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생의 시네레터] 다시 돌아가려는 자의 꿈 - '와일드 씽'

  • 오피니언
  • 김선생의 시네레터

[김선생의 시네레터] 다시 돌아가려는 자의 꿈 - '와일드 씽'

김대중 영화평론가/영화학박사

  • 승인 2026-07-08 16:53
  • 신문게재 2026-07-09 18면
  • 최화진 기자최화진 기자
KakaoTalk_20260707_162608261
영화 '와일드씽' 포스터.
겉만 보면 수렵인의 것이 분명한 구식 차에 남자 셋, 여자 한 명이 타고 갑니다. 애초에 다른 차를 타고 가다가 사고를 만나 한 차에 모입니다. 오래전 그들은 라이벌이었습니다. 그러다가 원수 같은 작자와 조우하여 그도 트렁크에 태웁니다. 오월동주(吳越同舟) 같은 상황입니다. 서울에서 출발해 영화의 가상 도시 강원시로 갑니다. 너무도 오랜만에 텔레비전으로 생중계하는 지방 행사에 부름 받은 길입니다. 욕망은 들끓고 길은 멉니다. 매니저 한 명 없이 가야 하는 여정이 좌충우돌, 우여곡절입니다.

영화는 한때 잠깐 스타였던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그들을 스타로 만들어 준 대중들은 나이를 먹고, 새로운 세대는 그들을 선택하지 않았습니다. 스타로 남지 못한 그들은 지상의 존재가 되어 평범하게 삽니다. 그러나 별이었던 추억을 끝내 버리지 못한 이들은 다시금 꿈을 꿉니다. 객관적으로 그들이 다시 별이 될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그러나 꿈이 아닌들 삶이 의미를 갖지 못하는 게 그들의 처지입니다.

영화는 전반부에 짧고 빠르게 스타 시절의 그들을 보여 줍니다. 비록 짧긴 하지만 수년의 시간인데 영화는 전반부의 스타 시절보다 더 길게 후반부 하루 동안의 여정을 다룹니다. 생계형 방송인이 된 현우(강동원 분), 재벌가 며느리가 된 도미(박지현 분), 솔로 앨범을 냈다가 빚더미에 앉고 보험업자가 된 상구(엄태구 분)가 다시 팀으로 모이는 과정과 라이벌이었던 발라드 가수 최성곤(오정세 분)과의 조우를 영화는 내내 코믹하게 그립니다. 스타로서의 재기가 실현 불가능함에 대한 풍자와 그들이 지닌 욕망의 간절함을 대비해서 강조합니다. 로드무비로 그려낸 이들의 행보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진한 페이소스를 보게 합니다. 차는 엎어지고 길바닥에 누운 현우의 시점에서 보이는 하늘이 인상적입니다.

로드무비는 탈출과 우정, 성장을 보여 주는 영화 형식입니다. 인물들은 머물던 곳에서의 실패와 곤란함에서 도망칩니다. 그곳은 대체로 치열한 경쟁과 세속화된 분위기에 휩싸인 도시입니다. 떠나는 곳은 대자연이거나 시골입니다. 출발할 때는 실패했다는 좌절감과 도피자로서의 위축된 심리이지만 길 위에서 함께 한 사람과의 대화와 동행을 통해 위로와 공감, 용기를 경험합니다. 그리고 자신의 지난날을 성찰하면서 내면적으로도 성장하게 됩니다. 그러니 어딘가에 도착한다는 것에 주안점이 있다기보다 그곳에 이르는 과정에서의 의미 발견과 인물의 변화가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로드무비로는 <고래사냥>(1984), <델마와 루이스>(1993) 등이 있습니다. 이 영화 <와일드 씽> 역시 꿈을 찾아 강원시로 향하는 일행의 모습이 로드무비의 특징을 잘 보여 줍니다.

마침내 무대에 올라 전성기 시절의 대표곡을 부르는 트라이앵글과 최성곤의 모습은 예전과 같지 않습니다. 특히 댄스 그룹이었던 현우, 도미, 상구는 더 이상 청년의 몸이 아닙니다. 다시는 돌아가지 못할 시절에 대한 처절한 몸부림에 가깝습니다. 팬들도 나이를 먹었고, 왕년의 스타들에게 보내는 환호와 박수 역시 오래전 그 시절의 기억에 대한 것입니다.

