청장. (사진=이성희 기사) |
▲국가유공자 우선 진료는 보훈병원의 근본적인 존재 이유다. 동시에 보훈병원은 지역 거점 공공의료기관으로서 지역민 건강을 책임지는 역할도 하고 있다.
이 두 역할이 충돌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중요한 대안이 위탁병원 제도다. 보훈대상자들이 거주지 근처에서 편리하게 진료받을 수 있도록 위탁병원을 확충하면, 보훈가족의 의료 접근성은 높아지고 보훈병원의 진료 부담은 줄어든다.
이를 통해 보훈병원은 중증·전문 진료에 더 집중할 수 있고, 지역민에게도 안정적인 공공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결국 보훈병원과 위탁병원, 요양시설, 재가복지서비스가 유기적으로 연결돼야 한다.
-'보훈'이 국가유공자와 유족 중심의 영역으로 인식되면서 청년·청소년 세대에게는 다소 멀게 느껴진다는 지적도 있다. 대전보훈청이 추진 중인 참여형 콘텐츠나 체험사업은 무엇인가?
▲보훈이 국가유공자나 유족들만의 영역으로 인식되는 경우가 있지만, 보훈문화는 미래세대와 함께 이어가야 한다. 이를 위해 대전지방보훈청은 청소년이 재능나눔을 통해 보훈과 나라사랑 정신을 체험할 수 있는 보훈봉사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현재 유성구청소년수련관 등 3개 청소년기관이 보훈테마활동을 함께 운영하고 있으며, 신탄진중, 대전대신고, 국군간호사관학교 등 관내 학교 학생들도 보훈봉사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청소년들이 직접 참여하는 방식으로 지역사회에 보훈문화를 확산시키는 데 의미가 있다.
-마지막으로 보훈가족과 중도일보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임기 동안 꼭 이루고 싶은 것이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든든하고 따뜻한 보훈복지의 실현이다.
보훈청을 찾는 민원인은 국가를 위해 헌신한 분들이거나 그 가족이다. 그렇기에 일반적인 행정 민원과는 다르게 더 깊은 존중과 책임감을 갖고 응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직원들도 그런 마음가짐을 공유하고 실천할 수 있도록 조직 문화를 만들어가고 싶다.
임기를 마칠 때쯤 대전·충청지역 국가유공자와 보훈가족들이 "보훈청이 내 삶의 어려움을 진심으로 살피고 실질적인 도움을 줬다"고 느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대전지방보훈청이 행정 절차에 머무르지 않고,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고령화되는 유공자들의 일상을 세심하게 챙기는 기관으로 기억에 남기를 바란다.
대담=고미선 사회과학부장(부국장)·정리=이현제 기자·사진=이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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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재덕 대전지방보훈청장이 3월 23일 서해수호의 날을 앞두고 천안함 46용사 故 민평기 상사의 유족 윤청자 자택을 방문해 국가보훈부 장관 명의 위문품을 전달하고 있다. (사진=대전지방보훈청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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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