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충원 시리즈]국가 경험·공동의 기억…통합·갈등치유 공간

[현충원 시리즈]국가 경험·공동의 기억…통합·갈등치유 공간

국립 현충원·프랑스 팡테옹·미국 알링턴국립묘지 자국에서의 '위상' 일치해 국가를 위해 헌신한 용사를 향한 존경, 전쟁·이념갈등 극복하는 대표적 시설

  • 승인 2016-08-28 13:51
  • 신문게재 2016-08-29 12면
  • 임병안 기자임병안 기자
[국가의 성역, 세계 현충원 탄생과 역할을 찾아서]1. 근대국가의 탄생과 현충원

지난 7월 2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프랑스 파리를 거쳐 미국 워싱턴까지 다녀왔다. 현충원이라는 공간과 제도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물음표에서 시작한 기획이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도움으로 현지를 찾아 직접 취재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

프랑스 파리의 팡테옹과 미국 워싱턴DC의 알링턴국립묘지, 이들은 한국의 국립현충원과 다르지 않은 국가 최고의 통합과 존엄의 공간이다.

이번 취재에서 직접 경험하고 본 프랑스와 미국의 국립묘지는 국가를 대신해 국민과 소통하고 국가를 체험하는 장소로 활용되고 있었다. 버스를 이용해 관광하듯 국립묘지를 둘러보고 중요한 역사적 사건을 이해하도록 한 알링턴국립묘지와 200여년 전 목숨을 바친 혁명가의 관을 눈앞에서 볼 수 있도록 한 프랑스 팡테옹. 뉴스에서 청와대나 국회의 소식을 전해듣는 것으로 국가를 이해하고 특별한 기념일에만 현충원을 찾는 우리와는 상당히 다르다고 느꼈다.

탄생 시간과 장소는 다르지만, 국민 통합과 국가 체험 공간으로 활용되는 팡테옹과 알링턴국립묘지를 통해 한국 국립현충원의 나아갈 방향을 8차례에 걸쳐 짚어본다.<편집자 주>

한국의 국립현충원과 프랑스의 팡테옹 그리고 미국의 알링턴국립묘지는 하나의 실에 묶여지는 세 구슬과 같다. 국가가 다르고 탄생한 시기도 100년 이상 차이가 있음에도 이들은 발생 과정과 역할, 자국에서의 위상은 놀랍도록 일치한다.

죽은 이를 안장하는 묘역의 모습으로 전쟁 같은 치열한 이념갈등의 포화 속에서 탄생했으며, 지금은 통합과 갈등치유의 국가 최고 존엄한 공간이 됐다. 한국의 대통령이 취임해 첫 공식일정으로 국립현충원에서 참배하고 여야 정치인들도 중요한 결정을 앞두고 현충원을 찾는 모습은 프랑스의 팡테옹과 미국의 알링턴국립묘지에서 똑같이 재현된다.

이번 해외취재에서 프랑스 팡테옹에서는 대혁명과 공화국의 탄생을 되새기는 프랑스 국민들과 알링턴국립묘지의 무명용사탑에서는 국가를 위해 헌신한 이름 없는 용사들을 향한 존경이 담겨 있었다.

한국에서 현충원 현충탑에 헌화하고 묵념을 올리며 순국선열과 국가를 생각하는 것과도 같았다.

밖으로 비춰지는 모습만 다를 뿐 현충원과 팡테옹 그리고 알링턴국립묘지는 '묘역', '국가', '존엄'이라는 세 가지를 공유하고 있으며, 이는 다시 갈등 극복과 통합이라는 키워드로 마무리된다.

이들 세 국립묘지가 전쟁과 이념갈등을 극복하고 어떠한 과정을 거쳐 국민통합의 공간이 되었는 지는 탄생 과정을 살펴볼 때 이해할 수 있다.

▲한국전쟁 상흔의 국립현충원=한국의 국립현충원은 한국전쟁의 포화 속에서 탄생해 국가 최고의 통합 공간이 됐다.

