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대전 ‘헤리티지 오픈하우스’ 첫 공개…보문산 별장이 품은 대전의 근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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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대전 ‘헤리티지 오픈하우스’ 첫 공개…보문산 별장이 품은 대전의 근대

1930년대 지어진 ‘보문산 근대식 별장’ 시민에 공개
철거 위기 넘긴 별장…국가등록유산으로 다시 조명
2시간 동안 문 열고 시민들에게 공간의 역사 소개

  • 승인 2026-09-16 16:49
  • 수정 2026-09-17 10:14
  • 신문게재 2026-09-17 10면
  • 최화진 기자최화진 기자

대전시는 1930년대 일본·서양·한국식 건축 양식이 혼합된 '보문산 근대식 별장'을 시민들에게 개방하는 '대전 헤리티지 오픈하우스'를 통해 지역의 근대 주거 문화와 역사를 소개했습니다. 과거 철거 위기를 넘기고 사료 기증을 통해 2023년 국가등록유산으로 지정된 이 별장은 현재 원형 복원을 위한 과정에 있으며, 시민들이 공간을 직접 체험하며 그 가치를 공유하는 자리가 마련되었습니다. 이번 행사는 보문산 별장을 시작으로 대흥배수지와 대흥동 뾰족집 등을 차례로 공개하며 대전 곳곳에 남은 근대 공간의 의미를 알리고 활용하는 계기가 될 전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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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대전 보문산 근대식 별장에서 대전시청 고윤수 학예사가 시민들에게 근현대건축유산에 대해 설명을 하고 있다./사진=최화진 기자
"이곳이 그저 일본식 집이라고만 생각하면 조금 아쉽습니다."

16일 오후 대전 보문산 자락. 나무 사이로 모습을 드러낸 작은 별장 안으로 시민 20여 명이 하나둘 들어섰다.

대전시가 마련한 '대전 헤리티지 오픈하우스'의 첫 번째 프로그램, '보문산 근대식 별장' 해설 현장이다.

해설을 맡은 대전시청 고윤수 학예관는 건물 곳곳을 가리키며 별장의 이야기를 풀어갔다.

1930년대 지어진 이 건물은 일본식 주거 형태를 바탕으로 서양식 선룸과 한국식 온돌 등이 함께 들어간 '문화주택'으로, 당시 대전의 주거와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공간이다.

건축주인 쓰지 가문은 보문산에 산림을 조성하고 과수원을 가꾸며 대전에서 생활했다. 별장은 가족들의 휴식과 요양 공간으로 사용됐고, 당시 일본인뿐 아니라 이곳을 찾은 한국인들의 모습도 가족의 기억 속에 남아 있다.

해설을 따라 방 안을 둘러보니 평소에는 눈에 들어오지 않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다다미의 크기와 배치, 미서기문, 복도를 중심으로 이어지는 방의 구조까지 저마다 이유가 있었다.

고 학예관는 "이 집의 원형을 찾아가는 게 앞으로 남은 과제"라며 현재의 복원이 끝이 아니라고 했다.

가족의 기억으로 남은 평면도와 기존 자료를 비교하며 일부 공간은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고, 다다미 등 내부 시설도 추가로 손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 별장이 지금의 모습으로 시민 앞에 서기까지도 적지않은 시간이 필요했다.

1945년 10월 건축주 일가가 일본으로 송환된 뒤 종교시설 등으로 전용되면서 본래 용도와 건물의 내력은 점차 잊혔다. 한때 철거될 위기에 놓이기도 했지만 보존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살아남았고, 2022년에는 건축주의 아들 쓰지 아쯔시가 대전시에 소장 사진과 도서 등 사료를 기증하면서 건물의 내력과 가치가 다시 확인되면서 이듬해인 2023년 국가등록유산으로 지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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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대전 헤리티지 오픈하우스' 프로그램을 통해 임시로 시민에 공개된 대전 보문산 근대식 별장 전경./사진=최화진 기자
이번 오픈하우스는 완성된 문화유산을 보여주는 자리라기보다 시민들에게 먼저 공간을 직접 경험하게 하는 자리였다.

이날 공개 시간은 단 2시간. 시민들은 해설을 들으며 방과 복도를 오가고 창문과 지붕을 살펴봤다. 평소라면 지나쳤을 공간을 천천히 들여다보면서 건물에 남은 흔적을 따라가는 모습도 이어졌다.

특히 대전은 철도와 도시 기반시설을 중심으로 빠르게 근대도시로 성장했고, 그 과정에서 일본식 주거와 서양식 건축, 한국의 생활 방식이 뒤섞인 공간들이 만들어졌다. 보문산 별장 역시 그런 대전의 근대가 남아 있는 한 장면이다.

하지만 이런 공간들은 여전히 시민에게 익숙하지 않다. 남아 있는 것만으로는 도시의 역사로 이어지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번 오픈하우스를 시작으로 대전 곳곳에 남은 근대 공간을 시민에게 알리고 활용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보문산 별장 역시 한 번 문을 여는 데 그치기보다 역사와 공간의 이야기를 알리고 시민들이 다시 찾을 수 있는 방식으로 활용할 필요가 제기된다.

한편, '대전 헤리티지 오픈하우스'는 이날 대전 보문식 근대 별장을 시작으로 총 3회 진행된다. 오는 23일에는 대흥배수지, 30일에는 대흥동 뾰족집이 개방되며, 각 공간에서는 담당 학예연구사의 해설이 제공될 예정이다.
최화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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