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에] 59화. 치매 특효약을 개발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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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에] 59화. 치매 특효약을 개발한다면

우리들의 노후를 생각하는 모임의 의의

  • 승인 2018-07-31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건강하게 장수(長壽)하는 것, 이것은 모든 사람들의 꿈이다. 하지만 늙어갈수록 몸의 여기저기에선 SOS 신호를 보내온다. 더 나아가 질병이나 장애까지 가세한다면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 노후를 보내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백세인생'이란 주장은 건강이 담보되지 않는 이상엔 사상누각이자 괜스런 억짓손(무리하게 억지로 해내는 솜씨)에 불과할 따름이다. 아내와 곧잘 농담을 주고받는다.



"술 진탕 마시고 자다가 죽고픈 게 소망"이라고 푸념하면 "그것도 평소 덕행을 쌓아야만 복을 받아서 그리 된다지만 당신은 대체 뭔 덕을 쌓았어?"라며 공박한다. 장인어르신께서 치매로 10년 이상 고생하시다가 지난 4월에 영면하셨다.

혼자 되시어 매일 매일이 외롭다는 팔순(八旬)의 장모님을 찾아뵙고 아내가 점심을 대접하고 왔다고 했다. "잘 했어, 자주 찾아가서 맛난 음식도 사드리고 때론 애교도 좀 떨고 그래 봐." "내가 뭐 아기인가?" "장모님 눈에는 당신이 영원토록 '아기'라는 걸 몰라?" "그야 그렇겠지만……."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2018년 7+8월호 사외보 <건강을 가꾸는 사람들>에 따르면 지난해 65세 이상 전국 노인 인구 중 치매 환자는 약 70만 명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HIRA 보건의료 빅데이터'의 자료를 통해 발표한 바에 따르면, 우리나라 치매환자는 계속해서 증가하는 추세라고 했다.

이들 치매 환자들의 입원 및 외래별 요양급여비용 총액은 1조 6896억 원이었고, 80세 이상이 73.9%라고 밝혔다. 따라서 80세 이상의 고령 부모님을 모시고 있는 사람은 더욱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겠다는 조바심이 염려의 창을 벌컥 열어젖혔다.

여기서 잠깐 <치매 환자 돌봄 십계명>을 살펴보자.

1. 환자가 존중받아야 할 사람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2. 남아있는 기능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한다 3. 작은 변화도 가치 있게 여기고 감사해야 한다 4. 신체적 건강에 대한 세심한 관심으로 적절한 건강관리를 받도록 해야 한다 5. 장기적인 계획을 토대로 돌봐야 한다 6. 불의의 사고를 항상 대비하고 예방하자 7. 치매 관련 다양한 자원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8. 치매에 대한 지식을 꾸준히 쌓아가야 한다 9. 치매는 모든 가족 구성원이 함께 돌봐야 한다 10. 돌보는 가족은 자신의 건강도 잘 챙겨야 한다 .

'치매 환자 돌봄 십계명'만 보더라도 치매를 접하는 현대인들의 고충과 애로사항이 쉬 떠오른다. 더불어 '긴 병에 효자 없다'는 속담과 함께 치매부모의 봉양을 두고 형제간 불화와 반목까지 잦다는 현실을 새삼 곱씹을 수 있음은 물론이다.

다 아는 상식이겠지만 치매는 감기 같은 단기적인 것이 아니라, 치열한 끈기를 요하는 장기전이다. 예방도 치열한 노력이 필요하듯 관리도 그러한 끈기가 필요하다. 양현덕, 양인덕 공저 <치매(인지증) 이야기 역사와 현실>이라는 책(브레인와이즈 刊)을 보면 우리나라 치매 환자는 12분마다 1명꼴로 발생하고 있다고 했다.

그래서 2030년에는 약 127만 명, 2050년에는 약 271만 명으로 매 20년마다 치매인구는 약 2배씩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주지하듯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그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빠르게 늙어가고 있다.

노인, 즉 '어르신'을 모시고 있는 집안치고 치매라는 고민의 화두에서 자유로운 이가 별로 없음은 이러한 현실의 뚜렷한 방증이다. 인간은 과거의 경험 등 온갖 정보를 자신의 기억 속에 저장한다.

그리곤 필요할 때마다 불러내는데 나이가 들면 점차 기억 및 정보 소환 능력까지 떨어진다. 가스 불 위에 음식을 올려놓은 것을 다 태우고, 심지어 자주 만나던 사람의 면전에서조차 정작 그의 이름이 떠올리지 않아서 말문이 막히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기억의 여신'은 므네모시네(Mnemosyne)이다. 하지만 우리 인간은 그의 은혜를 입지 못해서인지 건망증에 시달린다. 물론 그러한 기억의 상실이 나쁘기만 한 건 아니다. 망각을 통해 과거의 괴로움을 떨쳐낼 수 있고, 인생의 고통과 번뇌에서도 벗어날 수 있는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치매환자들은 사회적 낙인이나 이웃과 친척들의 혐오를 두려워한다. 따라서 스스로를 감추고 가정과 사회로부터도 멀어지려 한다. 그렇다면 이러한 현상은 어디서 기인한 것일까?

