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하추동]거리두기가 질문하는 새로운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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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하추동]거리두기가 질문하는 새로운 길

북 칼럼니스트 김충일

  • 승인 2022-08-30 16:32
  • 신문게재 2022-08-31 18면
  • 임병안 기자임병안 기자
김충일 북 칼럼리스트
김충일 북 칼럼니스트
"눈이 부시게 푸르른(생태 환경의 회복) 날은/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자(인간 회복)"는 서정주의 시구가 '욕망의 프레임의 변환과 공간·심리적 거리감의 회복'이란 추상적 경구가 아닌 자연과 인간을 보듬는 따뜻하게 숨 쉬는 구체적 언어로 되살아나기를 기다려지는 오늘.

연호 A.C 4년(After Corona) 8월 29일 04시 05분. 인터넷을 검색하니 확진환자 8만5295명, 사망자 70명, 접종완료 87.04%로 나와 있다. '팔꿈치(주먹)인사', '무증상 감염', '고슴도치 딜레마', '턱스크'란 신조어도 떠오른다. 무엇보다도 낯선 현상과 말 가운데 내 사유의 씨앗에 물주기를 하게 만드는 것은 '거리두기'란 말이다

그런데 지금, 팬데믹(pandemic)은 일상의 마당을 헝클어뜨렸다. '거리두기'는 신종 사자성어가 되었고, 맨 얼굴이 낯설고 마스크가 익숙한 얼굴의 일부가 되었다. 언제쯤 이 팬데믹이 끝나게 될지 예단하기 어렵지만 끔찍한 것은 이후의 행선과 변이를 짐작조차하기 어렵다는 사실이다. 다만 이제 우리는 이전의 삶으로 돌아갈 수 없기에 새로운 길을 생성해 내야 한다는 것이다.

일단 잘 놀고 잘 쉬는 것. 그다음 사람과 사람 사이를 연결하고, 인간과 자연의 공감을 확대하는 네트워크를 여는 것, 그동안 인류가 실현하지 못한 비전이자 새로운 길이다.



사람과 사람사이의 거리를 유지하라! 이것은 근대이후 신체적인 건강을 강화하려는 사회 시스템이 강조했던 메시지다. 그 결과 사람들은 '홀로 외로움과 그리움'을 숙명처럼 안고 살아야 했다. 그런데 또 다시 '거리두기'를 하라고? 여기 기막힌 역설이 존재한다. 현대인이 맺는 관계는 돈의 무지갯빛 환영과 '보여주기(showing)의 조작된 허상'인 쾌락적인 향연이 펼쳐지는 과도한 밀착의 광장 아니면 일상 혹은 내면의 고립이란 밀실 사이에서 일어난다. 이것이 '사람과 사람 사이의 외로운 섬'이라는 역설이 담긴 속내이다.

자연 속 동물에 있던 바이러스가 대체 왜 인간들의 몸속으로 거주지 이동을 시작했을까? 자연 속 동물과의 '거리두기'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왜? 에로스 적 충동의 탐닉과 자연 파괴, 성장과 속도경쟁의 노동에 올인하는 소유와 집착의 축제를 열기 위해서다. 그 결과는 참혹했다. 먹고 마시고 즐기는 모든 동선(動線)이 위험해졌다. 방법은 오직 자기만의 섬으로 도망치는 것뿐. 그럼 그곳은 편안하고 안전한가? 게임기나 넷플릭스 속으로 들어가 타자와의 만남은 고사하고 가족과의 식사자리에서 조차 핸드폰에 시선을 빼앗기고, 자신과의 대화는 더더욱 낯설기만 하다. 코로나 19와 더불어 코로나 블루가 만연되고 있는 이유다.

자, 그럼 이제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거리의 재구축'이다. '심리적 거리두기'는 좁히고 '욕망의 거리 두기'는 넓게 벌리기로. 물론 사회적 거리두기는 우리가 지켜내야 할 방역의 대원칙이다. 하지만 이것이 올바로 실행되려면 '욕망의 프레임'을 변화 시켜야 한다. 이제 그만 욕망의 질주를 멈추라는 것. 욕망의 방향을 전면적으로 바꾸라는 것. 어떻게? 과소비 중독과 쾌락 추구의 춤추기에서 멈춤과 성찰로, 외적확장에서 내적 충만으로, 자연의 도구화에서 자연과의 공존으로. 사실 이것은 코로나 이전에도 늘 환기되던 이슈였다. 이런 가치는 소중한 목소리임에도 의도적으로 외면한, 아니 듣지 않은 죄 값의 다른 이름이기도 하다. 코로나가 그것을 명료하게, 적나라하게 현재진행형으로 되새김질 하고 있을 뿐이다. 코로나19뿐만 아니라 이후에 도래할 또 다른 바이러스에 대처할 수 있는 면역력의 원천도 거기에 있다.

개인이건 집단이건 '삶을 이끌어 가는 건 질문이다'라는 '사유의 리트머스 시험지'를 지속적으로 사용하지 않는 한 미래는 없다! 욕망의 구조와 거리두기의 속내를 들여다보면 안다. 우리가 얼마나 자기 존재를 남루하게 만들고, 이웃을 외면하며, 지구를 못 쓰게 만드는 지를. 해법은 오직 하나다! 나 아닌 타자의 소중한 올 곧은 소리에 귀를 열고 일상의 삶을 성찰하는 것. 그리하여 자신의 내면으로, 생명과 자연으로 향하는 통로를 다시 열어가는 것. 그때 비로소 '몸은 거리를 두고' 있어도 '마음은 전 우주로 연결되는' 새로운 길도 열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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