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세'는 먼저 자리를 잡은 사람이 뒤에 들어오는 사람에 대하여 가지는 특권 의식, 또는 뒷사람을 업신여기는 행동을 뜻한다. 경비원으로 입사하여 첫날 출근하니 한국(외국에도 '텃세'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특유의 그 '텃세'를 부리는 동료가 심히 괴롭혔다.
허구한 날 견디는 게 괴롭다 보니 '내가 이러려고 경비원을 했나……'라는 자조감이 절로 나왔다.
참다 못 해 그만두겠다고 했더니 회사 간부가 현재의 근무지로 이동을 허락해 주었다.
더불어민주당 부산시당 윤리심판원이 동구의회 전근향 의원에 대해 제명 결정을 내렸다는 뉴스를 봤다. 윤리심판원은 지난 7월 14일 부산시 동구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발생한 경비원 사망 사고와 관련해 전 의원이 결코 묵과할 수 없는 발언과 행위를 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심판위원 전원의 만장일치로 제명을 결정했다는 것이다.
그럼 이 사건의 전모부터 살펴보자. 지난달 14일 부산시 동구의 한 아파트 경비실 앞에서 A 씨가 운전하던 차량이 인근 상가 건물을 들이받은 후 후진하면서 아파트 정문 경비실 쪽으로 돌진했다고 한다.
이로 인해 당시 경비 근무를 서던 경비원 김 모 씨(26세)가 숨졌다. 김 씨는 같은 아파트에서 아버지와 함께 경비원으로 일해 왔다고 알려졌다.
사고 이후 당시 이 아파트 입주자 대표회장인 전 의원이 경비용역업체에 아버지 김 씨의 전보를 요구해 논란이 불거졌다는데…….
윤리심판원은 "20대 경비원이 근무를 서다 불의의 교통사고로 숨진 상황에서 입주자 대표를 맡고 있던 전 의원이 고인의 아버지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주는 발언을 하는 등 유족은 물론 입주민들에게도 큰 실망과 분노를 야기했다"고 설명하면서 제명을 결정했다는 게 이 뉴스의 핵심이다.
당연한 상식이자 정서겠지만 부자(父子)가 같은 일을 하다가 아들이 교통사고로 운명했을 경우는 상상만으로도 안타까움과 안쓰러움이 교차하기 마련이다. 이런 경우, 위로를 해도 부족하거늘 다른 데로 보내라는 따위의 '갑질'을 했다는 건 어떤 경우라도 이해할 수 없는 일종의 폭거에 다름 아니라는 느낌이었다.
지난 6.13 선거 뒤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민주당 당선자들을 가리켜 '문돌이'로 부르는 말이 나왔다고 한다. 아무리 농담이었다지만 언중유골(言中有骨)이랬다고 그 발언의 행간을 읽어야 한다.
굳이 '문돌이'를 차용치 않더라도 6.13 선거에서 당선된 737명의 광역의원과 2541명의 기초의원 가운데 자격미달 혹은 자질부족의 사람들이 숱하게 많았음은 짚고 넘어가야 할 대목이라고 본다.
언젠가는 '탄돌이'라는 유행어가 회자되더니 이젠 '문돌이'라니 씁쓸하기 짝이 없었다. 아무튼 분명한 건, 민심은 무시로 바뀌는 활화산이자 럭비공과도 같다는 것이다. 따라서 '군주민수(君舟民水)'는 언제든 촉발될 수 있음을 정치인들은 명심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심한 말로 "개나 소나 다 됐다"는 세간의 비난과 비판을 그들이라고 해서 모를 리 없었을 것이다. 가뜩이나 아들을 잃어 하늘이 꺼질 것만 같을 아버지 경비원이었다.
그랬거늘 해당 아파트의 입주자 대표회장이라는 구의원은 마치 자신에게 경비원 인사권이라도 있는 양 기고만장했다. 그리곤 경비용역업체에 이들 부자의 근무 방식을 문제 삼으며 아버지 경비원의 전보 조치를 요구했다는 건 도의적으로도 도무지 납득할 수 없는 전형적 갑질이었다.
이는 또한 그처럼 안타까운 죽음을 애도하고 위로코자 아파트 주민들이 1,200만 원 가량의 성금을 모아 전달했다는 미담까지 묻히게 하는 경거망동으로까지 불거졌다. 만약에 제명된 부산시 동구의회 여당 의원의 요구처럼 부자(父子) 경비원 중 아버지 경비원을 다른 근무지로 보냈다손 치자.
그렇다면 그분은 거기서 어쩌면 '당연히' 또 다른 텃세에 시달릴 개연성까지 농후했을 것이었다. '텃새'는 철을 따라 자리를 옮기지 아니하고 거의 한 지방에서만 사는 새를 말한다. 하지만 텃세는 텃새와는 확연히 다르다.
어쨌든 전근향 의원은 자신의 지나친 갑질로 인해 제명까지 당하는 수모를 톡톡히 겪었다. 그래서 말인데 부정부패와 뇌물 따위에 연루된 국회의원들에게는 왜 이러한 '제명'이 이뤄지고 있지 않은 건지 도무지 모를 일이다.
'자기 식구 감싸기'라는 비판이 여전한데도 그들은 시정의 여론에도 눈을 감고 있다는 느낌이다. 여기서 뻥뻥 뚫린 법망의 허술함을 새삼 발견하게 된다. 그러면서 이런 생각이 드는 건 당연한 상식이자 수순이다. '우리나라는 과연 법치국가 맞나?'
