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책] 백봉 김기추 거사의 삶과 가르침 '눈을 부릅뜨고 와 귀를 가리고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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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책] 백봉 김기추 거사의 삶과 가르침 '눈을 부릅뜨고 와 귀를 가리고 가다'

최운초 지음│가을여행

  • 승인 2020-02-13 11:52
  • 박새롬 기자박새롬 기자
눈을부릅뜨고와귀를가리고
 가을여행 제공
눈을 부릅뜨고 와 귀를 가리고 가다

최운초 지음│가을여행



'백봉 김기추 거사'는 불교계에서 '새말귀 수행법'을 주창한 재가불자로 알려져 있다. 1970년대 후반 거사가 주창한 '새말귀 수행법'은 '새로운 화두'라는 의미로, 밥을 먹고 일을 하는 일상 자체를 수행이라고 본다. 견성성불을 승가의 전유물로 보는 관점에서 벗어나, 재가대중들도 수행으로 견성할 수 있음을 강조한다.

속세의 거사는 일제에 대항했던 사회운동가이기도 했다. 육영사업가였던 적도, 정치인인 적도 있었다. 대한민국 역사의 흐름 속 그의 삶은 다양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대중들이 미망을 벗어나도록 헌신했던 그 생의 본질은 다르지 않을 것이다.

스물아홉에 거사를 만나 입문, 직접 사사받은 저자가 백봉 거사의 출생부터 입적까지 전 생애를 기록해냈다. '어둠 속에서 손으로 더듬어 사물의 윤곽을 파악하듯' 거사의 행적을 파악했다. 300시간이 넘는 설법을 몇 번씩 듣고 100명이 넘는 제자와 가족을 만나 조사하는 데만 8년이 걸렸다. 그 조각들을 맞추는데 2년이 더 걸린 뒤 세상에 나온 책이다. 존경하는 스승이지만 미화나 우상화, 신격화를 경계하고 사실을 사실대로 전한다. '불법은 사실을 사실대로 알아서 사실대로 행하는 것'이라고 가르친 스승의 말을 따르는, 제자된 도리이기도 했다.

불자가 되기 전 젊은 시절 김기추는 부산 제2상업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민족운동을 벌이다 치안유지법 위반으로 체포돼 1년간 형무소에서 복역한다. 이후 특급 요시찰 인물로 일제의 감시와 방해를 받으며 지내다 해방을 맞았다. 해방 후 건국준비위원회 간사장으로 일하던 중 굶주리는 시민들을 보고 양곡창고를 열어 쌀을 나눠준 것이 군정법령 위반이 돼 5년형을 언도받았다. 2년을 복역한 뒤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는다. 정치에 뜻을 세우고 자유당에 입당했지만 4·19혁명으로 당과 함께 파산한다. 책에 따르면 부산 영도에서 젊은 시절의 거사를 '백수건달 김기추'로 치부하는 경우도 있었으며 만년의 명성을 듣고 거사를 찾아온 이가, 그 백수건달이 거사임을 알고 놀랐다는 일화도 전해진다.

거사는 1963년 여름 '무자(無字)'화두를 받고 참구해 깨달음을 얻고 인천, 서울에서 금강경을 강의한다. '은거의 장소' 계룡산에도 머물렀다. 충청은 그에게 힘을 키운 장소가 됐다. 1969년 겨울에는 대전고 학생들이 대거 참석한 정진법회를 열었다. 대전고에서는 당시 매년 100명이 넘는 학생들이 서울대에 입학했다. 백봉의 대학생 포교는 그 덕에 날개를 달았다. 1970년 유성에 보림선원을 열고 가르침을 전하고 1972년 부산으로 선원을 옮긴 후 선풍을 일으키게 된다.

1985년 입적하던 날, 거사는 '이번에 지구에 와서 고생을 아주 많이 했다. 이제 지구에 다시 오지 않겠다. 우리 도솔천에서 만나자'고 말했다. 스승의 말씀이지만 저자는 그 말씀만큼은 이뤄지기를 바라지 않는다. 거사가 다시 이 지구에 육신을 나투는 것이 후손들의 희망이기 때문이다. 책 속 거사의 일화로 독자들 중 누군가는 자신을 돌아볼 것이다. '깨달음을 통해 본래의 지혜를 드러낼 수 있는' 그들 역시 지구의 또 다른 희망이 될 법하다.
박새롬 기자 onoi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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