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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흥수 경제부 차장 |
군 복무를 마친 뒤 운전면허를 땄고, 아버지의 쏘나타를 내 차처럼 타고 다니며 대학생활을 보냈다. 직장생활을 시작하고는 '국민 첫차'로 불리던 아반떼를 출고해 비로소 내 차를 갖게 됐다. 마흔을 넘겨서는 오픈카의 매력에 빠져 머스탱을 덜컥 샀다. 주변에서 철없는 생각이라며 만류했고, 지금 스스로 생각해도 이해하기 어려운 결정이지만, 그만큼 자동차에 대한 애정만큼은 여전했던 모양이다.
대전에서 생활하려면 와이프도 운전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내가 타던 아반떼를 넘겨줬다. 10년 묵은 장롱면허를 되살리는 일은 쉽지 않았다. 꾸준한 설득과 연습 과정에서 숱한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곧 운전에 익숙해졌고, 이젠 문제없이 출퇴근 할 정도가 됐다.
하지만 그 아반떼를 2년 전 내가 언덕길에서 브레이크 페달을 놓치는 어처구니없는 사고를 내며 폐차하게 됐지만, 덕분에 새로운 차를 고민하게 됐다.
다음 차로는 전기차를 사기로 이미 마음을 굳힌 터였다. 제주도 가족여행에서 렌터카로 전기차를 타본 경험이 결정적이었다. 경기도 수원의 중고차 매매단지를 찾아가 볼트EV 한 대를 업어왔다. 당시 인천에서 대형 전기차 화재가 발생해 불안감이 있기도 했지만 1년 넘게 직접 운행한 지금은 생각이 달라졌다. 앞으로 자동차 시장은 전기차가 중심이 될 것이라는 확신이 생겼다.
가장 먼저 체감한 장점은 정숙성이다. 엔진음이나 배기음이 없어 운전할 때 피로가 덜하다. 소형차인 만큼 고속 주행 때 풍절음이 들리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주차한 상태에서 에어컨을 켜고 잠시 쉬어도 주변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된다. 힘도 기대 이상이다. 가속페달을 밟는 순간부터 힘이 전달돼 언덕길도 가볍게 오른다. 순간 가속력 역시 웬만한 6기통 내연기관차가 부럽지 않을 정도다. 유지비도 매력적이다. 보험료는 내연기관차보다 다소 비싸지만, 충전비는 기존 기름값의 20% 수준에 그친다. 자동차세도 연간 10만원 안팎이다. 엔진오일처럼 주기적으로 교환해야 하는 불편도 줄어든다. 뜻밖에도 주차 스트레스까지 줄었다. 밤늦게 충전구역에 자리가 있으면 충전하면서 밤새 세워둘 수 있다. 다음 날 출근할 때 차를 빼면 그만이니 선택지 하나가 더 생긴 셈이다.
전기차의 가치는 개인의 편의와 유지비 절감에만 머물지 않는다. 낮 시간대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로 과잉 생산된 전기를 차량 배터리에 저장해 이동 에너지로 활용할 수도 있다. 전기를 어떤 방식으로 생산하느냐에 따라 친환경성에는 차이가 있지만, 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아질수록 전기차의 환경적 가치도 함께 커질 것이다.
물론 전기차가 누구에게나 정답은 아니다. 집이나 회사에 충전시설이 없다면 앞서 언급한 장점들은 무용지물이 된다. 하지만 충전환경이 있고, 시내 위주 주행이라면 전기차가 답이라고 확신한다.
요즘 전기차 동호인들 사이에서는 '전기차는 시기상조'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오고 있다. 자신들은 전기차의 장점을 누리면서도 충전구역이 붐비는 것을 막기 위해 다른 사람에게는 권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그만큼 직접 경험한 사람들의 만족도가 높다는 역설이기도 하다.
전기차가 모든 내연기관차를 대신할 수는 없다. 화재에 대한 불안을 낮출 안전관리와 촘촘한 충전망 구축도 필요하다. 1년 이상 전기차를 경험해본 내게는 더 이상 시기상조가 아니었다. 오히려 전기차 시대를 뒷받침할 충전 인프라 확충을 서둘러야 할 때다. /김흥수 경제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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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흥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