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의 눈] 미세먼지를 편애하는 박근혜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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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의 눈] 미세먼지를 편애하는 박근혜 정부

  • 승인 2016-06-09 13:38
  • 신문게재 2016-06-10 23면
  • 우난순 교열·지방부장우난순 교열·지방부장
▲ 우난순 교열·지방부장
▲ 우난순 교열·지방부장
전에 없던 습관이 생겼다. 아침에 일어나 창밖으로 보이는 보문산이 선명한 지, 뿌연 지를 보고 TV 뉴스채널에서 일기예보를 확인한다. 겨울부터 봄까지는 특히 더 예민하다. 황사·미세먼지가 내 생명줄을 쥐고 흔드는 꼴이 된 것이다. 알레르기 비염이 있어서 찬바람만 불면 외출할 때 방한 마스크를 끼지만 작년부턴 방진 마스크를 끼는 날이 많아졌다. 나이를 먹어 면역력이 떨어진 건지, 대기오염이 심해져서 그런 건지 요즘들어 부쩍 봄만 되면 호흡기 질환으로 고생한다. 한가지 더, 미세먼지가 있는 날엔 두통까지 생겼다. 머리는 지끈거리고 눈은 따갑고 목에선 가래가 끓으면서 쉴새 없는 기침까지. 피난이라고 가야 할 것 같다.

미세먼지는 1급 발암물질이다. 올봄에는 언론 매체에서 미세먼지를 많이 다룬 덕분에 미세먼지의 폐해에 대해선 이젠 상식이 됐다. 이와 관련한 질환은 고혈압, 심부전증, 안구질환, 천식·기관지염·비염 등 호흡기질환, 각종 폐질환과 심근경색, 피부질환 등 셀 수 없이 많다. 우리는 대기오염에 대해 여태까지 중국 탓만 했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60%는 국내에서 만들어진다고 주장한다. 우리가 헛다리를 짚은 것이다.

사실 대기오염으로 인한 인간의 고통은 오래됐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제자는 석탄냄새가 불쾌하다고 투덜거렸으며, 고대 로마시대의 귀족들은 흰옷이 도시의 매연 때문에 새까매진 것을 알고 불평하기도 했다. 영국의 산업혁명은 석탄·석유의 엄청난 사용 증가로 도시의 공기가 더 악화되는 걸 초래했다. 1948년 미국 도노라, 1950년대 영국 런던, 미국 뉴욕은 대기오염의 폐해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보여준 사례다. 대낮에도 한밤중처럼 깜깜한 스모그가 도시를 덮쳐 수많은 사람이 생명을 잃었다.


미세먼지는 화력발전소와 자동차, 공장, 공사장, 부엌 등에서 배출돼 질소산화물과 황산화물 등이 공기 중에서 화학반응을 일으켜 초미세먼지가 생성된다. '침묵의 살인자' 미세먼지의 주범은 경유차와 함께 석탄화력발전소가 꼽힌다. 국내 화력발전소는 모두 53기로 이중 절반에 가까운 26기가 충남에 있다. 당진·보령·태안에 각각 8기가 운영 중이고 서천에 2기가 있다. 또 보령과 당진에 각각 2기가 새로 건설돼 가동을 앞두고 있고 태안에도 2기가 건설 중이다. 그런데 정부는 2029년까지 충남을 포함해 전국에 34개의 발전소를 추가로 건설한다는 것이다. 화력발전소 증설이 박근혜 정부의 에너지 정책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미세먼지가 사회적 반향을 불러일으키자 정부는 40년 넘은 발전소는 가동중단한다고 밝혔지만 증설될 용량이 5배나 많아 꼼수에 불과하다.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선 정부의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 '경제 살리기'라는 미명아래 산업논리를 들이대는 구시대적 발상은 버려야 한다. 개발과 성장만이 우리의 살길이라는 듯 경제성장 지상주의의 광풍으로 몰아넣은 결과가 공기질 수준이 전세계 180개국 중 173위로 나타나지 않았나. 어이없는 것은 박 대통령은 미세먼지에 대한 특단의 대책을 지시하면서 화력발전소의 추가 증설 계획은 폐기하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자체와 시민들의 공조가 절실하다. 중앙정부에서 하는 일이라 지자체는 권한이 없다고 손 놓을 수는 없는 법이다. 못믿을 정부에 언제까지 질질 끌려다녀선 안된다. 늦었지만 충남도는 지난 7일 도내 화력발전소 주변 특별대책지역 지정과 발전소 증설 계획 철회 건의안을 정부에 제출했다. 실효성은 미지수다.

유종준 당진환경연합 사무국장의 얘기를 들어봤다. “당진은 대기오염 물질이 기준치를 넘어 대기오염규제지역으로 지정됐습니다. 주민들의 기대수명을 장담 못하는 상황이 됐어요. 발전소 측에선 대기오염이 발전소에서 기인한 건지 인과관계를 증명하라는 식으로 나오고 있어요. 그래도 우리는 중앙 및 타지역 환경단체와 연대해서 끝까지 싸울 겁니다.”

우난순 교열·지방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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