1950년 한국전쟁에서 희생된 군인과 경찰관을 안장하기 위해 국군묘지가 추진돼 1956년 국립현충원이 창설됐다.

여순사건으로 국립묘지 창설 구상을 정부차원에서 추진하던 와중에 한국전쟁이 발발하고 전사자를 안치할 묘지 후보지를 육군본부 주도하에 서울 동작동으로 결정했다.

동작동은 1953년 국군묘지 부지로 확정돼 1957년 4월 한국전쟁 전사자 유해 191위를 안장하고 국방부는 1956년 9월 9일 육군전사자 200위와 해군 전사자 3위를 이장했다.

남과 북으로 이념적으로 분열된 한반도에서 대한민국을 보호하고 지키기 위해 목숨을 바친 이들을 위한 묘역에서 시작된 국군묘지는 1965년 국립묘지로 바꾸었고, 지금의 현충원에 이르렀다.

▲대혁명의 프랑스 팡테옹=프랑스 국립묘지 팡테옹은 국가 추모시설의 원형으로 여겨진다.

1789년 바스티유 감옥을 습격하는 것으로 시작한 대혁명에 많은 피를 흘렸고 군주제 대 공화제, 종교성대 세속성이라는 대결을 펼쳤다.

프랑스 혁명의 격변 속에 1793년 1월 루이16세가 콩코르드 광장 단두대에서 처형되고 당시 프랑스 국가를 대표하는 인격체의 소멸이라는 공백을 경험했다.

국왕의 처형으로 공백이 발생한 국가적 상징을 회복하는 과정에서 팡테옹이 탄생했다.

자유 프랑스가 시작된 날부터 위대한 인물들의 유골을 안치하는 장소로 사용돼 지금은 프랑스가 추구하는 이념과 기치를 상징하는 추모공간으로 정립했다.

▲남북전쟁의 미국 알링턴국립묘지=남북전쟁이라는 이념과 가치를 달리하는 두 지역의 내전 속에서 알링턴국립묘지가 탄생했다.

연합주의 대 연방주의, 분리주의 대 통합주의 친 노예제 대 반 노예제라는 치열한 정치경제적 가치관의 전쟁이었고, 그 중심에 알링턴국립묘지가 있다.

1861년 남북전쟁이 발발하고 남과 북은 치열한 대결을 펼쳤다. 연합주의 대 연방주의, 분리주의 대 통합주의, 친노예제 대 노예제라는 갈등은 해소되지 못하고 전쟁이라는 쉽게 치유될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

남북전쟁 과정에서 희생된 이들을 안장하기 위해 당시 노예제를 통해 운영되던 알링턴 하우스와 그 주위의 땅에 알링턴국립묘지가 만들어졌다.

▲국가를 경험하는 공간=이들 세 국립묘지는 국가라는 제도가 만들어지면서 탄생했다는 공통점과 국민이 국가를 느끼고 체험하는 공간이면서 정치적 상징성을 지녔다.

왕이나 황제처럼 주권을 상징하는 존재가 사라진 근대 국가에서는 애국심의 심리를 느낄 수 있도록 국민의 존재와 가치를 상징하는 시설이 필요하다.

국가의 존재성을 증명해 상징적 인물이 있지 않고, 국민들 또한 공동체의식을 형성하기 어렵다.

세계 각국의 현충원은 극심한 대결의 깊은 상처 속에서 화합으로 승화되는 기제가 만들어져 국민통합의 공간이 되고 있다.

근대 국립묘지의 시작을 알린 프랑스 팡테옹부터 전쟁의 상처를 치유하고자 만든 미국 알링턴국립묘지 그리고 한국전쟁의 상흔이 남은 국립현충원까지 치열한 이념 갈등을 겪었지만, 그 속에서 화해와 통합을 이뤘다.

대결의 대상이고 갈등의 흔적이면서 동시에 화합의 공간이 된 국립묘지가 국가를 체험하는 대표적 시설이 될 수 있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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