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황영일 명예기자] |
G요양원 사회복지사 실습생 오리엔테이션이 끝난 후 2층으로 안내되었다. 이어 남자 세 분만 있는 방에서 대상자들과 대화를 많이 해 보라는 요양보호사의 요청을 받았다. 세 어르신은 모두 침대에 누워 있었다.
10년 전 배우자와 사별하고 이곳에 입소한 지 3년째 된다는 올해 83세 W어르신, 실습생보다 2년 선배인데 아직도 음성은 낭랑하고 안색도 좋다며 지난날 이야기 좀 해 주시라고 요청했다.
대전 근교 시골에서 4남매 중 막내로 태어난 W어르신은 초등학교 졸업도 못 하고 대장간 일을 해 돈을 벌었다. 하루 일당이 일반 품값의 2~3배가 되는 날도 있었기에 형제 중 가장 풍족해지면서 재산 상속 때 양보해 논 한 뙈기만 받았다고 한다. 아들딸이 성장하면서 대전 시내로 이주하고 석공업에 종사해 남부럽지 않게 자녀 교육을 마쳤다는 이야기도 해줬다.
그리고 사랑했던 여인과 재미있는 에피소드도 들었다. 언제나 얘기 끝에는 어릴 때부터 뛰놀던 고향 집으로 돌아가 황소 한 마리 기르면서 쟁기질도 하고 옛 정든 친구들과 회포도 풀면서 살다가 고향 땅에 묻히고 싶다고 몇 번이나 말했다. 실습자는 W어르신에게 다음과 같이 조언하고 싶었다.
[사진=황영일 명예기자] |
실습 기간이 5일이나 되었지만 끝내 이런 충언은 드리지 못했다. 실습을 마치는 날 문방구에서 산 두툼한 노트와 볼펜을 건네주면서 "그런 얘기나 생각들을 과거, 현재, 미래로 나누어 자서전처럼 글로 써 보시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어르신은 눈시울을 적시며 고개를 끄덕였다. 실습자도 W어르신이 앞으로 겪게 될 운명을 그려보며 서먹한 느낌이 들었다. 헤어진다는 인사말도 못 하고, 젖은 눈으로 어르신의 손만 어루만졌다.
황영일 명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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