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록]'개천에 용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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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록]'개천에 용 없다?'

[직선곡선]

  • 승인 2011-03-14 14:21
  • 신문게재 2011-03-15 21면
  • 이영록 기자이영록 기자
▲ 이영록·문화교육팀 차장
▲ 이영록·문화교육팀 차장
올해 초부터 신문이나 방송 등 매스컴마다 대학들의 등록금 문제가 집중적으로 다뤄지고 있다. 그도 그럴것이 치솟은 등록금 때문에 빚어지는 각종 부작용이 사회문제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얼마전 대전에서는 강도 용의자가 검거됐는데 사연인 즉, 등록금 마련을 위해 시작한 성인오락실 아르바이트가 한탕에 이끌린 도박의 나락으로 빠졌고 끝내 범죄로까지 이어져 꿈이 깨진 것이다.

경제적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등록금 마련에 지친 학생들은 사회에 대한 불만을 터뜨리며 증오까지 표출하고 있다. 대학들은 물가상승과 교육여건 개선에 따른 등록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항변을 늘어놓고 있지만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대부분 대학은 적게는 수백억원에서 많게는 수천억원에 달하는 적립금을 쌓아 놓고 있기 때문이다. 가난한 대학생과 부자 대학이라는 말이 그냥 지나치질 않는다. 대학 등록금 문제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이미 오래전부터 등록금을 빗댄 웃지 못할 유행어가 생겨났다. 1950~60년대 소를 팔아 자식의 대학 등록금을 마련한다고 해서 '우골탑(牛骨塔)'이라고 풍자한 것을 보면 당시에도 등록금 문제가 심각했음을 알 수 있다.

1996년 IMF를 겪으면서 급격한 경제하락으로 '인골탑(人骨塔)'이라고 불렸고 최근에는 쪽방에 쪼그려 자며 대학을 다녀야 하는 쪼글탑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나고 있다.

우리나라의 거의 모든 대학은 등록금 이외에 변변한 수입원이 없다. 정부 지원금이나 발전기금, 기부금 등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학생들의 등록금으로 재정을 꾸려가야 하는 것이다. 그런 대학이 존재하는 것은 정부가 인가했기 때문이다. 정부가 수입원이 부족한 대학을 인가하고, 입학정원을 늘려준 것은 대학교육 수요를 충족하는 과정에서 민간 투자를 활용하기 위해 대학 설립 기준을 느슨하게 적용했다는 지적을 면할 수 없는 것이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정부는 대학생들의 등록금 해결을 위한 방안을 마련하고 있지만 탁상행정에 그치고 있다.

지난해부터 취업 후 학자금 상환제도를 도입, 시행하고 있지만 고금리에 따른 부작용을 양산하고 있다. 졸업 후 취업이 돼야 상환할 수 있지만 취업 자체가 어렵고 복리이자로 계산돼 십수년간 빚쟁이 신세를 면하기 힘든 것이다.

우리나라 속담 중에 '개천에서 용 난다'는 말이 있지만 요즘에는 '개천에 용 없다'가 더 맞는 말 같다./이영록·문화교육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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