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키호테 世窓密視] 유연천리래상회(有緣千里來相會)

  • 오피니언
  • 홍키호테 세창밀시

[홍키호테 世窓密視] 유연천리래상회(有緣千里來相會)

준비하는 자에겐 기회가 온다

  • 승인 2021-04-08 17:1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얼마전 점심은 모 기관장님 덕분에 성찬(盛饌)으로 잘 먹었다. 그뿐만 아니라 의외의 보너스까지 받았다. 곧 선발되는 2기 기자들 교육을 나에게 일임하겠다는 약속이었다.

뜻밖의 제안에 깜짝 놀랐지만, 곧 평정심을 되찾았다. 나는 진작부터 강사로 뛸 준비까지 마쳤기 때문이다. 따라서 2기 기자 교육 때는 20년 시민기자의 관록과 글 잘 쓰는 노하우를 몽땅 전수해 줄 작정이다.



새삼 준비하는 자에겐 반드시 기회가 온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어제 모 기관장님께서 제공한 푸짐한 점심은 평소 내가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1기 시민기자 활동에 주력한 때문에 수확된 선과(善果)였다.

작년부터 시작된 코로나19의 확산이 누그러지지 않고 있다. 코로나의 장기화는 우리 사회에 많은 부작용과 상처를 남겼다. 이는 나라고 해서 무풍지대가 아니었다. 우선 작년 가을에 실직하면서 졸지에 '삼식이'로 전락했다.



여기서 말하는 삼식이는 백수로서 집에 칩거하며 세 끼를 꼬박꼬박 찾아 먹는 사람을 말한다. 그래서 아내가 기침만 해도 덜컥 겁이 난다. 재취업을 오매불망 바라곤 있되 코로나가 쉽사리 종착역에 닿지 않듯 내 맘처럼 되는 게 아니다.

상황이 이처럼 전도무망(前途無望)인 가운데서도 나름 할 일은 했다고 자부한다. 먼저 지난달에 출간된 [초경서반], 즉 네 번째 저서가 이런 주장의 증명이다. 내처 순풍만범(順風滿帆)으로 베스트셀러가 되길 학수고대하고 있다.

활발한 저술과는 별도로 '독서지도사'와 '스피치지도사', '학교안전지도사' 자격증까지 취득했다. 코로나 시대의 울적함을 떨쳐내고자 노력한 결과물이다. 따라서 이는 코로나가 오히려 전화위복(轉禍爲福)이 된 셈이다.

홍키호테
아울러 언제든 준비된, 유능한 홍키호테가 되고자 작심한 의지의 결실이다. '홍키호테'는 나의 별명이다. 미구엘 드 세르반테스가 쓴 작품 '돈키호테'에서 비롯됐다.

17세기경 스페인의 라만차 마을에 사는 한 신사가 한창 유행하던 기사 이야기를 너무 탐독한 나머지 정신 이상을 일으킨다. 그리곤 자기 스스로 '돈 키호테'라고 이름을 붙인다.

돈키호테는 환상과 현실이 뒤죽박죽되어 기상천외한 사건을 여러 가지로 불러일으킨다. 하지만 돈 키호테는 본디 성정이 착하고 의리에 강하다. 나는 이런 긍정적 부분을 벤치마킹하여 첫 번째 저서로 '경비원 홍키호테'를 지난 2015년에 출간한 바 있다.

코로나의 장기화로 인해 주변에서 우울하다는 사람을 쉬이 만나게 된다. 사람은 누구나 취미와 쾌락(快樂)이 있다. 이럴 때일수록 나름대로 쾌락의 무기를 지녀야 한다. 나의 쾌락 무기는 단연 글쓰기다. 글을 쓰는 시간이 가장 행복하다.

글을 쓰자면 나도 모르게 성격까지 물오른 나무처럼 푸르고 부드러워짐을 동시에 느낀다. 아울러 도덕경 제76장에 나오는 글처럼 '강함과 부드러움의 차이'까지 발견할 수 있다.

도덕경 제76장에서 이르길 "사람이 살아 있을 때는 부드럽고 약하지만 죽으면 빳빳하게 굳는다. 풀과 나무도 살아 있으면 부드럽고 연하지만 죽으면 말라비틀어진다. 그러므로 굳고 딱딱한 것은 죽음의 속성이고, 부드럽고 약한 것은 삶의 속성이다. 따라서 사람이 교만해지면 멸망하고 나무가 강하면 꺾이고 만다"고 했다.

