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지하철 방독면, 이래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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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지하철 방독면, 이래선 안 된다

  • 승인 2012-03-15 19:29
  • 신문게재 2012-03-16 21면
대형 화재가 발생할 때 인명 피해를 줄이기 위해 필요한 긴급구호장비가 방독면이다. 그런데 대전도시철도(지하철) 역사에 비치된 방독면이 화재 때 무용지물인 화생방용만 비치돼 '반쪽자리'란 지적이 일고 있다. 다른 도시의 지하철에 비해 수량도 적다. 구체적인 비치 기준이나 법적인 강제력이 없다면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셈이다.

승차 승객 평균 대비 터무니없이 적은 방독면 숫자보다 더 시급한 사안은 따로 있다. 지하철 역사의 방독면이 모두 전시에나 쓰이는 화생방용이라는 것이다. 내구 연한을 넘긴 화재용은 전면 폐기된 상태라 한다. 만약 방독면 비치가 시민에게 심리적 위안 효과나 줄 뿐이라면 안전성과 실효성은 따질 계제가 아니라고 본다.

대구지하철 화재 참사를 계기로 방독면을 비치했다고 보면 그 목적은 당연히 화재용이어야 한다. 그 이전에 9년이 지나도록 명확하고 일관된 지침이나 예산이 없으니 전국 지하철의 방독면 정책이 오락가락하는 것이다. 대구와 인천 등의 지하철 역사에 마련된 화재용 방독면도 사실은 믿기 힘들다. 막상 불이 나면 15분을 못 버텨 '함량 미달'이라는 분석이 나온 지 오래다.

화재용과 화생방용을 별도 비치하거나 혼합형을 비치해도 여전히 문제는 남는다. 긴급한 상황에서 두 가지를 구분하거나 정화통을 갈아끼워 5분 안에 안전지대로 대피해 적절한 대처를 할 수 있을지를 헤아려보면 더욱 답답하다. 지하철 화재에서 착용하면 인체에 치명적인 유독가스를 제대로 못 걸러내고 질식 우려가 있다는 견해 또한 만만찮다.

이 때문에 지하철 화재 발생 때는 젖은 수건이 더 효과적이라는 분석까지 이미 나와 있다. 보관함을 찾아 방독면을 착용할 시간이면 손수건으로 입과 코를 막고 대피하는 편이 신속하고 안전하다는 지적이 꽤 신빙성 있게 들리는 이유다. 비치된 방독면의 방제 기능이 취약하다는 주장은 보다 철저한 검증이 따라야 할 부분이다.

지금처럼 제품의 성능이 불확실하고 한낱 전시용, 장식용 사업이라면 전면 폐기하는 쪽이 차라리 나을 수도 있다. 그보다 지하철 상황에 맞는 제품인지부터 검증해야 할 것 같다. 그런 다음에 방독면 비치 기준, 기능에 맞는 지침을 새로 마련해야 한다. 방독면만이 아니라, 지하철역 화재에 대비한 전반적인 제도와 정책 보완이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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