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분석] 경기연구원 ‘AI 공유부’ 도민 조사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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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분석] 경기연구원 ‘AI 공유부’ 도민 조사 분석

AI 배당, 세금으로 줄 것인가? 자산으로 만들 것인가?
도민 상당수 'AI 공유부' 개념...경제적 가치 인식 부족

  • 승인 2026-09-07 10:12
  • 이인국 기자이인국 기자
경기도청 전경 (사진=경기도 제공)
경기도청 전경 (사진=경기도 제공)
인공지능(AI)이 산업과 일자리를 넘어 새로운 부의 원천으로 자리 잡으면서 'AI가 창출한 부를 사회 구성원과 나누자'는 논의가 시작되고 있다.

하지만 경기도민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만 놓고 보면 제도 도입을 서두르기에는 넘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특히 'AI 공유부'라는 개념을 알고 있는 도민은 5.5%에 그쳤다. 반면 AI 산업이 확대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을 누가 부담해야 하는지를 묻자 상당수는 분명한 불공정 인식을 드러냈다. AI 공유부(共有富)는 쉽게 말해 "AI가 만들어낸 경제적 가치와 이익의 일부를 특정 기업이나 소수 주주만 가져가는 것이 아니라 사회 구성원 모두가 함께 누리도록 하자"는 개념이다.

현재 경기도에서 필요한 것은 'AI 배당을 얼마씩 지급할 것인가'를 정하는 일이 아니라 AI가 만들어내는 부와 비용을 어떻게 계산하고, 그 재원을 누가 부담할 것인지 분석했다.

이와관련 경기연구원이 최근 도민 4,7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AI 공유부를 알고 있는 답변은 5.5%였다. 대부분의 도민은 생소한 개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에서는 AI 활용 정도에 따라 인식 격차는 상당했다. AI의 고급 기능을 사용하는 응답자 가운데 18.6%가 AI 공유부를 알고 있다고 답한 반면 AI를 거의 활용하지 않는 집단의 인지도는 2.0%에 불과했다.

또한 소득별 차이도 나타났다. 월소득 200만 원 미만 응답자의 72.2%는 AI 공유부를 처음 접했다고 답했지만, 월소득 800만 원 이상에서는 이 비율이 62.4%로 낮아졌다.

이는 향후 AI 관련 분배제도를 논의할 때 단순히 '누가 혜택을 받을 것인가'만 따질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엿볼 수 있다.

■ 도민 AI 기업의 이익보다 '비용 전가'

이번 조사에서 정책적으로 더 주목할 대목은 AI 공유부에 대한 낮은 인지도와 별개로 비용 부담에 관한 인식이다.

가장 불공정하다고 평가된 사례는 데이터센터의 전력 사용 비용을 일반 가정이 부담하는 경우였다.

응답자의 79.1%가 이를 불공정하다고 판단했고, AI 기업이 시민 데이터를 활용해 상당한 수익을 얻는 상황에 대해서는 51.9%가 불공정하다고 답했다.

두 수치를 단순 비교하면 도민들의 문제의식은 AI 기업의 이윤 자체보다 AI 산업을 유지하고 확대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이 사회 구성원에게 어떻게 배분되는가에 더 강하게 나타난 것을 볼 수 있다.

AI 산업의 성장과 함께 데이터센터, 전력망, 통신망 등 각종 기반시설 수요가 늘어날 경우 이 문제는 더욱 커질 수 있다.

따라서 AI 공유부 논의가 실효성을 갖기 위해서는 기업의 초과이익이나 데이터 활용 수익에 과세할 것인지 여부에 앞서 AI 산업이 사회에 발생시키는 비용부터 객관적으로 산출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 월 필요한 돈은 얼마인가

AI 배당에 대한 도민들의 기대는 상당히 구체적이었다.

조사에서 가장 많은 응답자가 선택한 배당 수준은 월 10만~50만 원으로 42.8%였다. 월 100만 원 미만을 적정 배당액으로 본 응답자는 84.2%에 달했다.

돈을 받게 된다면 어디에 사용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생활비가 64.6%로 가장 많았다. 저축·투자는 40.1%, 여가 활동은 36.0%였다.

그러나 이 같은 선호가 곧바로 정책 실행 가능성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받고 싶은 금액'과 '지속적으로 마련할 수 있는 재원' 사이에는 상당한 간극이 있기 때문이다.

가령 월 단위 배당을 제도화하려면 일회성 예산이 아니라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안정적인 수입원이 필요하다.

AI 기업을 대상으로 새로운 세금을 부과하는 방안, 데이터 이용에 따른 사회적 환원체계를 만드는 방안, 공공이 AI 관련 자산이나 사업에 투자해 수익을 확보하는 방안 등이 거론될 수 있지만 각각 장단점과 법적·경제적 검토가 필요하다.