유연천리래상회(有緣千里來相會), 즉 인연이 있으면 천 리 멀리 떨어져 있어도 결국엔 서로 만나게 되는 법이다. 기자와 작가에 이어 강사로도 명성을 크게 얻는, 부드러운 성품의 '홍키호테' 가는 길에 장애물은 없다.

홍경석 / 작가·'초경서반' 저자

초경서반-홍경석
* 홍경석 작가의 칼럼 '홍키호테 世窓密視(세창밀시)'를 매주 중도일보 인터넷판에 연재한다. '世窓密視(세창밀시)'는 '세상을 세밀하게 본다'는 뜻을 담고 있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충남 통합논의"…金총리-與 충청권 의원 전격회동
  2. '물리적 충돌·노노갈등까지' 대전교육청 공무직 파업 장기화… 교육감 책임론
  3. 대전역 철도입체화, 국가계획 문턱 넘을까
  4. 충남경찰 인력난에 승진자도 저조… 치안공백 현실화
  5. 대전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간담회 열려
  1. [대전, 일류 문화도시의 현주소] 국립시설 '0개'·문화지표 최하위…민선8기 3년의 성적표
  2. 대전 동구, '어린이 눈썰매장'… 24일 본격 개장
  3. 대전충남 행정통합 발걸음이 빨라진다
  4. 이대통령의 우주청 분리구조 언급에 대전 연구중심 역할 커질까
  5. [기고] 한화이글스 불꽃쇼와 무기산업의 도시 대전

헤드라인 뉴스


10·15부동산 대책 2개월째 지방은 여전히 침체… "지방 위한 정책 마련 필요" 목소리

10·15부동산 대책 2개월째 지방은 여전히 침체… "지방 위한 정책 마련 필요" 목소리

정부 10·15 정책이 발표된 지 두 달이 지난 가운데, 지방을 위한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 3단계가 내년 상반기까지 유예되는 등 긍정적 신호가 나오고 있지만, 지방 부동산 시장 침체가 여전히 이어지고 있어서다. 15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누적 매매가격 변동률(12월 8일 기준)을 보면, 수도권은 2.91% 오른 반면, 지방은 1.21% 하락했다. 서울의 경우 8.06%로 꾸준히 상승곡선을 그린 반면, 대전은 2.15% 하락했다. 가장 하락세가 큰 곳은 대구(-3...

[대전, 일류 문화도시의 현주소] 제2문화예술복합단지대·국현 대전관… 대형 문화시설 `엇갈린 진척도`
[대전, 일류 문화도시의 현주소] 제2문화예술복합단지대·국현 대전관… 대형 문화시설 '엇갈린 진척도'

대전시는 오랜 기간 문화 인프라의 절대적 부족과 국립 시설 공백 속에서 '문화의 변방'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민선 8기 이장우 호(號)는 이 격차를 메우기 위해 대형 시설과 클러스터 조성 등 다양한 확충 사업을 펼쳤지만, 대부분은 장기 과제로 남아 있다. 이 때문에 민선 8기 종착점을 6개월 앞두고 문화분야 현안 사업의 점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대전시가 내세운 '일류 문화도시' 목표를 실질적으로 이루기 위해서는 단순한 인프라 확충보다는 향후 운영 구조와 사업화 방안을 어떻게 마련할는지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중도일..

내란특검, 윤석열·정진석·박종준·김성훈·문상호… 충청 대거 기소
내란특검, 윤석열·정진석·박종준·김성훈·문상호… 충청 대거 기소

12·3 비상계엄 사태에 적극 가담하거나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충청 출신 인사들이 대거 법원의 심판을 받게 됐다. 12·3 비상계엄 관련 내란·외환 의혹을 수사한 내란 특별검사팀(특별검사 조은석)은 180일간의 활동을 종료하면서 15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에 의한 내란·외환 행위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정진석·박종준·김성훈·문상호·노상원 등 충청 인사 기소=6월 18일 출범한 특검팀은 그동안 모두 249건의 사건을 접수해 215건을 처분하고 남은 34건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국수본)에 넘겼다. 우선 윤석..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대전의 밤은 낮보다 화려하다’ ‘대전의 밤은 낮보다 화려하다’

  • ‘헌혈이 필요해’ ‘헌혈이 필요해’

  • 까치밥 먹는 직박구리 까치밥 먹는 직박구리

  • ‘겨울엔 실내가 최고’…대전 곤충생태관 인기 ‘겨울엔 실내가 최고’…대전 곤충생태관 인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