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소리] 시절인연(時節因緣)

  • 오피니언
  • 풍경소리

[풍경소리] 시절인연(時節因緣)

  • 승인 2017-06-26 08:53
  • 신문게재 2017-06-27 23면
  • 유혜리 유혜리세종무용단 대표유혜리 유혜리세종무용단 대표
▲ 유혜리(유혜리세종무용단 대표)
▲ 유혜리(유혜리세종무용단 대표)
무용인으로 살아가며 매일매일 연습해야 하루가 편하다. 공연을 앞두고서는 연습에 매진하는 것은 당연지사다. 충분한 연습이 있어야 떳떳하게 관객 앞에 설 수 있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더 강도 높은 연습의 시간들이 쌓여간다. 연습이 길어지는 날에는 몸에 수분이 하나도 남은 것 같지 않을 만큼 탈진하게 되고, 서 있을 기력조차 다 빠져 나간 것 같다. 지친 몸을 이끌고 잠자리에 누울 때에만 겨우 여유가 생긴다.

얼마 전 갑자기 ‘사람은 한 평생 얼마나 많은 사람들과 인연을 맺고 살다가 일생을 마치는가?’라는 궁금증이 생겼다. 갑자기 오밤중에 아무에게나 물어볼 수는 없는 법이라 인터넷을 검색했다. 검색도 쉽지 않았지만, 한 미국인 학자가 이야기 했다는 ‘친한 것을 기준으로 한해 12명, 평생 250명을 사귄다’는 이야기를 봤다. 믿기 어렵고, 솔라 폴이라는 학자의 ‘평생 중요하게 알고 지내는 사람의 수는 3500명’이라는 이야기가 그나마 믿을만했다.

이 학자의 이야기에 따르면, 인간관계에 있어서도 파레토 법칙(이탈리아 경제학자 파레토의 학설로 ‘상위 인구 20%가 전체 사회의 부 중에서 80%를 차지한다’는 내용으로 ‘전체의 20%의 작은 것이 나머지 80% 보다 가치를 가진다’는 내용)이 적용된다고 한다. 이것에 의하면 한사람이 평생 만나는 사람 수는 평균 1만7500명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과 인간관계를 맺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사람마다 차이를 보일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된다.

그렇다면 결코 짧지 않은 인생을 산 나는 과연 몇 명이나 만났을까? 지금 내가 알고 지내는 사람의 수는 얼마나 될까? 학교 다닐 때 한반에 30~50명, 1년으로 따지면 100~200명, 30년 기준으로 3000~6000명 정도. 현재 내 휴대폰 전화번호에 몇 명이 입력돼있을까? 한 2000명 정도? 하루를 기준으로하면, 통화하고 만나고 대화하고 다 따져봐도 20명 될까? 아는 사람은 많아도 깊게 이야기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는 의미다.

불가에 시절인연이란 말이 있다. 모든 인연에는 사람이 오고, 또 가는 시기가 따로 있다는 의미다. 큰 힘을 들이지 않아도 어차피 만나게 될 인연은 만날 수밖에 없고, 또 아무리 죽을힘을 다한다 해도 만나지 못할 인연은 절대로 만나지 못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모든 것이 애초부터 하늘에서 정해준 이치대로 흘러간다는 것일까? 만남에 있어 내 의지는 없는 것일까? 결국은 내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이 인연이라는 것인가?

그래서 사람은 사람인가 보다. 겉으로는 멀쩡하지만, 속으로는 번민으로 가득 차 한없이 연약한 존재가 사람이다. 사람으로 생긴 기쁨이 상처로 바뀌고, 그 상처가 아물면서 또다시 성숙해지는 과정을 매번 경험한다. 그런데 그 과정이 언제나 반가울 수는 없다. 매우 고통스럽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시는 안 그럴거야’ 라고 굳게 결심했는데, 어느 순간 또다시 그 과정을 반복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곤 허탈해 진다.

앞으로 더 단련되어야 한다. 지나온 세월의 경험들이 오늘의 나에게 살아갈 힘을 줄 것이다. 지금 이 순간 내 옆에 있는 소중한 인연들이 너무 고맙다. 이들이 있어 다음에도 또 다가올 인연이 살짝 두렵지만, 기대가 더 큰 이유이기도 하다.