이룰 수 없는 꿈을 꾸고, 이길 수 없는 적과 싸웠으며, 이룰 수 없는 사랑을 하고, 잡을 수 없는 저 별을 잡으려 했다.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비록 실현 불가능하지만 영화 속 인물들의 꿈을 비난하기는 어렵습니다. 영화가 이들의 행보를 코믹하게 그리는 것은 현실에 대한 반증입니다. 미래를 향한 것은 아닐지라도 가장 빛나던 한 시절에 대한 열망과 그리움에 대해 영화는 비판적으로 바라보지 않습니다. 삶의 여정에서 지치고 꺾인 사람들의 꿈에 대해 생각하게 합니다.

김대중 영화평론가/영화학박사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아산시, 강당골 계곡 대대적 정비 박차
  2. 대전시, 산업단지 조성 전략 수정할까
  3. [주말사건사고] 폭염 여파 정전에 대전·충남 곳곳서 화재 발생
  4. 대전에 없는 '대전지방중수청'… 출범 전부터 청사 논란
  5. 충남대·공주대 통합 첫단추…14일 단일안 윤곽 나오나
  1. 李정부 5극 3특 성장엔진 산업 발표 코앞…충청권 들러리 되나
  2. 폭염이 만든 풍경…지상은 ‘썰렁’, 지하는 ‘인산인해’
  3. 사상 첫 폭염중대경보… 충청권 35도 안팎 무더위 이어져
  4. 표류하는 제2중경 유치전… 박수현호 정치력 시험대
  5. [통(通)하는 충남, 시험대 선 박수현 충남지사의 소통 리더십] ①지천댐 건설을 둘러싼 찬반 갈등 해법

헤드라인 뉴스


대전 문화예술정책 판 바뀐다…하드웨어서 소프트웨어로

대전 문화예술정책 판 바뀐다…하드웨어서 소프트웨어로

대전 문화예술계 정책이 중대 변곡점에 섰다. 민선 9기 출범과 함께 대전시가 재정난을 이유로 민선 8기에서 추진해 온 문화예술 시설사업 대부분을 재검토하기로 하면서다. 시설사업 중심이던 민선 8기 문화예술 공약이 대대적인 손질을 앞둔 가운데 새 시정의 무게중심은 하드웨어 정책에서 시민 문화 향유와 지역 예술인 지원 등 소프트웨어 정책으로 옮겨갈 전망이다. 13일 대전시에 따르면, 민선 9기 인수위원회는 문화예술 분야 주요 시설사업에 대해 재검토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새 시정이 출범하자마자 시 재정 부담이 최대 현안으로 떠..

내리던 대전 기름값 숨고르기…중동 리스크에 추가 하락 `주춤`
내리던 대전 기름값 숨고르기…중동 리스크에 추가 하락 '주춤'

대전지역 주유소 휘발유 가격이 한 달 넘게 내림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최근 들어 하락 속도는 한풀 꺾인 모습이다. 정부의 유류가격 인하 조치로 가격 부담은 다소 완화됐지만, 중동 정세가 다시 고조되면서 국제유가가 반등해 추가 하락 기대감은 다소 약해지고 있다. 13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기준 대전지역 보통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리터당 1857.70원으로 집계됐다. 한 달 전 평균 1999원 안팎과 비교하면 140원 이상 낮아졌다. 다만 최근에는 하락 폭이 이전보다 줄어들면서 가격 조정 국면에 들어선 분위기..

이 대통령 "추가세수, 미래·청년·지방·교육 4대 분야 집중 투자"
이 대통령 "추가세수, 미래·청년·지방·교육 4대 분야 집중 투자"

이재명 대통령은 13일 "대규모 추가 세수를 미래와 청년, 지방, 교육 등 국가의 미래를 좌우할 4대 분야에 집중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주재한 '2026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다. 이 대통령은 모두 발언을 통해 "2027년 예산안이야말로 편성 단계부터 오롯이 우리 정부가 처음으로 그려내는 예산"이라며 "대체불가 대한민국이라는 담대한 꿈을 뒷받침하는 그런 방안들을 내년도 예산안에 잘 챙겨 담아야 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재정 운영의 세 가지 원칙을 강조했다. 우선 대규모의 추가 세수를 미래 대응을 위한 전략적..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썸머케어로 건강한 여름 나세요’ ‘썸머케어로 건강한 여름 나세요’

  • 드론 벼 병해충 공동방제 드론 벼 병해충 공동방제

  • 수 년간의 기다림 끝에…허물 벗는 매미 수 년간의 기다림 끝에…허물 벗는 매미

  • 폭염이 만든 풍경…지상은 ‘썰렁’, 지하는 ‘인산인해’ 폭염이 만든 풍경…지상은 ‘썰렁’, 지하는 ‘인산인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