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충식의 지역 프리즘] 광역단체장의 높낮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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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충식의 지역 프리즘] 광역단체장의 높낮이

  • 승인 2014-11-05 14:11
  • 신문게재 2014-11-06 18면
  • 최충식 논설실장최충식 논설실장
▲ 최충식 논설실장
▲ 최충식 논설실장
좌석 배치는 늘 어렵다. 예전에는 조정막여작(朝廷莫如爵), 향당막여치(鄕黨莫如齒)라 했다. 조정에서는 작위만한 것이 없고 마을에서는 나이만한 것이 없다는 기준이었다. 조정은 벼슬의 높낮이가 기준이고 사회생활은 나이가 위계의 기준이 됐다. 나이가 벼슬이었다. 하지만 서열과 석차 매기기는 예나 지금이나 까다롭다. 똑같이 생긴 의자를 두고 승강이를 벌이기도 한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에는 그래서 서열 관행이 있다. 광역시장, 도지사는 차관급이지만 주민이 직접 선출한 지역 대표라는 점에서 의전상으로 장관과 차관급의 중간 서열이라고 보면 된다. 서울특별시장은 장관급이다. 서울시 같은 경우는 예산 24조원에 산하기관 18개를 거느려 작은 정부라 봐도 좋을 규모다. 장관급 서울지사와 차관급 시·도지사는 '소통령'이라 칭할 만하다.

국가와 별개의 행정주체로서 공권과 공의무의 주체가 되는 단체장의 권한을 생각하면 '급'을 따지는 것이 무의미할 정도다. 그런데 가끔 불필요한 논란이 권한이나 업무가 아닌 엉뚱한 데서 빚어진다. 민선 6기 출범 때는 일부 지역에서 대통령직에 버금가는 인수위원회를 꾸린 일이 있다. 인수위원이 7명인 전북에서부터 136명인 제주에 이르기까지 실로 '버라이어티'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대통령직인수위는 152명이었다. 10명의 세종, 31명의 대전은 '지나치게 크고 비효율적'이라는 평은 그런대로 비껴갈 수 있었다.

광역단체장이 차관급이라 함은 임명직 관행에 준한 기준이다. 어쨌든 자신들의 입으로 의전 기준을 장관급으로 상향시켜 달라고 한다면 모양새가 좀 껄끄럽다. 조사해보니 필리핀의 의전 서열은 마닐라시장, 필리핀대 총장, 육군참모총장 다음이 지사다. 이탈리아는 국회의원, 대통령비서실장, 이탈리아대사, 각군 참모총장 다음이고 미국은 각료, 연방예산국장, 상원의원 아래가 주지사다. 일본은 각료, 국회의원, 도도부현(都道府縣)지사, 각성 차관 순이다.

대충 몇몇 나라를 훑어보면 차관급으로 국제 교류활동과 종합행정 수행에 문제점이 있다는 주장은 신빙성이 줄어든다. 여기에 대한 명확한 법적 근거는 없다. 1999년 연봉제를 도입하면서 서울시장은 장관급, 다른 시·도지사는 차관급 대우로 보수가 책정된 것뿐이다. 어쨌든 광역단체장의 승급 건은 주민이 선출한 대표가 장관급밖에 안 되느냐는 눈총을 받으며 없던 일로 되돌리고 말았다. 장관과 국회의원을 많이 의식했을 테지만 결과가 좀 머쓱하게 됐다.

주민이 뽑아 임기가 보장되는 광역단체장에게는 장관이 못 가진 정치력, 국회의원이 못 가진 행정력이 있다. 장관급이 된다고 업무 효율이 높아질지는 모르겠다. 바라보는 프리즘에 따라 다르지만 광역단체장은 업무 능력으로 대통령급도 되고 차관급 이하로 추락할 수도 있다. 상승의 계단이냐 하강의 계단이냐는 하기 나름이다. 지자체장의 적정한 서열과 위상은 어디쯤인지, 직접 뽑은 주민에게 물으면 어떤 답이 나올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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