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전기차는 시기상조?

  • 오피니언
  • 편집국에서

[편집국에서] 전기차는 시기상조?

김흥수 경제부 차장

  • 승인 2026-09-13 11:33
  • 신문게재 2026-09-14 18면
  • 김흥수 기자김흥수 기자
KakaoTalk_20191013_171443825
김흥수 경제부 차장
유년시절 나는 여느 사내아이들처럼 자동차를 좋아했다. 1980년대 길거리에서 보이는 포니와 엑셀, 프라이드, 콩코드, 르망, 코란도, 각그랜져 등의 차종을 맞히곤 했다. 부모님의 칭찬을 받을 때면 자동차 박사라도 된 듯 뿌듯했다.

군 복무를 마친 뒤 운전면허를 땄고, 아버지의 쏘나타를 내 차처럼 타고 다니며 대학생활을 보냈다. 직장생활을 시작하고는 '국민 첫차'로 불리던 아반떼를 출고해 비로소 내 차를 갖게 됐다. 마흔을 넘겨서는 오픈카의 매력에 빠져 머스탱을 덜컥 샀다. 주변에서 철없는 생각이라며 만류했고, 지금 스스로 생각해도 이해하기 어려운 결정이지만, 그만큼 자동차에 대한 애정만큼은 여전했던 모양이다.

대전에서 생활하려면 와이프도 운전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내가 타던 아반떼를 넘겨줬다. 10년 묵은 장롱면허를 되살리는 일은 쉽지 않았다. 꾸준한 설득과 연습 과정에서 숱한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곧 운전에 익숙해졌고, 이젠 문제없이 출퇴근 할 정도가 됐다.

하지만 그 아반떼를 2년 전 내가 언덕길에서 브레이크 페달을 놓치는 어처구니없는 사고를 내며 폐차하게 됐지만, 덕분에 새로운 차를 고민하게 됐다.

다음 차로는 전기차를 사기로 이미 마음을 굳힌 터였다. 제주도 가족여행에서 렌터카로 전기차를 타본 경험이 결정적이었다. 경기도 수원의 중고차 매매단지를 찾아가 볼트EV 한 대를 업어왔다. 당시 인천에서 대형 전기차 화재가 발생해 불안감이 있기도 했지만 1년 넘게 직접 운행한 지금은 생각이 달라졌다. 앞으로 자동차 시장은 전기차가 중심이 될 것이라는 확신이 생겼다.

가장 먼저 체감한 장점은 정숙성이다. 엔진음이나 배기음이 없어 운전할 때 피로가 덜하다. 소형차인 만큼 고속 주행 때 풍절음이 들리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주차한 상태에서 에어컨을 켜고 잠시 쉬어도 주변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된다. 힘도 기대 이상이다. 가속페달을 밟는 순간부터 힘이 전달돼 언덕길도 가볍게 오른다. 순간 가속력 역시 웬만한 6기통 내연기관차가 부럽지 않을 정도다. 유지비도 매력적이다. 보험료는 내연기관차보다 다소 비싸지만, 충전비는 기존 기름값의 20% 수준에 그친다. 자동차세도 연간 10만원 안팎이다. 엔진오일처럼 주기적으로 교환해야 하는 불편도 줄어든다. 뜻밖에도 주차 스트레스까지 줄었다. 밤늦게 충전구역에 자리가 있으면 충전하면서 밤새 세워둘 수 있다. 다음 날 출근할 때 차를 빼면 그만이니 선택지 하나가 더 생긴 셈이다.

전기차의 가치는 개인의 편의와 유지비 절감에만 머물지 않는다. 낮 시간대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로 과잉 생산된 전기를 차량 배터리에 저장해 이동 에너지로 활용할 수도 있다. 전기를 어떤 방식으로 생산하느냐에 따라 친환경성에는 차이가 있지만, 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아질수록 전기차의 환경적 가치도 함께 커질 것이다.

물론 전기차가 누구에게나 정답은 아니다. 집이나 회사에 충전시설이 없다면 앞서 언급한 장점들은 무용지물이 된다. 하지만 충전환경이 있고, 시내 위주 주행이라면 전기차가 답이라고 확신한다.

요즘 전기차 동호인들 사이에서는 '전기차는 시기상조'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오고 있다. 자신들은 전기차의 장점을 누리면서도 충전구역이 붐비는 것을 막기 위해 다른 사람에게는 권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그만큼 직접 경험한 사람들의 만족도가 높다는 역설이기도 하다.