유혜리 유혜리세종무용단 대표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세종시 합강동 스마트시티, 'L1블록 643세대' 본격 공급
  2. 과기정통부 '출연연 정책방향' 발표… 과기계 "기대와 우려 동시에"
  3. 장철민 "새 충청은 젊은 리더십 필요"… 대전·충남 첫 통합단체장 도전 의지↑
  4. 최저임금 인상에 급여 줄이려 휴게 시간 확대… 경비노동자들 방지 대책 촉구
  5. 한남대 이진아 교수 연구팀, 세계 저명학술지에 논문 게재
  1. 학생들의 헌옷 판매 수익 취약계층 장학금으로…충남대 백마봉사단 눈길
  2. 김태흠 충남지사 "대통령 통합 의지 적극 환영"
  3. 민주평통 동구협의회, '화해.협력의 남북관계' 재정립 논의
  4. 부산공동어시장 현대화 사업 착수… '수산물 유통 중심으로'
  5. 지역대 육성 위해 라이즈 사업에 팔 걷어부친 대전시…전국 최초 조례 제정

헤드라인 뉴스


이장우 "김태흠 지사와 충청 미래를 위해 역할 분담할 것"

이장우 "김태흠 지사와 충청 미래를 위해 역할 분담할 것"

이장우 대전시장이 이재명 대통령의 적극 추진으로 급물살을 탄 대전·충남 행정통합의 단체장 출마에 대해 "김태흠 충남지사와 함께 충청의 미래를 위해 역할분담을 나눌 것"이라고 밝혔다. 이 시장은 19일 대전시청 기자실에서 가진 오정 국가시범지구(도시재생 혁신지구) 선정 관련 브리핑에서 대전충남행정통합시장 출마 여부에 대한 질문에 "통합시장을 누가 하고 안 하고는 작은 문제이고, 통합은 유불리를 떠나 충청 미래를 위해 해야 하는 일"이라면서 "(출마는) 누가 하고 안 하고의 문제가 아니라 당과도 상의할 일이다. 김태흠 충남지사와는 (이..

`2025 도전! 충청남도 재난 안전 골든벨` 성료… 퀴즈왕 주인공은?
'2025 도전! 충청남도 재난 안전 골든벨' 성료… 퀴즈왕 주인공은?

청양 목면초등학교 4학년 김가율 학생이 2025 충남 재난 안전 퀴즈왕에 등극했다. 충청남도, 중도일보가 주최하고, 충남교육청, 충남경찰청이 후원한 '2025 도전! 충청남도 재난 안전 골든벨'이 18일 예산 윤봉길체육관에서 열렸다. 이번 골든벨은 충남 15개 시군 퀴즈왕에 등극한 학생 및 우수한 성적을 거둔 학생들이 모여 충남 퀴즈왕에 도전하는 자리로, 272명의 학생이 참여했다. 행사엔 전형식 충남도 정무부지사, 남도현 충남교육청 기획국장, 김택중 예산부군수, 유영돈 중도일보 사장, 최재헌 중도일보 내포본부장 등이 참석해 퀴즈왕..

충남 천안·보령 산란계 농장서 고병원성 AI 의사환축 잇따라 발생
충남 천안·보령 산란계 농장서 고병원성 AI 의사환축 잇따라 발생

충남 천안과 보령 소재 산란계 농장에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H5형)가 잇따라 발생했다. 충남도에 따르면 17일 충남 보령시 청소면, 천안시 성환읍 소재 농장에서 폐사가 증가한다는 신고가 접수돼 동물위생시험소가 확인에 나섰다. 충남 동물위생시험소가 18일 확인한 결과, H5형이 검출돼 농림축산검역본부에 고병원성 여부 검사를 의뢰했다. 검사결과는 1~3일가량 소요될 예정이다. 성환읍 소재 농장은 과거 4차례 발생한 사례가 있고, 청소면 농장은 2022년 1차례 발생한 바 있다. 현재 성환읍 소재 농장에서 사육 중인 가금류 22..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성금으로 잇는 희망…유성구 주민들 ‘순회모금’ 동참 성금으로 잇는 희망…유성구 주민들 ‘순회모금’ 동참

  • 시니어 모델들의 우아한 워킹 시니어 모델들의 우아한 워킹

  • 딸기의 계절 딸기의 계절

  • 보관시한 끝난 문서 파쇄 보관시한 끝난 문서 파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