#2
분양공고 이전부터 대전시민들의 관심이 집중됐던 곳이 갑천지구 친수구역에 분양 중인 갑천 3블럭 트리풀시티였다. 이곳이 최고 537.52대 1의 청약 경쟁률을 기록하면서 소위 '로또청약 아파트'가 됐음은 상식이다.
이렇게 몰려든 인파 중에는 불로소득을 노리고 온 사람들도 많았을 게 틀림없다. 자격을 얻기 위해 위조된 서류를 내는가 하면, 심지어 위장이혼까지 불사하는 사람도 없지 않다는 게 이런 주장의 방증이다.
현 정부 역시 지난 정부처럼 집값 과열과 경기 불안정을 부추기는 부동산 투기를 좌시하지 않겠다고 천명했다. 그러나 실제는 어떠한가?
역대 정권이 그랬듯 빈 깡통이 소리만 요란하지 이러한 호령과 단속 또한 허탕만 칠 것은 불 보듯 뻔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실제 불법으로 분양권 거래는 한 해에만 수십 만 건에 달하지만 역대 단속 건수는 사실상 제로에 가깝기 때문이다.
부동산 시장의 대표적인 투기 행위는 당첨된 분양권을 많게는 수억 원의 웃돈을 받고 불법으로 팔아치우는 것이다. 인기 있는 분양지역 청약 경쟁률이 수백 대 1에 달하는 것은 실수요에 상관없이 이 같은 투기세력들이 불나방처럼 뛰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대대적 투기 단속에 나선다곤 하지만 잠깐만 주춤할 뿐, 또 다시 언제 그랬냐는 듯 투기행위가 활개를 치는 것은 누구도 막을 수 없는 투기시장의 어떤 본능이다. 이러한 악습과 반복을 막으려면 근원적으로 관련법의 정착이 선행되고 고착화돼야 한다.
예컨대 불법전매로 취득한, 당첨된 아파트의 분양권으로 인해 거둔 불로소득의 몇 배를 징벌적 징수로 거두는 입법이 전제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기본이 마련되지 않기에 지금도 이른바 '로또청약 아파트'엔 남녀노소 모두가 꿀을 보고 달려든 개미떼처럼 득시글한 것이다.
적발도 힘들지만 불법행위가 적발된다 해도 솜방망이 처벌이 이뤄지고 있는 현실 역시 부동산 투기 행위가 여전히 기승을 부리게 하는 이유 중 하나임은 상식이다. 현행 주택법에 따르면 분양권 불법전매를 하다 적발되면 거래당사자들은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물어야한다고 돼 있다.
그러나 업계에 따르면 분양권 불법전매로 적발된 사례는 대부분 몇 백만 원의 벌금만 내고 실효성 있는 단속 방법 또한 사실상 오리무중(五里霧中)이라는 이구동성이 또 다른 '뻥뻥 뚫린 법망의 허술함'으로 대두되는 것이다.
#3
지면 상 두 건의 사례만을 기술했지만 이처럼 허술한 우리나라 법망의 미비는 사실 차고도 넘친다. 관련차량의 소유자들로선 다시금 분통이 터질 소리일 것이다. 달리는 자동차에서 불이 난다는 이유로 BMW 차종을 가지고 있는 오너드라이버들로선 주차장에서부터 차별을 받고 있는 현실이 바로 그것이다.
BMW 차량에서 유사한 사고가 나기 시작한 것은 2015년 11월부터라고 한다. 그럼에도 관련 사고에 대한 리콜 조치가 발표된 것은 올해 7월 26일이었다. 따라서 부지불식간에 발생하는 BMW 차량에서의 발화 사고 발생 후 리콜 확정까지는 무려 3년 정도가 걸린 셈이다.
그 사이 수십 대의 차량에서 불이 났으며 이는 역시도 늑장 대응이라며 비판을 받는 원인으로 작용했다. 관련법령 입법의 유무와는 별도로 정부의 대처 역시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에 태산명동서일필(泰山鳴動鼠一匹)로서 그 위력조차 존재감을 느낄 수 없었음은 물론이다.
무려 33조 원이나 되는 천문학적인 국민세금을 일자리 증가에 쏟아 붓고도 지난달 일자리가 1년 전보다 고작 5000개 늘어나는 데 그친 현 정부의 '일자리 참사' 역시 주먹구구의 한심함을 여실히 드러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가정용 전기료 누진세에 대해 정부는 고작 두 달간의 한시적 완화라는 나름의 당근책을 꺼내들었지만 국민적 감정은 여전히 '증오'에 가깝다. 33조 원이나 들인 일자리 만들기 기금 중 일부만 전용했더라도 가정용 전기료 누진세는 충분히 폐지가 가능했을 것이다.
이뿐만 아니다. 멀쩡한 세종보(洑)를 '적폐청산'이라는 명분으로 환경부는 수문을 열게 했다. 그러자 물이 빠진 세종보는 당연히 건천화(乾川化) 현상을 나타냈다. 이에 당황한 환경부는 세종시에 임시 보(洑)를 만들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실로 어처구니가 없는 탁상행정의 전형이 아닐 수 없었다. 만약에 세종보마저 물이 고갈되어 농사조차 지을 수 없다면 그 책임은 과연 누가 질 것인가? 관련 입법의 부실에 더하여 지난 정권의 잔재청산이라는 이유만으로 원전에 이어 세종보까지도 장관 멋대로 수문을 마구 열어 농사에 지을 물까지 없애는 행위는 이제 그만 중단되어야 옳다.
이러한 현상이 계속될 경우 우리나라는 법치국가라는 국민적 시선에도 의구심의 거미줄이 가득할 것임은 명약관화하다.
홍경석 / 수필가 &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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