중세에는 우울증이나 치매와 같은 정신질환은 인간의 죄에 대하여 신이 부과하는 형벌이라고 간주되었다. 그런 편견으로 인해 치매환자들은 14세기와 15세기에 만연했던 마녀사냥의 대표적 희생양이 되었다.

<치매(인지증) 이야기 역사와 현실> 책에서 더욱 충격적이었던 것은 '치매'로 말미암아 우리나라가 분단되었다는 사실의 새로운 발견이었다. 1945년 2월 '얄타(Yalta)회담'에서 미국대통령 프랭클린 루스벨트와 영국 수상 윈스턴 처칠, 그리고 소련 공산당 서기장 이오시프 스탈린이 회동한다.

얄타는 사방에 소련 첩보원들이 깔려 있었으며 1천만 명의 소련 군인들이 동유럽에 배치되어 있었다. 그래서 스탈린은 3자 회담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고 있었다. 당시 루스벨트는 고혈압에 이어 혈관성 치매 증상까지 있었는데 얄타회담에서는 설상가상 뚜렷한 인지장애 증상까지 보였다.

대저 사람은 몸이 아프면 성가신 논쟁을 피하고, 유쾌하지 못한 논의는 속히 마무리 하려는 경향이 있다. 루스벨트는 건강이 악화되면서 평소 능수능란했던 국정운영에 있어서도 허점을 드러냈다.

스탈린을 상대로 적극 요구하고 협상해야 했던 수많은 전략적 주요 안건들을 상정조차 아니한 채 유보하거나 순순히 소련에게 양보하고 말았다. 그처럼 얄타회담의 부실한 결과로 인해 제2차 세계대전 종전 후 공산주의가 전세계에 확산되었고 동유럽에 대한 소련의 지배권도 견고하게 유지되었다.

반면 한반도는 전승국에 의한 신탁통치가 거론되었으며 이는 결국 한국전쟁과 국토 분단의 씨앗으로까지 발전하기에 이르렀다. 얄타회담을 마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1945년 4월 12일에 루스벨트는 뇌출혈로 쓰러졌고 두 시간 만에 사망했다.

처칠 또한 1953년에 그에게도 뇌졸중이 찾아왔다. 치매까지 깊어져 결국 처칠은 누구도 기억하지 못하는 가련한 노인이 되었다. 노벨문학상까지 수상할 정도로 현명했던 처칠이었거늘 치매는 그마저도 붕괴시키는 위력을 과시했다.

처칠은 혈관성 치매를 앓다가 1965년 1월 24일 부친의 기일에 런던에서 생을 마감했다. 지금껏 치매를 논했을 정도로 치매는 우리 곁에 더욱 성큼 다가와 포진하고 있음을 간과해선 안 되는 세상이 되었다.

<우리들의 노후를 생각하는 모임>이 자타공인의 치매 전문가 외에도 관심 있는 시민들까지 전국각지서 모여 진지한 강의와 토론까지 이어지는 모임을 가졌다. 대전시 중구 은행동 오렌지가든에서 7월 25일 오후 6시부터 9시30분까지 진행된 이 모임에서는 당면한 노인과 치매 문제에 대한 각자의 의견 개진과 처방 등, 그야말로 백가쟁명의 토론과 치매 극복 노하우 전수 등이 펼쳐졌다.

과거에는 치매를 '노망' 또는 '망령'이라고 했다. 이에 대한 거부감 때문에 치매의 명칭을 앞으론 일본처럼 인지증(認知症)으로 대체하자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다고 한다. 인지증(dementia)이란 후천적인 외의 기질적 장해에 의해 한번 정상적으로 발달했던 지능이 비가역적으로 저하한 상태를 말한다.

우리들의 노후를 생각하는 모임을 마치고 돌아오면서 '만약에 치매 특효약을 개발한다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도 우리나라에서 독점적 생산이 된다면 글로벌제약사로서의 입지까지 구축할 것임은 당연지사일 것이다.

이는 수출로 먹고사는 대한민국의 성장 동력에 있어서도 가일층 디딤돌이 될 것임은 물론이겠기에 그려보았던 희망이었다. '내 머릿속의 지우개'에 다름 아닌 공포의 치매를 근원적으로 소멸시킬 수 있는 치료제를 만든다면 그는 분명 노벨상 수상자 대상까지 되지 않을까?

홍경석 / 수필가 &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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