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요는 삶의 축] 181. 보고픈 내 친구

  • 문화
  • 우리말OX

[가요는 삶의 축] 181. 보고픈 내 친구

어디서 살고 있을까?

  • 승인 2017-07-05 00:01
  • 홍경석홍경석


지난 주말엔 새벽부터 비가 찾아왔다. 그래서 장원급제한 아들보다 반가웠다! 대저 시원스레 비가 내리는 소리처럼 기분 좋은 청량감이 또 없다. 일부러 비 내리는 효과음 따위의 애플리케이션까지 다운 받아 듣는 이가 많다고 하니까.

실로 고맙고 반가운 그 비에 걸맞게 초등학교 동창들이 오랜만에 대전을 찾았다. 동창들을 영접(迎接)하고자 근무까지 대근(代勤)으로 바꿔가며 서대전역으로 나갔다. “오늘은 쉬는 겨?” “아녀, 니들 보고 싶어서 일부러 쉬는 겨.”

“역시 넌 의리가 빛나는 친구여~” 이어 보문산 아래의 식당을 찾아 대낮부터 닭볶음탕 등으로 술에 흠뻑 젖었다. 다음으론 ‘금산 하늘물빛정원’을 찾았다. 워낙에 지독한 가뭄인지라 얼추 반밖에 남지 않은 저수지의 물이었다. 그렇긴 했으되 여하간 물을 보니 반갑기 그지없었다.

생각 같아선 그 물속으로 첨벙 뛰어들고 싶을 만치 무더위는 여전히 기승을 부렸다. 가늘게 내리던 비까지 주춤하는 바람에 더위는 인내의 한계를 시험하기에도 부족함이 없었다. “시원한 데로 가자!”

다음으로 간 곳은 만인이 가고파 하는 만인산 자연휴양림. 대전과 충남 금산의 경계에 위치한 만인산 자연휴양림은 구순한 삼림 덕분에 힐링의 도피처로도 안성맞춤인 곳이다. 소문난 호떡을 사먹고자 줄을 서 있는 인파를 뚫고 탁자에 앉으니 시원한 분수가 더위를 수굿이 식혀주었다.

거기에 입에 착 붙는 치맥까지 마시자니 더할 나위없는 호사였다. 만인산 휴양림 역시 크진 않되 저수지가 있어 많은 사람들이 더위를 씻어내는 데는 적격이었다. 이어서 간 곳은 대전 옛터민속박물관 겸 가든.

여기에서마저 3차까지 술자리를 이어가자니 더 이상은 술을 마실 공간이 부족했다. 친구들을 대전역에서 배웅한 뒤 어찌 귀가했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그럼에도 여전히 흐뭇한 건 초등학교 동창들은 ‘보고픈 내 친구’들인 때문이었다.

남궁옥분과 이종환이 발표한 <보고픈 내 친구>는 본디 Skeeter Davis & Bobby Bare의 팝송 ‘A Dear John Letter’의 번안곡이다. 그렇긴 하되 그 가사가 실로 절묘하여 눈물까지 요구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휴식 시간이었습니다. 나는 철모를 베개 삼아 쉬고 있을 때 누군가가 내게 편지 한 통을 전해주었습니다 (대사) ~ 고향에 두고 내 유일한 여자 친구 옥분이가 보낸 편지였습니다 ~ (생략)

보고픈 내 친구 그대여 ~ 이제사 안부를 전하옵니다 ~ 늦었다 허물 말고 반갑게 읽어주길 ~ 소녀는 두 손을 모아 빕니다 (노래) ~”

이 노래는 군대 간 친구를 그리며 부르는 가요이다. 이는 이어지는 “보고픈 내 친구 그대는 용감한 우리의 국군이라오 ~ 어제 밤 꿈길에는 가슴에 계급장이 더욱 찬란하게 빛나더이다 ~”라는 가사가 이를 담보한다.

대한민국의 건강한 젊은이라면 다들 군대에 가야 한다. 아들이 논산훈련소에 입대하던 날, 참으로 많이 울었다. 반면 내가 입대할 적엔 그 누구도 울어주는 사람이 없었다. 따라서 지난 시절의 군대에 관한 기억과 추억은 별반 건질 게 없다.

군 복무 중인 병사들의 월급이 내년부터 두 배 가까이 오른다고 한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내년도 병사 급여를 최저임금(2017년 기준)의 30% 선까지 인상하는 ‘장병 급여 연차적 인상 방안’을 6월 26일 발표했다.

