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호 한남대 행정학과 교수 |
근시안적 정책이 과거에는 어쩔 수 없었다고 할 수도 있다. 장기를 생각할 여유가 없었으니까. 그러나 이제는 다르다. 우리가 세계 10대 경제 대국으로 부상하였고, 국민들의 생활이 과거 어느 때보다 윤택해졌다. 지금 우리는 단군 이래 국제적으로 가장 인정받으면서 풍요롭게 살고 있는 것이다. 이런 시기에 우리 내부를 한번 들여다보자. 작년 이맘때만 하더라도 우리는 아파트 가격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아 나라 전체가 온통 북새통이었다. 그러나 불과 1년도 채 못가서 지금은 아파트 가격이 너무 떨어지고 있어서 문제이다. 일부 지역에서는 2, 3년 전 아파트 가격으로 회복되었다고 한다.
아파트 가격이 급등하는 것을 보다못해 영끌해서 어렵게 주택을 매입한 실수요자들에게는 미안한 이야기이지만 아파트 가격이 원상태로 회복되고 있다는 소식은 좋은 소식이다. 국가의 정책적 실수로 선량한 사람들이 피해를 보았다면 그런 사람들의 피해는 일부나마 보상해 줄 필요도 있다. 그들이 지게 되는 무거운 짐을 국가가 나서서 덜어주는 것도 할 수 있는 일이 아닐까?
이제야 확실하게 알게 되었듯이 지난 해 아파트 가격의 급상승은 이자율 문제였다. 주택의 공급부족이 문제의 근원이 아니라 시중에 떠돌던 너무 많은 유동자산이 문제였던 것이다. 그때는 이자율이 낮았으니 유동자산, 즉 떠도는 돈은 많은 데 비해 적절한 투자의 기회가 없었다. 떠돌던 자산이 부동산, 그리고 주식으로 쏠린 것이다. 이제 이자율이 높아지니 그 반대의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그런데 국가정책은 어떠하였는가? 정치인은 물론이고 전문가라고 하는 사람들조차도 문제의 원인을 알아채지 못했다. 아파트의 공급부족이 문제의 원인이라고 잘못 지적한 것이다. 그렇게 잘못된 진단에 근거하여 무리하게 아파트를 공급하겠다고 서둘러 계획을 발표하였다. 실효성이 없는 조악한 계획들이었는데, 이제 그러한 계획들조차 필요 없게 되었다. 다행이다.
차제에 우리는 문제의 원인이 주택공급의 부족이 아니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이자율이 낮아서 시중에 유동자산이 많은 상황에서 부동산과 주식으로 돈이 몰린 것이다. 주택의 공급은 단기적으로 급증한 주택투기수요를 따라갈 수 없었기 때문에 가격은 상승에 상승을 거듭한 것이다. 그러한 현상을 피상적으로 보면 마치 공급부족이 가격상승의 원인인 것처럼 보인 것이다. 그런데 사실은 유동자산이 문제였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이제는 가격의 급락으로 또 다른 위기에 처하게 될까 두렵게 되었다. 엄청난 사회적 혼란이 반복되지 않기를 비는 마음이 간절하다.
아파트, 혹은 주택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일반 상품과 다르다. 공급이 제한적이다. 그런데 주택이 없이는 인간이 살아갈 수가 없다. 누구에게나 필요한 것이다. 그런데 부동산은 가격이 엄청나게 비싸다. 빈부의 격차가 심해지고 있는 현실에서 국가가 개입하지 않으면 덜 가진 자의 삶이 궁핍해질 수밖에 없다. 정확한 진단 아래 국가가 장기적인 주택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주택을 소유하지 않고 저렴한 비용으로 주거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조치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주택의 디자인도 개선해야 한다. 천편일률적으로 지어지는 아파트의 신축, 재건축을 계속 허용할 것이 아니다. 대규모 단지로 조성되는 아파트에 개성도 부여하고 밀도도 낮추어야 한다. 인구감소가 예측되는 현실을 감안한다면 이미 수립된 아파트 공급계획도 재검토되어야 한다. 우후죽순처럼 솟아 있는 저 많은 아파트에 30년, 40년 후에도 살 사람이 있을지 걱정이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