전기차가 모든 내연기관차를 대신할 수는 없다. 화재에 대한 불안을 낮출 안전관리와 촘촘한 충전망 구축도 필요하다. 1년 이상 전기차를 경험해본 내게는 더 이상 시기상조가 아니었다. 오히려 전기차 시대를 뒷받침할 충전 인프라 확충을 서둘러야 할 때다. /김흥수 경제부 차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연축지구 개발 탄력받나… 공공기관 유치 준비 주목
  2. 가을 제철 수산물 가격 들썩… 꽃게·전어 두 배 급등
  3. 李정부 2차 공공기관 이전 초읽기…대전 '우선 배치' 촉각
  4. 중도일보 김원식 회장·김현수 대표이사 부자(父子) 아너 소사이어티 탄생
  5. 대전 택시 기본요금 11월부터 4800원… 3년 만에 인상
  1. 잇단 산하기관 잡음… 세종시 관리·감독 문제 도마 위
  2. 온통대전, 카드 없이 QR코드로 결제한다… 정부 지원율 변화도 관심
  3. 죽동중·성남중 설립 목소리 커지는데…대전교육청 '해법 찾기' 고심
  4. 충남농기원, '다단 수경 재배 기술' 개발…부추 생산성 강화 기대
  5. 장원토건, 대전시 '매출의 탑' 500억원 부문 선정

헤드라인 뉴스


李정부 2차 공공기관 이전 초읽기…대전 `우선 배치` 촉각

李정부 2차 공공기관 이전 초읽기…대전 '우선 배치' 촉각

이재명 정부의 2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 로드맵 발표가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대전 지역사회의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서울과 가까운 관계로 이전 대상 기관들의 대전 선호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정부의 후발 혁신도시 우선 배치 여부도 아직 안갯 속이기 때문이다. 대전은 우리나라 연구개발(R&D) 메카이며 국토 정중앙에 자리 잡고 있어 과학기술 및 균형발전 성과를 영호남, 강원 등으로 확산시킬 수 있는 장점이 크다. 이재명 정부가 대전에 관련 공공기관을 전략적으로 배치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는 대목이다. 27일 중도일보..

국민취업지원제도 상담인력 불균형… 전국 최대 11.5배, 충청권 5.9배 격차
국민취업지원제도 상담인력 불균형… 전국 최대 11.5배, 충청권 5.9배 격차

전국 고용센터별로 국민취업지원제도 상담 인력의 업무 편차가 천차만별인 것으로 나타났다. 상담사 1명이 관리하는 참여자 수가 전국적으로 최대 11.5배 차이가 났으며, 충청권 내 13개 고용센터에서도 최대 5.9배 격차를 보였다. 27일 본보가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어기구 의원(더불어민주당·충남 당진)이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고용센터별 국민취업지원제도 상담인력'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 9월 기준 전국 102개 고용센터의 상담인력은 총 792명으로, 상담사 1명당 평균 126.2명을 관리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국정자원 대전 잔류 위해 추가 부지 발굴… 유치 경쟁 속 대응 본격화
국정자원 대전 잔류 위해 추가 부지 발굴… 유치 경쟁 속 대응 본격화

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정자원)의 대전 내 대체 시설 확보를 위한 대전시의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충남과 세종까지 국정자원 유치에 나선 가운데 당초 제안한 2개 후보지 외에도 추가 부지를 발굴하며 대전 내 재설립을 위한 대응에 나서고 있다. 대전시의 이같은 행보는 정부의 2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을 앞두고 신규 기관 유치뿐 아니라 기존 기관 붙잡기에도 힘을 쏟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27일 대전시에 따르면 허태정 대전시장은 이날 민선 9기 자치구 상생투어의 마지막 일정으로 서구를 방문해 국정자원 본원의 대전 내 재설립 필요성을 강조했..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스토킹에 의한 여성 살해 국가가 책임져라’ ‘스토킹에 의한 여성 살해 국가가 책임져라’

  • 스토킹 살해 피의자 영장실질심사 스토킹 살해 피의자 영장실질심사

  • ‘울긋불긋’ 대전 도심 ‘울긋불긋’ 대전 도심

  • 수험생들의 꿈을 향한 섬세한 붓 터치 수험생들의 꿈을 향한 섬세한 붓 터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