이에 따라 병장의 내년 월급은 올해 21만 6000원에서 40만 5669원으로 오른다고 한다. 우리가 병역을 이행할 당시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어떤 파격의 예우란 생각이다. 그렇지만 나라를 지키는 군인들에게 이러한 혜택의 부여는 만시지탄이되 참 잘 하는 정책이란 생각이다.

꼭 보고픈 친구가 몇 있다. 더욱이 나이를 먹으니 그 친구들이 더욱 그립다. 과연 어디서 무얼 하면서 살아가고 있을까? 그 친구들을 만나 통음하면서 세상사는 이야기와 지혜까지를 공유하고 싶다.

홍경석 / <경비원 홍키호테> 저자 & <월간 오늘의 한국> 대전·충청 취재본부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아산시 '곡교천 탕정지구 연계사업' 밑그림 그려졌다"
  2. 롯데백화점 대전점, 성심당 리뉴얼... 백화점 중 최대 규모 베이커리로
  3. [라이즈 현안 점검] 대학 수는 적은데 국비는 수십억 차이…지역대 '빈익빈 부익부' 우려
  4. [행복한 대전교육 프로젝트] 대전변동중, 음악으로 함께 어울리는 행복한 예술교육
  5. {현장취재]김기황 원장, 한국효문화진흥원 2025 동계효문화포럼 개최
  1. "함께 걸어온 1년, 함께 만들어갈 내일"
  2. 농식품부 '농촌재능나눔 대상' 16명 시상
  3. 작은 유치원 함께하니, 배움이 더 커졌어요
  4. 충남경찰, 21대 대선 당시 선거사범 158명 적발… 직전 대선보다 119명↑
  5. 서머나침례교회, 관저종합사회복지관에 연말 맞아 이웃사랑 후원금 전달

헤드라인 뉴스


대법원 세종 이전법 발의했는데, 뒤늦은 대구 이전법 논란

대법원 세종 이전법 발의했는데, 뒤늦은 대구 이전법 논란

대법원을 세종시가 아닌 대구시로 이전하는 내용의 법안이 국회에 발의돼 향후 논의 과정이 주목된다. 다만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의원이 주도한 데다, 11월에 혁신당 대전시당 위원장인 황운하 의원(비례)이 ‘대법원 세종 이전법’을 발의한 터라 논의 과정에 들어가기 전부터 여러 이견으로 대법원 지방 이전 자체가 표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혁신당 대구시당 위원장인 차규근 의원(비례)은 10일 보도자료를 통해 “민주당 권칠승 의원과 함께 대법원을 대구로 이전하고 대법원의 부속기관도 대법원 소재지로 이전할 수 있도록 하는..

내년 출산휴가급여 상한액 220만원으로 오른다
내년 출산휴가급여 상한액 220만원으로 오른다

직장맘에게 지급하는 출산 전후 휴가급여 상한액이 내년부터 월 220만원으로 오른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하한액이 출산휴가급여 상한액을 웃도는 역전현상을 막기 위한 조치다. 고용노동부는 10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출산전후휴가 급여 등 상한액 고시' 개정안을 행정예고했다. 고용보험에 가입한 근로자는 출산 전과 후에 90일의 출산전후휴가를 받을 수 있다. 미숙아 출산은 100일, 쌍둥이는 120일까지 가능하다. 이 기간에 최소 60일(쌍둥이 75일)은 통상임금의 100%를 받는 유급휴가다. 정부는 출산·육아에 따른 소득 감소를 최소..

대전 회식 핫플레이스 `선사유적지 인근`... 월 총매출 9억 1000만원 상회
대전 회식 핫플레이스 '선사유적지 인근'... 월 총매출 9억 1000만원 상회

대전 자영업을 준비하는 이들 사이에서 회식 상권은 '노다지'로 불린다. 직장인을 주요 고객층으로 삼는 만큼 상권에 진입하기 전 대상 고객은 몇 명인지, 인근 업종은 어떨지에 대한 정확한 데이터가 뒷받침돼야 한다. 레드오션인 자영업 생태계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이다. 이에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빅데이터 플랫폼 '소상공인 365'를 통해 대전 주요 회식 상권을 분석했다. 10일 소상공인 365에 따르면 해당 빅데이터가 선정한 대전 회식 상권 중 핫플레이스는 대전 서구 월평동 '선사유적지 인근'이다. 회식 핫플레이스 상권이란 30~5..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병오년(丙午年) 달력이랍니다’ ‘병오년(丙午年) 달력이랍니다’

  • 풍성한 연말 공연 풍성한 연말 공연

  • ‘졸업 축하해’ ‘졸업 축하해’

  • 부산으로 이사가는 해양수산부 부산으로 이사가는 해양수산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