AI 산업은 기업별 수익 규모와 기술 경쟁력이 크게 다르고 시장 변동성도 높은 만큼 특정 산업의 수익만을 배당 재원으로 삼을 경우 재정의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을지 따져봐야 한다.

■ 현금 지급보다 '공동 자산' 운용 관심

AI 공유부를 어떤 형태로 나눌 것인지에 대한 의견 역시 하나로 모이지 않았다. 현금을 직접 지급하자는 응답이 39.6%로 가장 많았다.

하지만 AI 기금을 만들자는 의견이 33.0%, AI 국부펀드나 지분을 통한 배당 방식이 22.9%였다. 두 방식을 합치면 55.9%다.

이는 상당수 도민이 AI가 만들어내는 부를 곧바로 현금화하기보다 공동의 자산으로 축적한 뒤 장기적인 수익을 만들어 나누는 모델에도 가능성을 두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선호 방식에는 계층별 차이도 있었다. 저학력·저소득·저연령층에서는 현금 지급에 대한 선호가 상대적으로 높았고, 고학력·고소득·고연령층에서는 기금이나 국부펀드 같은 제도적 운용 방식에 대한 선호가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따라서 향후 정책을 단순한 '전 국민 현금배당'으로만 설계할 경우 다양한 수요를 충분히 담아내기 어려울 수 있다.

■ 75.2%가 시민 참여 요구…대부분 개념부터 몰라

흥미로운 결과는 AI 공유부를 알고 있는 도민이 극소수임에도 정책 결정 과정에 시민이 참여해야 한다는 의견은 75.2%에 달했다.

시민 참여가 중요하지 않다는 응답은 4.3%에 그쳤다. 이 결과는 AI 공유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끝났다는 의미와는 다르다.

오히려 정책을 만들기 전에 시민이 내용을 이해하고 판단할 수 있는 공론장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강하다는 것으로 해석할 여지가 크다.

AI 공유부가 새로운 복지제도인지, 산업정책인지, 조세정책인지, 혹은 공공자산 운용 모델인지에 따라 필요한 법과 재원, 정책 대상이 모두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AI 부의 크기'부터 측정해야 배당 논의가 가능하다 가장 근본적인 질문은 AI가 실제로 얼마만큼의 경제적 가치를 만들어내고 있는지를 어떻게 계산할 것인가다.

또한 AI를 활용해 기업의 생산성이 높아진 부분과 기존 기술로도 발생했을 성과를 어떻게 구분할지도 과제이고, 데이터센터의 전력 사용량 증가, 기반시설 확충 비용, 데이터 활용에 따른 사회적 비용 등을 어디까지 AI 산업의 비용으로 볼 것인지도 기준을 세워야 한다.

재원 조달 방식 역시 마찬가지다. 새로운 과세체계를 도입한다면 과세 대상과 세율, 세원 산정 방식은 물론 기업의 투자 위축이나 산업 경쟁력 저하 가능성까지 검토해야 한다.

반대로 공공기금이나 펀드 방식이라면 초기 출연금과 운용수익률, 손실 발생 가능성, 수익 배분 기준을 공개적으로 검증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배당을 먼저 약속하고 나중에 재원을 찾는 방식으로는 지속 가능한 제도를 만들기 어렵다. 먼저 재원이 어디에서 발생하는지 확인하고, 그 규모와 지속성을 검증한 뒤 지급 방식과 대상 범위를 결정하는 순서가 중용하다.

■경기도 다음 단계는 '배당 설계'가 아니라 '재원 검증'

경기연구원 이승환 AI연구실장은 현금 지급과 기금, 지분 배당 등을 함께 검토하는 다층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의견을 제시했다.

AI 산업의 변동성과 세제의 불확실성을 감안해 충분한 공론화와 숙의가 필요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번 조사 결과는 AI 공유부에 대한 도민들의 인식이 이미 하나의 정책 모델로 정리됐다는 것을 보여주지는 않는다.

오히려 반대다. 개념은 아직 낯설지만 AI가 만들어내는 이익과 사회적 비용을 어떻게 나눌 것인지에 대한 관심은 이미 형성되고 있다는 점이 확인됐다.

따라서 경기도가 AI 공유부를 정책 의제로 발전시키려면 첫 단계부터 달라야 한다. '월 10만 원을 줄 것인가, 50만 원을 줄 것인가'가 출발점이 되어서는 안 된다.

아울러 재원과 비용 구조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시민이 그 과정에 참여한다면 AI 공유부 논의는 단순한 현금배당을 넘어 AI 시대의 부와 비용을 사회가 어떻게 배분할 것인지 결정하는 새로운 정책 실험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 경기=이인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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