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충식 논설실장 |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에는 그래서 서열 관행이 있다. 광역시장, 도지사는 차관급이지만 주민이 직접 선출한 지역 대표라는 점에서 의전상으로 장관과 차관급의 중간 서열이라고 보면 된다. 서울특별시장은 장관급이다. 서울시 같은 경우는 예산 24조원에 산하기관 18개를 거느려 작은 정부라 봐도 좋을 규모다. 장관급 서울지사와 차관급 시·도지사는 '소통령'이라 칭할 만하다.
광역단체장이 차관급이라 함은 임명직 관행에 준한 기준이다. 어쨌든 자신들의 입으로 의전 기준을 장관급으로 상향시켜 달라고 한다면 모양새가 좀 껄끄럽다. 조사해보니 필리핀의 의전 서열은 마닐라시장, 필리핀대 총장, 육군참모총장 다음이 지사다. 이탈리아는 국회의원, 대통령비서실장, 이탈리아대사, 각군 참모총장 다음이고 미국은 각료, 연방예산국장, 상원의원 아래가 주지사다. 일본은 각료, 국회의원, 도도부현(都道府縣)지사, 각성 차관 순이다.
대충 몇몇 나라를 훑어보면 차관급으로 국제 교류활동과 종합행정 수행에 문제점이 있다는 주장은 신빙성이 줄어든다. 여기에 대한 명확한 법적 근거는 없다. 1999년 연봉제를 도입하면서 서울시장은 장관급, 다른 시·도지사는 차관급 대우로 보수가 책정된 것뿐이다. 어쨌든 광역단체장의 승급 건은 주민이 선출한 대표가 장관급밖에 안 되느냐는 눈총을 받으며 없던 일로 되돌리고 말았다. 장관과 국회의원을 많이 의식했을 테지만 결과가 좀 머쓱하게 됐다.
주민이 뽑아 임기가 보장되는 광역단체장에게는 장관이 못 가진 정치력, 국회의원이 못 가진 행정력이 있다. 장관급이 된다고 업무 효율이 높아질지는 모르겠다. 바라보는 프리즘에 따라 다르지만 광역단체장은 업무 능력으로 대통령급도 되고 차관급 이하로 추락할 수도 있다. 상승의 계단이냐 하강의 계단이냐는 하기 나름이다. 지자체장의 적정한 서열과 위상은 어디쯤인지, 직접 뽑은 주민에게 물으면 어떤 답이 나올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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