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일본 수출 규제 대응, 대덕특구가 전략적으로 나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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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일본 수출 규제 대응, 대덕특구가 전략적으로 나서야

[日 수출규제 속 부상하는 대덕특구]
4. 특별기고 (출연연의 역할과 방향)
양성광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 이사장

  • 승인 2019-08-21 15:45
  • 김성현 기자김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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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 양성광 이사장
[日 수출규제 속 부상하는 대덕특구]

4. 특별기고 (출연연의 역할과 방향)



일본이 반도체 공정에 사용되는 3개 핵심소재에 대한 수출 규제에 이어 한국을 전략물자 수출 우대국가에서 제외하는 날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이러한 수출규제는 미·중 무역전쟁의 장기화와 맞물려 우리 경제에 어려움을 가중하고 있다.

일본의 조치는 국제 분업체제를 깨는 전례 없는 행위로 당장은 우리 기업에 커다란 고통을 주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일본 기업들에 더 큰 피해를 줄 것이 자명하다. 한국은 결국 다른 공급자를 찾거나 독자기술을 개발할 것이고 일본 기업은 수요처를 잃을 위험이 크다.



우리는 지금 당장 발등의 불을 끄기 위한 대책 마련에 전념해야 하지만 중장기적으로 소재·부품·장비 산업생태계 전반의 체질을 개선하는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한 가지 명심해야 할 것은 모두가 달려들어 법석을 떨다가도 급한 문제가 해결되고 나면 무슨 일 있었느냐는 듯 흐지부지되는 과거의 방식으로는 결코 이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다. 소재·부품은 10~20년을 꾸준히 투자하고 개발해야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어떻게 보면 한국인의 성격과 잘 안 맞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모든 것을 다 해결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 기업이 할 수 있는 일은 기업에 믿고 맡기고 기업이 할 수 없는 일을 찾아서 확실하고 꾸준하게 도와주어야 한다. 기업으로서는 불확실성이 가장 큰 위험이므로 정부에서는 양국이 대화조차 없는 파국으로 치닫지 않도록 외교적인 노력을 다해야 한다.

대기업은 어떻게든 해결방안을 찾아낼 것이다. 문제는 중소·중견기업인데, 정부와 공공기관에서는 이들이 겪게 될 어려움을 파악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도와줘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출연연과 대학, 연구시설 등 과학기술 자원이 집적된 대덕특구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때마침 KAIST와 출연연은 기술지원단 등을 꾸려 중소기업 지원에 나서고 있어서 활약이 기대된다.

하지만 일본의 전략물자가 1194개에 이를 정도로 다양하고 중소기업의 요구가 규제품목 확인부터 수입국 다변화, 소재부품 국산화, 금융지원까지 종합적인 상황이어서 자칫 잘못하면 중소기업은 여기저기 꾸려진 지원단을 떠돌다 바쁜 시간을 허비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중소기업이 손쉽게 전화나 온라인으로 애로사항을 문의할 수 있도록 애로사항 접수창구를 일원화하고 범부처 현장지원단 및 각 기관의 지원창구와 연결해 구체적인 지원을 하는 체계적인 접근이 요구된다. 마침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는 출연연과 협력해 중소기업 기술상담 원스톱서비스(1379)를 운영하고 있으니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면 단기간에 이러한 창구를 설치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정부에서는 국제적 분업 구조를 면밀하게 분석해 공급선을 다양화하고 일본에 과다하게 의존하거나 다른 대안이 없는 품목은 원천기술을 확보하여 국산화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원천기술 확보는 출연연의 몫이지만 자칫하면 상용화와 상관없는 연구를 위한 연구에 그칠 수 있음으로 조심해야 한다. 철저하게 기업의 수요에 근거해서 기업과 공동으로 개발하고 공정에 적용하는 과정을 지원해줘야 상용화에 성공할 수 있다.

출연연의 또 다른 역할은 한동안 운영됐던 국가지정연구실과 같이 국가가 필요로 하는 핵심기술을 보유한 실험실을 유지·발전시키는 일이다. 이를 통해 국가가 필요한 원천기술 개발과 기업에 대한 시험분석 서비스 및 개발된 소재의 생산 공정 적용을 위한 실증 테스트 지원 등을 수행할 수 있다.

소재·부품·장비는 오랜 시간에 걸친 원천기술 개발과 상용화, 품질검증 과정을 거쳐 대기업에 납품되므로 예측 가능성과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대·중소기업 상생협력이 중요하다. 대기업은 차제에 자사하고만 거래토록 하는 전속거래 관행을 없애고 소재·부품에 대한 미래 수요를 관련 기업에 공유해 줘야 글로벌 경쟁력 있는 소재·부품 기업을 키울 수 있다. 위기를 기회로 삼으면 약점을 보완해 더 강해질 수 있다. 이번이 그런 기회가 되도록 대덕특구가 축적된 힘을 쏟아 부을 때이다.

양성광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 이사장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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