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보기]팬심(Fan心)과 혐오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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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보기]팬심(Fan心)과 혐오 사이

양홍석 대전시청자미디어센터장

  • 승인 2026-08-20 16:53
  • 신문게재 2026-08-21 19면
  • 이상문 기자이상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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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홍석 대전시청자미디어센터장
갑작스러운 폭염 브레이크를 넘긴 프로야구가 포스트시즌 진출권을 두고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필자 역시 한화 이글스의 경기를 종종 지켜보고 있다. 얼마전 경기였다. 선발투수가 5이닝을 잘 막아내고 물러난 뒤, 불펜이 수차례 위기를 넘기며 힘든 승리를 거두었다. 그러나 경기 직후 포털과 커뮤니티의 댓글창은 승리의 기쁨을 나누지 않았다. '겨우 5이닝뿐이냐', '불안해서 보기 싫은데 왜 불러내나' 등 날 선 비난들이 줄을 이었다. 투수진이 팀 승리의 발판을 마련했는데도 말이다.

리드를 잡다가 동점이나 역전을 허용하는 날에는 더욱 참담한 수준의 인신공격이 터져 나온다. '밥이 넘어가냐', '제발 그만 좀 보자'라는 말들은 경기력 평가를 넘어 선수 개인의 인격을 무참히 짓밟는다. 한두 마디 푸념으로 끝나면 그나마 다행이다. 이제는 댓글을 남긴 팬들끼리 원색적인 욕설을 주고받으며 댓글창은 진흙탕 싸움터로 변한다. 과거 야구장에서 벌어지던 빈병 투척과 패싸움이 인터넷 댓글창으로 무대를 옮겨온 듯한 착각마저 든다.

오늘날 스포츠 콘텐츠 소비는 스마트폰을 통해 언제 어디서나 온라인 중계를 즐기는 방식으로 변했다. 방송사의 '보이는 라디오'와 팬들이 운영하는 온라인 라이브 방송은 편파 응원의 재미를 더한다. 이처럼 뉴미디어 환경의 핵심은 콘텐츠 생산자와 이용자가 실시간으로 소통하는 '쌍방향성'에 있다.

하지만 댓글의 온도는 경기 상황에 따라 극단적으로 널뛴다. 이기면 찬사가 넘쳐나지만, 지면 눈 뜨고 보기 어려울 정도의 비난이 쏟아진다. 물론 팬들에게는 구단 운영과 선수의 경기력에 대해 평가하고 비판할 권리가 있다. 시간과 비용을 들여 응원하고 입장권과 굿즈를 구매하는 열정적인 주체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선수 기용이나 경기 운영, 구단 정책에 대한 팬들의 건설적인 문제 제기가 팀의 '터닝포인트'가 되어 성적 반전으로 이어진 사례도 있다.

문제는 그 열정이 감정적 분풀이와 인신공격으로 변질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 스포츠 팬이 매 경기 결과에 일희일비(一喜一悲)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모습이다. 하지만 경기 내용에 대한 비판을 넘어 선수 개인의 인격을 훼손하거나 근거 없는 비난을 반복하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다.

이러한 공격적인 표현은 왜 끊이지 않는 것일까? 신원이 드러나지 않는다는 익명성은 차마 입에 담지 못할 말도 쉽게 쏟아내게 만들고 말의 책임을 흐린다. 비난의 분위기가 형성되면 개인은 집단심리에 휩쓸리기 쉽다. 다수가 같은 대상을 공격하는 상황에서는 자신의 과격한 표현이 정당하다고 착각하기 때문이다. 자극적인 콘텐츠를 우선 노출하는 알고리즘 역시 이러한 감정의 증폭을 부추긴다.

아무리 강팀이라도 144경기를 모두 이길 수는 없다. 포스트시즌 진출을 위한 안정적인 승률을 5할로 본다면, 5번의 승리 뒤에는 5번의 패배가 필연적으로 따라온다. 그 패배의 과정에는 투수의 실투, 타자의 아웃, 수비 실책, 코칭스태프의 판단 착오가 모두 포함되어 있다. 팬들의 실망과 분노 역시 애정에서 비롯된 자연스러운 감정이다. 하지만 감정을 분출하는 데 그치지 않고, 비판과 혐오를 분명히 구분하며 타인에 대한 존중을 잃지 않는 태도가 필요하다. 팬심(Fan心)과 혐오의 경계를 가릴 줄 아는 성숙함이야말로 오늘날의 스포츠 팬들에게 가장 요구되는 자질이다.

댓글을 남기기 전, 혹은 콘텐츠를 제작하기 전 스스로에게 한 번쯤 물어보자. "나는 이 말을, 선수의 얼굴을 마주한 자리에서도 당당히 말할 수 있는가?"
양홍석 대전시청자미디어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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